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캐나다에서 남중국해까지…베이징을 향한 동시다발적 압박]
2026년 5월, 대만해협에서 남중국해, 싱가포르, 유럽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캐나다 군함은 중국 외교수장 왕이의 오타와 방문 시점에 맞춰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네덜란드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군과 전자전 수준의 대치 상황을 벌였다. 아시아 최대 안보회의인 상그릴라 대화에서는 중국 국방부장의 빈자리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체계인 '타이풍(Typhon)'을 앞세워 제1도련선 억지망을 강화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각각 다른 사건이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면 더욱 분명한 그림이 드러난다. 중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강경 외교와 힘의 정치가 이제는 역으로 중국의 전략 환경을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만의 타이페이타임스(Taipei Times)는 최근 “5월 마지막 주,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10년 만의 캐나다 방문을 위해 오타와에 도착하던 바로 그 시각, 캐나다 해군 프리깃함 샬로타운함(HMCS Charlottetown)이 대만해협을 단독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의 글로브앤메일(The Globe & Mail)은 “동맹국 군함의 동행 없이 단독으로 이루어진 이 항해는 이례적인 것이었으며, 베이징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이 캐나다의 무작위 결정이 아니라, 이번 통과는 캐나다가 2022년 11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이후 여덟 번째 대만해협 통과로,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라고 짚었다.
[남중국해: 네덜란드 함정과의 전자전 충돌]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같은 시기, 남중국해에서는 더 직접적인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5월 27일, 네덜란드 해군 호위함 HNLMS 더 라위터(F804)와 탑재 헬리콥터가 파라셀 제도 상공에 출현하자,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블룸버그는 “중국 해군과 공군은 언어적 경고와 전자 간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함정을 퇴거시켰다”면서 “중국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최소 두 척의 군함과 전투기가 네덜란드 프리깃함을 요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는메, 반면 네덜란드는 자국 함정이 국제 수역에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뉴스위크는 “더 라위터함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뒤 남중국해에 진입했으며, 네덜란드 정부가 이를 항행의 자유와 지역 안보 수호 의지의 표현으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유럽 국가들까지 직접 개입하는 사안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해양 팽창 전략이 단순히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우려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그릴라 대화의 빈 의자…중국의 존재감은 왜 줄어들었나]
5월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회 상그릴라 대화는 중국이 직면한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줬다. 중국은 2년 연속 국방부장을 불참시켰고, 대신 연구기관과 군사 전문가 중심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CNBC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상대방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일본과 독일, 필리핀 대표들 역시 중국의 부재에 대해 공개적으로 아쉬움과 비판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필리핀 국방장관 길베르토 테오도로가 “가치 제안 측면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최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평가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중심 질서에 도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장해 왔지만, 정작 아시아 최대 안보 대화의 장에서는 스스로 발언 기회를 포기한 셈이 됐다.
[타이풍 미사일의 충격: 사드를 넘어선 새로운 전략 압박]
중국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외교 문제가 아니라 군사 환경의 변화다. 군사전문 매체‘ 19FortyFive’는 “군사적 포위망의 핵심에는 미국의 '타이풍(Typhon)'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 체계가 있다”며 “2026년 현재, 제1도련선을 따라 배치된 미군 타이풍 중거리 능력(MRC) 포대가 약 1,930킬로미터의 치명적 타격 범위를 투사하면서 인도·태평양 억지력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정리했다.
타이풍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지상 발사 체계다. 사드가 방어용 무기라면 타이풍은 전쟁 초기 적의 핵심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공격적 능력에 가깝다.
특히 중국이 오랫동안 구축해 온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정면으로 대응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베이징은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일본·필리핀 3각 안보협력이 강화되면서 제1도련선은 단순한 방어선이 아니라 중국의 해양 진출을 제한하는 전략적 차단선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일본-필리핀 3자 연동과 제1도련선의 완성]
타이풍 체계의 배치는 제1도련선을 전략적 병마개로 만드는 효과를 낸다. SM-6 미사일의 대함 능력을 활용함으로써 미·일 동맹은 자체적인 A2/AD(반접근 및 지역거부; 적대 세력이 특정 작전 지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A2), 진입한 전력의 작전 자유를 제한하는(AD) 현대 군사 전략)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미국-일본-필리핀 3자 안보 협력 심화는 이 봉쇄선에 추가적인 결정타를 더하고 있다.
5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서 남중국해 안보 협력이 심층 논의됐으며, 미·일·필 3자 연동은 제1도련선 방어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동시에 중국의 팽창 전략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도네시아군 관계자들조차 대만에 대한 중국의 봉쇄가 미국 주도의 말라카 해협 역봉쇄를 촉발할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있을 정도다.
[러시아가 무너뜨린 중국의 '중립국' 이미지]
중국의 외교적 부담을 더욱 키운 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가까운 전략 파트너인 러시아였다.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외교적 포위망에서 가장 역설적인 지점은 중국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러시아가 스스로 베이징의 '중립' 주장을 허물었다는 사실”이라면서 “2026년 1분기 러시아의 대중국 석유 수출은 35% 증가했으며, NATO는 중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공식 규정했다”고 짚었다.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무기 생산을 보충하는 데 사용되는 이중용도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에 대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더 결정적인 것은 중국이 2025년 말 일군의 러시아 병사들을 훈련시켰고, 이들이 이후 우크라이나에 맞서 싸우러 갔다”면서 “드론과 전자전에 초점을 맞춘 이 비밀 훈련은, 베이징이 그토록 공들여 유지해 온 '중립국' 이미지에 돌이키기 어려운 균열을 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은 이를 명분 삼아 중국 보조금 지원 제품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만을 향하는 세계…'하나의 중국' 외교벽의 균열]
대만 문제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5월 한 달 동안 이스라엘 의원단, 파라과이 대통령, 독일과 프랑스 의원단, 미국 방산업계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대만을 방문했다.
특히 프랑스 정치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대만을 “사실상의 국가(de facto state)”라고 언급한 것은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베이징은 여전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국제사회에서는 대만과의 정치·안보 접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외교적 방어선이 서서히 균열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랑외교의 청구서…중국이 잃고 있는 것은 '전략적 공간'이다]
2026년 5월 국제정세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포위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중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공들여 구축했던 전략적 완충지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중국과 경제 협력을 유지하면서 안보 문제에서는 중립을 지키던 국가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일본, 필리핀처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조차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에서 점차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상대해야 하는 대상도 달라졌다. 더 이상 특정 국가가 아니다. 중국의 행동에 대한 경계심이 국제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형성된 새로운 전략적 연대가 베이징 앞에 나타나고 있다.
전랑외교는 중립국들을 선명한 견제 세력으로 바꾸어 놓았고, 남중국해에서의 강압적 행동은 필리핀을 미국 동맹의 최전선으로 이동시켰다. 러시아와의 '한계 없는 파트너십'은 유럽과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훼손했다. 각각의 선택은 당시에는 힘의 과시처럼 보였지만, 그 결과는 중국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형태의 국제 공조를 만들어 냈다.
시진핑은 오랫동안 "동쪽이 뜨고 서쪽이 진다(東升西降)"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26년 5월 세계가 보여준 모습은 다른 그림이었다. 서방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다시 결집하고 있었고, 중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했다고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전략적 견제를 받는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결국 지금 베이징을 압박하는 것은 군함 몇 척이나 미사일 몇 기가 아니다.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선택해 온 강경 외교와 힘의 정치가 만들어낸 결과, 즉 스스로 좁혀버린 전략적 공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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