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로켓군 숙청부터 방산기업 붕괴까지… 흔들리는 시진핑 군사굴기]
중국이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며 군사굴기를 외쳐왔지만, 실제 내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핵미사일 연료통에는 물이 들어갔고, 군수기업 장부에는 가짜 숫자가 쌓였다. J-20 스텔스기 개발 핵심 인물과 방산기업 수장들까지 줄줄이 낙마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구조적 부패가 군사 현대화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거대한 군사대국을 향한 시진핑의 야심이 내부 부패라는 치명적 약점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의 매일경제신문은 “'중국 군수 1호 회사'로 불리던 지화(際華)그룹의 4년 회계 사기 사건은 단발성 스캔들이 아니다”면서 “로켓군 미사일 연료통에 물을 채운 비리, J-20 스텔스기 설계 총책의 비위 수사, 항공 방산 총수의 사형 선고까지, 중국 군수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부패가 수십 년째 만연해 있으며, 이것이 인민해방군(PLA)의 실제 전력 유지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국제 사회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매일경제는 “사건의 심각성은 단지 금액 규모에 있지 않다”며 “지화그룹은 중국군과 무장경찰 피복 조달에서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해 온 핵심 군수 공급망의 근간이었는데, 군복과 방호장구, 야전 보급물자를 납품하는 기업이 수년 동안 실적을 허위로 포장해왔다는 사실은, 군수 조달 전반의 데이터 신뢰성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핵미사일에 물을': 로켓군 붕괴의 충격]
지화그룹 스캔들이 군수 보급 체계의 부패라면, 2023년 폭발한 인민해방군 로켓군(PLARF) 비리는 중국의 핵전력과 억지력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더워존(The War Zone)은 “2023년 중반 중국 당국은 로켓군 지도부 교체를 발표하고 군사장비 조달과 관련된 부패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 숙청의 배경에는 일부 핵미사일 연료통에 실제 연료 대신 물이 채워졌다는 미 정보 당국의 평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미 정보당국은 중국 서부에 건설된 미사일 격납고 덮개(사일로 리드)가 구조적으로 불량하게 제작돼 미사일 발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며 “이 평가는 시진핑의 핵전력 현대화 정책이 내부적으로 훼손됐을 가능성, 나아가 로켓군의 능력에 대한 내부 신뢰도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고 전했다.
결과는 가히 전례 없는 인사 대격변이었다. 2023년 7월 이후 국방부장 리상푸(李尚福), 로켓군 사령관 및 정치위원, 다수의 장성급 장교와 방산 업계 지도자 등 약 15명의 군 및 방산 고위 관료가 시진핑에 의해 숙청됐다. 같은 해 12월 27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로켓군 관련 인사 다수를 포함한 9명의 고위 간부를 이유 설명 없이 제명했다.
주목할 점은, 2023년 숙청된 인물들 중 상당수가 핵·재래식 지상발사 미사일 사업을 관장하던 고위직이었다는 것이다. 군비통제협회(ACA)는 “이러한 일련의 숙청이 미사일 신뢰성과 전비태세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고 분석했다.
로켓군 스캔들은 개별 사건이 아닌 중국 군 최고 지휘 체계의 구조적 균열을 보여주는 징후였다. 2022년 이후 중앙군사위원회(CMC)는 고위 지도부의 격변을 거듭 겪었으며, 그 주된 원인은 인민해방군에 만연한 부패였다. 이전에 장비개발부를 이끌다가 CMC 국방부장으로 임명된 리상푸(李尚福) 장군은 무기 조달 관련 부패 혐의로 2023년 10월 해임됐다. 2023년 12월 새 국방부장으로 임명된 둥쥔(軍) 제독은 CMC 위원에는 선임되지 않았는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2024년 11월에는 CMC 정치공작부 주임 먀오화(苗華) 제독이 부패 혐의로 직무 정지를 당했다.
미 국방부의 2025년 보고서는 “2022년 10월 당대회에서 선출된 42명의 군사 중앙위원 중 8명, 즉 19%가 이미 해임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었다”며 “2023년 로켓군 및 미사일 산업 관련 대규모 숙청에 이어 2024년에는 핵산업, 조선업, 항공 분야로 조사가 확대됐으며, 공식 조사를 받는 국유 방산기업 수장의 수는 2023년 3명에서 2024년 6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며 이 추세를 수치로 명확히 정리했다.
