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일곱 번째 정상회담을 열고 미중 경쟁 속 전략적 공조와 다방면의 경제 외교적 협력 방안을 조율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6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지난 2019년 6월 이후 약 7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시 주석의 국가주석 취임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이후 두 번째로 이루어지는 방북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리는 이번 일곱 번째 북중 정상회담은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양국의 이해관계를 결속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중 전략 경쟁과 북러 밀착 등 다변화된 대외 환경 속에서 북중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재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지난 달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서방 중심의 단극 체제를 비판하고 "다극화 세계질서 구축과 국제관계 민주화"를 강조한 바 있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 지속적으로 반발해 온 북한 역시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북중러를 잇는 강력한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다지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가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의 군사·안보적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격상될지 주목된다. 무력 침공을 당할 때 즉각 자동 군사개입을 규정한 이 조약은 냉전 이후 상징적 의미로 퇴색했으나,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새로운 조약을 맺으며 군사협력을 제도화한 만큼 중국과의 관계도 현시점에 맞춰 재정비하려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북러 밀착 국면 속에서도 북한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며, 북한은 중국을 통해 추가적인 경제적·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셈법이다.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 역시 핵심 의제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남측을 교전 상대로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론'의 배경을 설명하고, 고도화된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설득하며 사실상 중국에 핵 보유국 지위를 묵인해달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방북 발표 직전에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새 핵시설' 방문을 전격 보도한 것도 회담 전 핵 능력을 과시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해 온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북한의 입장을 수용할지가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중국의 북핵 기류는 최근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한반도 중재 요청에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양국 간 온도 차가 드러났으며,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비핵화 대신 대북 제재 반대 입장만 담겼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반도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회담에서도 공식 발표나 합의문에서 비핵화 언급을 생략하는 등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제 협력 분야에서는 양국의 실질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접경지역 개발과 물류 인프라 확충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중 교역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여객열차와 항공 노선이 재개된 만큼, 두 정상은 지역 발전과 교역 정상화를 가속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동해로 나아가는 안정적인 해상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지린성 훈춘발 두만강 하류 수로 이용 및 출해권 확보 문제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베이징 정상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1991년 체결한 국경 동부 구간 협정에 따라 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북한도 나선경제특구의 개발과 물류 인프라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어 두만강 하류 수로 개방과 나선항 활용 확대는 양국 모두에게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완공 후 방치되었던 신압록강대교의 정식 개통 문제나 중국인의 북한 관광 확대 조치 등 구체적인 경제 활성화 방안들이 폭넓게 조율될 것으로 예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