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하마스 연쇄 제거가 던진 메시지…이란 지도부 '생존 공포]
이스라엘이 하마스 알카삼 여단 신임 군사 수장 모하메드 오데를 제거했다. 열흘 만에 또다시 이어진 지휘부 제거는 단순한 전술적 성과를 넘어, 이란이 40년 동안 구축해온 '저항의 축' 전체를 겨냥한 압박으로 읽힌다. 특히 하마스·헤즈볼라·후티를 연결해온 대리전 네트워크가 통신·자금·인맥 붕괴를 겪는 가운데,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는 생존 불안과 권력 균열까지 확대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CBS News는 27일,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 알카삼 여단 신임 수장 모하메드 오데를 전날 가자시티 공습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며 “카츠 국방장관과 네타냐후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10월 7일 학살을 주도한 모든 이들을 제거하겠다고 다짐했으며, 그들은 어디에 있든 모두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다’라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CBS News는 이어 “오데는 알카삼 여단 수장 취임 이전 하마스 군사정보 부문 수장을 역임했으며, 수개월에 걸친 이스라엘의 지휘부 타격 이후 하마스 고위 군사 지도부 내 마지막 생존 고위급 인사 중 한 명으로 평가됐다”며 “그는 2023년 10월 7일 공격 준비 과정에서 가자 국경 인근 이스라엘군 기지에 대한 정보 수집과 이스라엘 가자 사단의 취약점 파악 임무를 총괄한 핵심 인물이었다”고 짚었다.
[40년 투자 '저항의 축', 그 구조적 의미와 붕괴의 무게]
오데의 제거가 이란 지도부에 주는 충격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란이 이 대리전 체계에 얼마나 깊이 베팅해왔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이란은 연간 헤즈볼라에만 7억 달러, 후티에 1~2억 달러를 지원해왔으며, 이 자금줄 전체가 저항의 축 네트워크 유지의 물적 토대였다”며 “이 네트워크는 40년에 걸쳐 총 16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구조물로,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직접 위협을 흡수하고 역내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해 설계한 전략적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책포럼도 “이란이 2023년 10월 7일 공격 이후 가자전쟁을 통해 처음으로 '전선 통일' 개념을 실제 구현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정책포럼은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민병대, 예멘 후티, 가자 하마스를 동시에 가동해 이스라엘을 다방면에서 압박한다는 구상이었다”며 “이란은 직접 개입과 그에 따른 대가를 피하면서 대리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스라엘을 멈추게 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이스라엘이 오히려 공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하마스에 투자한 것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었다. 이란의 대리전 전략은 하마스·헤즈볼라 등 각 조직에 대한 무장·훈련을 통해 이스라엘의 역내 지배력에 맞서는 장기 소모전 구도를 형성하고, 이스라엘의 잠재적 직접 공격을 억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가자전쟁과 이란 대리 세력의 연속적인 이스라엘 공격은, 이 전략이 상당 기간 효과를 발휘해왔음을 입증한다.
[통신·자금·인맥, 대리전 관리의 3대 동맥이 끊겼다]
오데 제거로 표면화된 충격은, 사실 훨씬 깊은 차원의 구조적 단절에서 비롯된다. 이란의 대리 세력 관리 시스템은 이미 세 개의 핵심 동맥이 끊긴 상태다.
첫째는 통신망의 절단이다. 2026년 2월 28일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 개시 직후 이스라엘의 이란 통신 인프라 타격으로, 이란 쿠드스군이 베이루트·바그다드·사나의 대리 세력 지도자들과 연결해온 암호화 통신망이 끊어졌다.
둘째는 자금줄의 차단이다. 사이버보안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유닛42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CBI) 디지털 인프라가 개전 직후 72시간 내에 사실상 무력화됐고, 이란의 인터넷 연결성은 전쟁 전 대비 99% 차단됐다. 이는 이란이 해외 대리 세력에 자금을 이전해온 조율된 지휘 구조를 붕괴시켰다.
셋째는 개인적 인맥의 소멸이다. 3월 18일 IRGC 정보국장을 포함한 고위 IRGC 지휘관들의 사망과 부상은, 대리 세력 관리가 실제로 작동해온 핵심 수단인 개인 대 개인의 관계 네트워크 자체를 제거해버렸다. 쿠드스군은 단순한 자금 중개자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각 조직 지도자들과 구축한 인적 신뢰 관계를 통해 대리 세력을 조율해왔다. 그 인맥이 사라진 것이다.
