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군 휴가 취소·급유기 52대 집결…백악관 안보회의 밤샘 가동]
백악관이 사실상 전시 사령부로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들 결혼식 참석까지 포기한 채 백악관으로 복귀했고, 핵심 안보팀과 이란 추가 타격 여부를 놓고 연쇄 긴급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미군은 연휴 계획까지 취소하며 중동 전력 태세를 강화했고,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는 공중급유기 52대가 집결했다. 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전쟁 준비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CBS News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 업무와 관련된 사정’으로 이번 주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바하마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면서 “원래 그는 뉴저지 골프장에서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보낼 계획이었지만, 돌연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정부 업무에 관한 사정’은 이란 관련 군사 대응 준비와 직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사적 행사마저 전격 취소한 것 자체가 상황의 긴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악시오스(Axios)는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핵심 안보팀 전원과 이란에 대한 추가 타격 가능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CBS 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현재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군 당국이 이미 실질적인 전투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했다. 미군과 정보 당국 일부 요원들의 메모리얼 데이 연휴 계획이 공습 가능성에 대비해 취소됐으며, 국방부와 정보 당국은 소집 명단 업데이트에 착수했다.
[위성이 포착한 전쟁 준비…벤구리온 공항, 급유기 52대 집결]
협상 테이블 위의 말과 달리, 군사 현장에서는 전쟁 준비가 착착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물적 증거가 포착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스라엘 최대 민간 공항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미군 공중급유기 52대가 현재 주기(駐機) 중”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이 집결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직전부터 시작됐으며, 당시 약 36대 수준이었다가 4월 초 휴전 선언 이후 47대로 늘었고, 이번 주 들어 52대로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짚었다. 공식적으로는 휴전 상태이지만, 실제 전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FT는 “미군의 급유기 집결이 이란과의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규모가 확대됐다”고 전하며,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배치가 지역 긴장이 재점화될 경우 신속 대응 옵션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짙은 회색의 미 공군 군용기들이 계류장을 빈틈없이 채우면서, 민간 승객은 물론 인근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공중급유기는 장거리 공습의 핵심 자산이다. 전투기가 공중에서 직접 연료를 보충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작전 반경과 체공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린다. 미국은 지난 2월 이란 공습(오퍼레이션 에픽 퓨리) 당시에도 KC-135·KC-46 계열 급유기를 중동 전역에 전진 배치해 미군·이스라엘 전투기의 이란 종심(縱深) 타격(적의 전방 방어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의 깊은 후방에 있는 중심부·지휘부·보급·통신 등 핵심 기능을 타격해 적의 전투지속과 지휘통제를 마비시키는 개념)을 지원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KC-46A와 KC-135R 계열 급유기들은 이스라엘 전투기 F-15I, F-16I, F-35I의 심층 타격과 장시간 체공 임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역할을 했으며, 최대 운용 기간 동안 공중에서 이전된 연료는 250만 킬로그램을 넘었다.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 이후 3개월…협상과 공습의 악순환]
현재의 위기를 이해하려면 지난 3개월의 흐름을 되짚어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대규모 연합 공습을 감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대규모의 지속적인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로 명명한 이 공습에서 미군 전사자도 발생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도 이 공습에서 사망했으며,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미군 기지에 대한 대규모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맞받아쳤다.
이후 양측은 극적인 협상과 무력 충돌을 반복했다.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은 2주간 정전에 합의했으며, 이슬라마바드에서 직접 회담도 열렸다. 그러나 이슬라마바드 회담은 21시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프로그램 문제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 없이 끝났다. 이후에도 정전 위반 사례가 이어졌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단행했다.
5월 들어서도 긴장의 실타래는 풀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 중’이라며 예정됐던 군사 타격을 일단 보류했다. 그러나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이 평화 협상이 임박했다며 군사 행동을 잠시 미뤄달라고 설득한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 없이 해결할 수 있다면 나도 기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과거에도 협상 여지를 주겠다고 했다가 실제 공습을 강행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최종 결정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심 쟁점: 호르무즈 해협과 농축 우라늄]
현재 협상의 최대 난제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핵 문제다. 2026년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사실상 중단됐으며, 이 해협은 세계 무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수로다.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합의 타결의 좋은 신호가 있다”면서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통행료를 영구적으로 부과하려 한다면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 어느 누구도 통행료 시스템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그는 못 박았다.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의 발언은 협상이 얼마나 교착 상태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몇 번의 방문이나 협상으로 반드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외교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당사자들은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핵 파일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하며 사실상 즉각적인 타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한편 Axios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란 핵프로그램 제한, 미국 제재 해제를 30일 내에 협상하는 내용의 1페이지짜리 양해각서(MOU) 초안을 놓고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당국자들과 직간접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백악관은 전쟁 발발 이후 이 합의에 가장 근접한 상태라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가에이 대변인의 발언은 테헤란이 아직 이 틀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공화당 강경파 "끝장을 내야"…이란은 보복 경고]
공화당 내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 공세를 재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공화·미시시피)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산을 규정할 순간에 와 있다. 그의 본능은 이란에서 시작한 일을 끝내는 것이었지만, 지금 그는 종이 한 장짜리 가치도 없는 협상을 추구하라는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또한 “사령관은 미국의 숙련된 군대가 이란의 재래식 군사 역량을 완전히 파괴하고 해협을 다시 여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현재의 외교적 노력이 ‘약함의 인식’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아칸소)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지난 여름 공습으로 핵 인프라 전체를 파괴했지만, 이들이 핵 야망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일을 끝내야 하고, 우리가 공해상의 자유 항행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란은 단호한 보복 의지를 천명했다. 이란 반관영 통신 타스님 뉴스는 이란 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어떤 군사적 우위에 이르는 길도 막혀 있다는 것을 안다. 미국이 과도한 요구와 구실 만들기,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1년 안에 세 번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이번에는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새로운 장비, 새로운 표적, 새로운 전쟁 전략을 갖추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쟁의 또 다른 그림자: 글로벌 경제와 외교 지형]
이란 전쟁은 군사·외교 차원을 넘어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세계 교역에서 비료의 최대 30%가 이 해협을 통해 운반되고 있으며, 에너지 시장 불안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재 국가 파키스탄은 이란과 9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어 에너지 위기에 직격탄을 맞았으며, 중재에 실패했다는 실망감, 이란의 동맹국인 러시아의 미온적 태도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국제 외교 지형은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안에라도 이란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공습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상태다. 벤구리온 공항을 가득 채운 52대의 급유기, 연휴 계획을 취소한 군 장병들, 아들 결혼식을 포기한 채 백악관 집무실에 머무는 대통령—이 모든 장면은 공격 명령이 이미 임박해 있음을 시사한다. 공이 다시 테헤란으로 넘어간 지금, 세계는 백악관의 최종 결단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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