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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 베이징서 굴욕당했다…23시간 방중의 처참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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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 베이징서 굴욕당했다…23시간 방중의 처참한 결말 역점 사업 '시베리아의 힘 2'…약속도 못 받은 푸틴 2026-05-2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역점 사업 '시베리아의 힘 2'…약속도 못 받은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직후 긴급히 베이징을 찾았지만, 가장 절실했던 경제 돌파구는 끝내 손에 넣지 못했다. 러시아 경제의 미래가 걸린 초대형 에너지 프로젝트 '시베리아의 힘 2'는 또다시 결론 없이 미뤄졌고, 중국은 전략적 연대는 강조하면서도 실질적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23시간 방중은 중러 밀착보다 오히려 두 나라 사이 힘의 비대칭 구조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 회담이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푸틴 대통령은 이란전(戰)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교란이 마침내 자신에게 협상 지렛대를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그는 빈손으로 중국 수도를 떠나야 했다”면서 “이번이 25번째 방중이었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달랐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난 지 나흘 만에 베이징으로 날아온 푸틴을 공항에서 영접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아닌 왕이 외교부장이었으며, 이러한 장면은 트럼프가 3일간 최고 예우 속에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까지 들어가 차담을 나눈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고 보도했다.


채텀하우스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의 티모시 애쉬 연구원은 “이번 방문이 대체로 현상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테무르 우마로프도 “푸틴은 이번 방문으로 무언가를 달성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베이징과 모스크바 사이의 외교적 전통의 일부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번 방문이 연대 과시보다는 정보 수집에 가까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구축 합의가 나오자, 미중 간 어떤 전략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스크바가 직접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을 놓고 "매우 상세하게" 논의하겠다고 사전에 예고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에너지 분야의 돌파구 없이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CNBC는 “이는 모스크바에 분명한 타격”이라면서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야말 반도의 가스전에서 몽골을 경유해 중국 북부까지 연간 최대 5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가스 판매에서 잃은 수입을 만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1600마일(약 2575㎞), 15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였다”고 짚었다.


협상 교착의 핵심은 가격이다. 회담 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핵심 조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지만, CNBC는 “중국은 러시아 가스에 대해 극히 낮은 가격을 원하고,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기를 꺼리고 있다”며 “일부 세부 사항은 아직 더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밝혀 협상이 사실상 좌초되었음을 밝혔다. 


CNBC는 이어 시베리아의 힘 1도 완성까지 20년 이상 걸렸고, 중국은 가격 협상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두 번째 파이프라인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며, 모든 패는 중국의 손에 있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이란 전쟁이 역설적으로 시베리아의 힘 2를 영구히 무산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안보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이 오히려 다양한 공급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러시아가 기대했던 '이란발 에너지 불안'이라는 협상 카드는, 중국의 에너지 다변화를 오히려 가속시키는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동등한 파트너십은 없다"…구조적 비대칭 적나라하게 드러나]


SCMP는 양국은 무역·교육·기술·원자력 안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40건이 넘는 협약에 서명하고 전략적 단합을 과시했지만 정작 핵심인 파이프라인에서는 공개적 돌파구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40건 중 절반 이상이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로, 실질적 이행 의무가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SCMP는 “2025년 9월 가즈프롬과 중국 측이 시베리아의 힘 2에 관해 서명한 양해각서도 러시아 당국자들에게 '주요 돌파구'로 포장됐지만, 구속력 있는 최종 합의는 아니었고 협상은 사실상 공중에 떠 있는 상태가 지속됐다고 짚었다.