2025년 10월에는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허웨이둥(He Weidong, 何衛東)을 포함한 8명의 고위 장성이 부패 혐의로 공산당에서 제명됐다. 허웨이둥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군 지위를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J-20 설계 총책·AVIC 총수 수사: 항공 방산의 위기]
부패의 파장은 2025~2026년 들어 중국 최첨단 항공 무기 체계의 심장부로도 번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5년 1월, PLA J-20 스텔스 전투기의 수석 설계자 양웨이(楊偉)와 항공공업집단(AVIC) 총경리 하오자오핑(郝照平)이 조사를 받으면서 AVIC 웹사이트에서 두 사람의 프로필이 삭제됐다”며 “양웨이는 중국 5세대 전투기 개발을 이끈 핵심 인물이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2026년 3월, 이 사건은 사형 선고라는 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는데, 중국 군용기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는 국유 방산 대기업 항공공업집단(AVIC)의 전 회장 탄루이쑹(譚瑞松)이 뇌물 수수, 횡령, 내부자 거래, 기밀 누설 혐의로 사형에 처해졌다(2년 집행유예)”면서 “6억 1,300만 위안(약 90억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핵심이었으며, 법원은 개인 전 재산을 몰수했는데, 탄루이쑹은 항공 산업에서 30여 년간 여러 직책을 거치며 7억 위안 이상을 부정 취득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짚었다.
SCMP는 “탄루이쑹의 후임 AVIC 회장 저우신민(周新民)도 해임됐으며, 핵무기 연구자 류찬리(劉燦黎)와 국가 핵전력 유일 연료 공급사인 중국핵공업집단(CNNC) 수석 엔지니어 뤄치(羅琦) 역시 전인대에서 동시에 제명됐다”며 “항공·핵·미사일 분야를 총괄하는 최고위 인사들이 연쇄적으로 낙마하면서, 첨단 무기 프로그램의 연속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SIPRI 보고서: 세계가 무장할 때 중국만 역주행]
이 같은 구조적 부패의 여파는 방산 매출이라는 냉정한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5년 12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세계 100대 방산기업 매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 매출은 2024년 우크라이나·가자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힘입어 5.9% 성장해 6,79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그러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만은 유일하게 전체 매출이 감소했으며, 이 역주행을 이끈 것은 바로 중국이었다”고 짚었다. SIPRI는 이어 “8개 중국 방산기업의 합산 매출이 10% 하락한 것이 원인이었고, 그 중에서도 중국 지상전 무기 최대 생산업체 노린코(NORINCO)는 무려 31%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SIPRI는 “같은 기간 일본은 40%, 한국은 31%, 인도는 8% 방산 매출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SIPRI 군비 지출·방산 프로그램 국장 난 티안(Nan Tian)은 “중국의 무기 조달 관련 대규모 부패 의혹이 2024년 주요 계약의 연기 또는 취소로 이어졌다”며 “이는 중국의 군사 현대화 노력 상황과 새로운 능력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을 심화시킨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중국 국방예산이 30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는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이다. 예산은 늘어나지만 방산 기업의 실질 매출과 무기 계약은 줄어드는 역설적 현상이 구조적 부패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IISS·펜타곤의 경고: “지휘 구조, 실전능력에 심각한 공백”]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미 국방부도 이 문제를 2027년 대만 침공 역량 평가와 직결해 분석하고 있다. IISS는 2026년 연례 군사균형(Military Balance) 보고서에서 “중국의 계속되는 군사 부패 숙청이 지휘 구조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하고 있으며, 인민해방군의 빠른 현대화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며 “"조직적 관점에서 공석이 채워지기 전까지 인민해방군은 지휘 구조에 심각한 결함을 안은 채 운용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미 국방부의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시진핑의 광범위한 숙청이 미사일 프로그램 등 핵심 현대화 사업을 교란시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이번 지화그룹 사태를 단순 회계 비리가 아닌 전략적 문제로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군수 체계의 특성 때문이다. 현대전에서 전투 지속 능력의 핵심은 병력과 무기 못지않게 안정적인 후방 병참 보급에 있다. 피복과 방호장구를 납품하는 군수기업이 수년간 실제와 다른 재고·생산 능력을 보고해왔다면,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실물 자원의 규모를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게 된다.
로켓군 미사일 연료통의 물, AVIC 회장의 30년 치 뇌물, 지화그룹의 허위 장부는 서로 다른 군수 영역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하나의 공통된 구조를 가리킨다. 감시와 책임 없이 거대한 예산이 집행되는 폐쇄적 군사-산업 복합체에서 각 행위자는 실제 성과 대신 숫자를 꾸미는 쪽이 더 안전하다고 학습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면서도 그 돈이 실제 전투력으로 전환되지 않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다.
SIPRI는 “방산 계약 지연, 재정 압박, 수출 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베이징의 군사 현대화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27년을 대만 강압 또는 점령 능력 달성 시한으로 설정했던 기존의 분석 전망을 수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전직 CIA 중국 분석관 조너선 친(Jonathan Czin)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에 “그 규모와 범위를 보면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이 군수 비리를 색출하는 동시에 충성도를 확인하는 정치적 도구로도 기능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의도로 진행되든, 핵심 방산 인재의 연쇄 낙마, 무기 계약의 연쇄 지연, 군수 공급망의 신뢰 붕괴는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려운 손상을 남긴다. 결국 문제는 돈이 아니다. 숫자로 꾸며진 군사력은 전쟁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중국 군사굴기의 가장 위험한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