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협상 방해엔 군사 압박…워싱턴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국이 협상 막판 이란 남부를 전격 공습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위권 행사였지만, 실제로는 협상을 흔드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강경파를 향한 강력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 압박과 협상 카드를 동시에 활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이라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6일,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 티모시 호킨스 해군 대령은 성명을 통해 ‘미군은 이란군의 위협으로부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 이란 남부에서 자위적 공습을 실시했다’며 ‘공격 목표에는 미사일 발사 기지와 기뢰를 부설하려 한 이란 선박이 포함됐다’고 밝혔다”면서 “중부사령부는 진행 중인 휴전 기간 동안 자제를 유지하면서도 병력 방어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미군이 이란혁명수비대(IRGC) 선박 2척이 기뢰를 부설하는 것을 목격한 뒤 해당 선박 2척을 모두 제거했으며, 반다르 아바스의 지대공미사일(SAM) 포대도 타격했다”면서 “이번 공습은 방어적 성격”이라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또 이번 공습으로 이란과의 휴전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두 추가 소식통이 밝혔으며, 미 공습은 현재로서는 종료됐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이어 “미군은 혁명수비대(IRGC) 선박 2척이 기뢰를 부설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대응했으며, 이후 미 전투기를 겨냥한 SAM 미사일 기지도 공습했다”고 전하며 “이번 교전이 방어적 성격이고 휴전 파기 시도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다르 아바스 일대 폭발음…이란 "통제 상황"]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반다르 아바스에서 폭발음 세 차례가 들렸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후 별도 성명에서 “반다르 아바스 공항 인근에서도 폭발음이 감지됐고 이란 방공 시스템이 적대적 표적 대응을 위해 가동됐다”고 밝혔다. 이란 메르 통신은 “반다르 아바스 상황이 통제되고 있으며 도시 동쪽에서 폭발음이 감지된 것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BC News는 “이번 공습은 이란 최대 해군 기지가 위치한 반다르 아바스 일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서 “반다르 아바스는 호르무즈 해협 북안에 위치한 이란의 핵심 군사·상업 항구로, 미·이란 간의 해상 분쟁이 집중적으로 벌어져 온 지점”이라고 짚었다.
휴전 기간 동안 일어난 미군의 공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5월 초에도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한 이란의 일련의 '도발적' 미사일·드론·소형 보트 공격을 가해온 이란 군사 시설을 타격한 바 있다.
당시 중부사령부는 “USS 트럭스턴(DDG 103), USS 라파엘 페랄타(DDG 115), USS 메이슨(DDG 87)이 국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란군이 다수의 미사일·드론·소형 보트를 동원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으며, “미 자산은 피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국 왕립해군(UKMTO)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연장을 선언한 이후에도 3척의 상선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리베리아 선적의 그리스 소유 선박이 오만 북동쪽 15해리 해상에서 경고 없이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의 공격을 받아 선교(bridge)에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간은 워싱턴 편…버틸수록 더 불리해지는 테헤란]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26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최후의 분수령에 들어섰다”며 “합의가 매우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협상이 무너질 방법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현재 합의는 95% 가량 완성된 상태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이례적으로 강경하다”며 “이란이 합의를 무산시키려 한다면 미국은 차라리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행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듯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의 실제 속내를 드러낸다. 미국은 조급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 카드가 강해지는 쪽은 워싱턴이고, 벼랑 끝으로 몰리는 쪽은 테헤란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합의의 핵심 원칙을 “농축우라늄을 내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내놓는 만큼 받는다”고 못박았다. “즉각적인 자금 동결 해제도 없고, 선제적인 제재 완화도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악시오스는 “합의의 기본 구조는 2단계”라면서 “1단계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재개방하고 우라늄 농축을 포기해야 하며, 2단계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핵물질을 실제로 회수하며, 이 과정이 완료된 이후에야 이란은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
합의가 아직 공식 서명되지 않은 이유는 ‘문구 문제’ 때문이다. 악시오스는 “이란은 원칙적으로 합의의 기본 틀에는 동의했지만, 정권 내부에서 특정 표현을 두고 계속 이견이 오가고 있다”면서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가 신경 쓰는 단어들이 있고, 그들이 신경 쓰는 단어들이 있다’며 이란의 의사결정 구조가 '느리고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란 내부의 방해 공작이다. 최근 “미국이 예정보다 일찍 제재를 해제하고 이란에 돈을 보낼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는데, 복수의 소식통은 이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한 허위 정보로 보고 있다. 강경파가 협상 테이블 밖에서 별도의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메모리얼 데이 연설에서 “이란, 핵무기 절대 불허”]
이번 공습이 이뤄진 날,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에서 전사한 미군을 추모하며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픽 퓨리 작전에서 우리는 13명의 소중한 영혼을 잃었다. 이 놀랍고 특별한 분들은 세계 최대의 테러 후원국이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 마디 더.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읽는 가장 정확한 기준은 명분이나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냉혹한 힘의 역관계와 지표다.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여유는 단순한 심리전이 아니다. 이는 철저하게 계산된 보수주의적 현실주의 외교의 발로이자,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전략의 승리다.
여기에 이란의 군사적 기반은 이미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미국 고위 관계자의 평가처럼, 최근의 군사적 타격으로 이란의 군사력 투사 능력은 두 달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됐다. 체제 전복의 핵심 무기였던 탄도 미사일 제조 산업 기반은 잿더미가 되었고, 전략적 선택지는 완전히 봉쇄됐다. 아무리 방송을 통해 결사 항전을 외친들, 정밀 타격에 녹아내린 군사적 실체와 좁아진 작전 반경을 숨길 수는 없다.
결국 이번 협상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있느냐다. 미국은 기다릴 수 있지만, 이란은 기다릴수록 더 많은 것을 잃는다. 군사력은 약해졌고 경제는 흔들리고 있으며 내부 균열까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다. 상대의 시간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쪽만이 할 수 있는 전략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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