결국 이번 방문이 남긴 가장 뚜렷한 흔적은 두 나라 사이의 힘의 불균형이다. CNBC는 러시아가 중국 무역·기술·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면서, 크렘린이 한때 '동등한 파트너십'이라고 불렀던 관계는 훨씬 비대칭적인 구조로 변질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지만, 러시아는 중국 전체 무역에서 약 4%에 불과해 관계는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보니 중국은 러시아를 잃는다해도 충격이 제한적이지만, 러시아가 중국을 잃는다면 경제는 즉각 숨통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CNBC는 이어 러시아가 중국에 경제·기술 분야에서 도움을 줄 능력 자체가 없다는 근본적 비대칭이 문제라면서 러시아 시장은 잠재적인 2차 제재 위험까지 감안하면 중국 기업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고, 서방 수출 통제를 우회하는 데도 모스크바는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이후 러시아는 자동차에서 5G 네트워크까지 오히려 중국 기술에 의존해왔다. 한편 러시아 내에서는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을 위한 스파이 혐의로 군사 프로그램에 관여한 러시아 과학자 여럿이 투옥됐고, 러시아 정부 역시 베이징에 대한 비대칭 의존이 심화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외교·안보 분야 세계 최정상급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전략적 정렬이 비대칭과 불신을 지운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알자지라는 그럼에도 이 관계가 완전히 일방적이지는 않다는 시각을 함께 소개했다. 알자지라는 러시아는 격동하는 세계에서 점점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한다며 “해상 무역로가 취약한 상황에서 광대한 에너지 자원에 대한 안전한 육상 접근권이 그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그 가치를 결정하는 가격 협상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구조적 열위는 변하지 않는다.


[내우외환…푸틴 지지율 전쟁 이후 최저치 추락]


이번 방중은 푸틴이 국내에서도 심각한 압박을 받는 시점에 이루어졌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VTsIOM)에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올해 초 77.8%에서 4월 말 65.6%로 7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이 여론조사 기관(VTsIOM)은 이 같은 급락 이후 5월부터 조사 방법론을 전화 인터뷰에서 전화·방문 혼합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는데,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를 수치 관리 시도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지지율 65%대라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매우 높은 지지율이라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일당독재 국가인데다 비판언론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 또한 강압적 분위기가 팽배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조사임을 감안한다면 그런 가운데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포춘(Fortune)지는 우크라이나의 맹공격과 경제 역주행 속에서 푸틴이 러시아 국민을 잃어가고 있다푸틴 스스로도 올해 1~2월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음을 인정했으며, 전선에서는 2024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군이 지난달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점, 지지율 하락과 전선 교착, 경제 수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베이징 방문마저 빈손으로 끝난 것은, 푸틴에게 대내외적으로 모두 곤혹스러운 결과라고 짚었다.


[외신의 냉정한 시선…무게중심은 이미 베이징으로 이동]


글로벌 유력 경제 매체들과 외신들은 이번 중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매우 냉소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타전하며, 향후 양국 관계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짚어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자국의 대중국 가스 수출량을 현재보다 두 배 이상으로 대폭 늘려 경제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열쇠인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 협상에서 수년째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정상회담 직후 기사에서 '푸틴,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진핑의 승인 얻는 데 실패'라는 노골적인 헤드라인을 걸고, 이 파이프라인이 무산됨으로써 연간 500억㎥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중국 시장에 덤핑으로라도 넘기려던 러시아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두 매체 모두 이번 회담을 통해 중러 관계의 모든 주도권과 칼자루는 가스 공급자인 러시아가 아닌, 철저히 시장을 쥐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했다.


이번 23시간 동안의 짧고 굴욕적인 방중이 남긴 최종 결론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사면초가에 몰린 러시아에게 중국은 체제 유지를 위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생명줄이자 버팀목이지만, 거대한 경제 체급을 바탕으로 서방과의 관계도 저울질해야 하는 중국에게 러시아는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외교·경제적 선택지 카드 중 하나일 뿐이다.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의 초라하고 제한적인 결과는 중러 관계의 극적인 전략적 '변화'가 아닌 냉혹한 '현상 유지'를 의미할 뿐이며, 두 나라 관계의 무게중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스크바의 손을 떠나 베이징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 성명서에 적힌 화려한 '우정의 언어'와 수많은 양해각서 종이뭉치만 챙겨 쓸쓸히 모스크바로 돌아갔지만,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작 간절히 원했던 실질적 경제 돌파구는 끝내 손에 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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