[대리 세력, '테헤란의 명령' 없이 자율 행동 개시]
이 세 가지 단절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지난 3월 발표한 '이란 대리 세력의 귀청 터지는 침묵'이라는 제목의 분석을 통해 “이란 대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 조직들은 운영 역사상 처음으로 자율적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부는 테헤란이 지시했을 수준을 넘는 과잉 행동을 했고, 다른 일부는 눈에 띄게 교전을 거부했다”고 짚었다.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 2026 특별 보고서(Global Terrorism Index 2026)는 이 현상의 이념적 함의를 더 깊이 파고든다. 이 보고서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사령부가 행사해온 중앙집권적 통제가 사라지면서, 대리 세력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자율성을 갖게 됐다”며 “신학적으로도 심각한 함의가 있다. 헤즈볼라 등 여러 대리 조직을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이념적으로 묶어온 '벨라야트 에 파키흐'(이슬람 법학자의 통치) 독트린이 불확실성에 빠졌다. 이란의 대리 세력들은 통일된 지휘 체계 아래서가 아니라, 갈수록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하마스의 경우 이 자율화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란과 달리 수니파 조직인 하마스는 시아파 이념인 벨라야트 에 파키흐에 이념적으로 귀속된 적이 없었고, 관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전략적·재정적 이해관계였다. 미국의 국토안보부가 매월 발행하는 HSToday는 대테러 분석을 통해 “하마스는 이란과의 관계에서 이념적 정렬보다 작전적 정렬이 더 중요했으며, 이란은 엄격한 이념적 순응보다 효율성과 충성도를 우선시했다”며 “그 관계의 물적 기반인 자금과 무기 공급이 차단된 지금, 하마스가 이란의 전략적 지시를 따를 유인은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은신 중 부상 치료…IRGC 연합이 실질적 결정]
이 모든 상황 위에 이란 권력의 핵심 자체가 마비 상태다. 예루살렘 안보외교연구소(JCFA)는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극소수만 아는 비밀 장소에 은신 중”이라면서 “이란은 그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이 모즈타바를 조만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직접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월 말 “이란 지도부가 심각한 의사결정 마비 상태에 처해 있다”고 묘사했으며, “통신 인프라 피해로 인한 피해망상과 내부 권력 투쟁도 보고됐다”고 전했다.
타임지에 기고한 독일 국제안보연구소 방문연구원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전쟁 이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단일한 지배자 중심의 위계 구조로 운영되기보다, 전쟁·외교·내부 경쟁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강경파 연합체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임지는 “이 구조에서 하마스 수장의 연속 제거는 단순한 군사 뉴스가 아니라, 이 강경파 연합 내부의 각 행위자들이 자신의 생존 전략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충격”이라고 짚었다.
뉴스위크도 “IRGC는 2024년 9월 헤즈볼라의 사실상 궤멸, 아사드 정권 붕괴 과정에서의 시리아 철수, 이어진 이스라엘의 12일 전쟁에서의 조직 고위 지도부 참수로 이어지는 연속 타격을 받았다”며 “전문가 알포네는 ‘오늘날의 IRGC는 전성기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화됐다’고 단언했다”고 보도했다.
[IRGC, 모즈타바를 추대했지만…정당성 위기는 진행 중]
로이터 통신은 “IRGC는 모즈타바를 아버지의 강경 노선을 지지할 '유순한 버전'으로 보고 실용주의자들의 반대를 제압하며 최고지도자로 강제 추대했다”며 “이미 막강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던 IRGC는 전쟁 이후 영향력을 더욱 키웠으며, 소식통들은 그가 자신의 임명을 IRGC에 빚졌으며 사실상 '고무도장'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군사적 실권을 장악한 IRGC 체제가 이란의 정당성 위기까지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TRENDS 연구소는 “모즈타바의 임명이 선언으로 계승 문제에 답했지만, 실질적 의미에서의 정당성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누구를 위해 통치하는지, 어떤 독립적인 종교적·대중적 기반 위에 있는지, 공식 정부직을 한 번도 역임하지 않은 인물이 그 직책이 요구하는 권위를 발휘할 수 있는지는 순전히 군사적 지지에 의한 임명으로 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정당성의 공백 속에서 하마스 수장이 열흘마다 교체되는 장면은, 이란의 국내 청중과 역내 파트너 조직들 모두에게 이란이 자신의 동맹을 보호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파국적 정보 실패"…모사드 침투가 드러낸 이란의 민낯]
오데의 제거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맥락이 있다. 미국의 허드슨연구소는 “이스라엘의 연속 참수 작전이 가능한 근본 원인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이란과 그 대리 세력 내부 깊숙이 침투한 정보 역량”이라면서 “2024년 7월 이스라엘이 테헤란 혁명수비대 영빈관 안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사건을 기점으로, 이란 방첩 기관들은 자신들의 보안이 어느 수준까지 뚫렸는지 알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허드슨연구소는 “이 '알 수 없음'의 상태야말로 정보기관이 처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열흘마다 반복되는 하마스 지휘부 제거는 단순한 군사 작전의 성공 여부를 넘어선다. 그것은 이란이 오랜 시간 막대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 구축한 대리전 전략이 근본적 흔들림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특히 통신·자금·인맥이라는 대리전 운영의 핵심 축이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란 지도부는 이제 외부의 군사 압박뿐 아니라 내부 통제력 약화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도부 은신, 의사결정 지연, 대리 세력의 자율화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스라엘이 제거하는 것은 단순한 하마스 지휘관 개인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테헤란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온 영향력의 구조 자체다. 통신망과 자금줄, 인적 네트워크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이란의 대리전 시스템은 중대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 중동은 지금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역내 질서를 떠받쳐온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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