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방중 직후 평양행 추진…한반도 외교 판도 흔드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다음 주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한 직후라는 점에서 단순한 북중 친선 방문이 아니라 미북 대화 재가동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다시 한반도 외교의 중심으로 복귀해 트럼프·김정은 회담까지 주선하려 할 경우, 한국이 외교 구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한국 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복수의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한국 정부 소식통은 ‘우리는 시진핑 주석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 달 말 또는 6월 초에 방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SCMP, 미국 타임지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하며 방북의 배경과 목적을 심층 분석하고 나섰다. 타임지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국빈 방문 계획이 진행 중이며, 중국과 북한은 일본의 새로운 군국주의에 맞서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문이 실현된다면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의 중국 국가주석 방북이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자체가 역사적으로 드문 일인 데다, 최근의 동북아 외교 지형 변화와 맞물려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감지된 사전 준비 작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달 방북에 이어 시진핑의 경호 인력과 의전 담당자들이 최근 평양에 입국한 사실을 방북 임박의 근거로 지목했다. 우리 채널도 당시 왕이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단순한 북중관계 개선보다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왕이 부장의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전략적 소통을 증진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자신의 지난해 방중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외교가에서는 이 발언이 사실상 시진핑의 답방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전문지인 더 디플로맷은 “왕이의 방북은 중국의 전략적 포지셔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외교적 행보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역사적 선례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은은 2018년에도 트럼프와의 싱가포르 첫 회담에 앞서 중국을 방문해 입장을 조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이번에도 미북 외교의 중심에서 주도적 역할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중정상회담의 '후속 외교'…미북 중재자 가설 급부상]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은 시진핑의 방북이 단순한 친선 방문을 넘어 미북 대화를 직접 주선하려는 전략적 목적을 지닌 것 아니냐는 점이다. 한국 정부의 별도 소식통은 시진핑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를 중재하려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가설의 근거는 최근의 외교 일정에서 직접 찾을 수 있다. 미국 통신사인 UPI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5월 14~15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으며, 이 내용은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 공식 명기됐다”며 “하지만 양측이 회담 직후 대북 관련 세부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그 이면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고 짚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시 주석과 북한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아시다시피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요즘 꽤 조용히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북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북한의 소극적 태도를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도 읽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김정은 만남 주선해 한반도 주도권 굳히기”]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의 방북 목적이 단순한 중재를 넘어 트럼프와 김정은의 직접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물의 막후 설계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중국 공산당의 학습시보 편집장이었던 덩위원(邓聿文)은 이미 이 구도를 명확히 예측한 바 있다. 그는 “김정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면, 중국은 기꺼이 평양과 미국 사이의 중개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바로 북한 카드를 꺼내들 때”라고 밝혔다. 당시의 분석이 2026년 현재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더 디플로맷은 “베이징은 안보·경제·외교 등 복수의 분야에서 병렬적인 이니셔티브들을 조율해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협상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성사될 경우, 그 막후 조력자로 중국이 부각되는 것은 베이징으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미북 관계에서 제한적인 진전이라도 이루어질 경우, 중국이 그 과정에서 지원 역할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베이징의 한반도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선택: 한국은 배제, 중국만 신뢰]
이 국면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핵심 변수는 김정은 자신의 전략적 선택이다. 유로뉴스(euronews)는 “김정은은 이미 한국을 미북 대화의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며 “김정은은 올해 2월 노동당 제9차 대회 결론 연설에서 북한에는 ‘최대 적대 세력’인 한국과 ‘아무런 거래도 없을 것’이라며 ‘한국을 동포의 범주에서 영구히 배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밝혔다.
같은 연설에서 김정은은 한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차단하며, “남북 관계는 완전히 끊겼으며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적대 정책을 철회한다면 잘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미북 직접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더 디플로맷은 2026년 북한의 대전략을 분석하면서 “평양은 서울을 전략적으로 배제한 채 워싱턴과의 고위급 회담을 위한 공간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모든 한반도 외교가 한국을 경유하지 않고 미북·북중의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38노스는 “이 맥락에서 김여정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기만적 소극’이라고 공개 비난하며, 한미 연합훈련과 핵협의그룹(NCG) 운영, 한반도 전체 영토에 대한 주권을 명시한 헌법 조항 등을 한국의 진짜 적대적 의도가 담긴 증거로 제시했다”면서 “한국이 아무리 대화를 촉구해도 북한이 귀를 닫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리스판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Responsible Statecraft)는 “한국의 어떠한 외교적 이니셔티브도 미국과의 정책 조율을 우회할 수 없다는 현실이 남북 대화의 전망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북한은 한국의 선의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결국 김정은 입장에서 중국은 한국을 우회해 미국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하고 안전한 통로다. 베이징이 미북 대화의 중개자가 되는 것은 시진핑의 전략적 야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김정은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구도이기도 하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외신들은 2026년의 외교 지형이 2019년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한다. 2019년 6월에도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를 만나기 불과 열흘 전에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분석가들은 시 주석이 이 방북을 대미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봤으며, 베이징은 미중 회담 전에 북한과의 입장을 미리 조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중국이 북한과 미국 간의 불신의 악순환을 끊는 데 독보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인 루차오(呂超)도 “중국은 한반도 안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강대국이며 중재자 역할을 진지하게 수행한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7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방중에 이어 푸틴 방중, 그리고 예고된 시진핑의 방북으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 외교는 2019년 G20 정상회의 직전 시진핑의 평양 방문과 현재 외교 흐름이 유사하다는 점도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략적 셈법: 일본 군사화 대응과 한반도 주도권 복원]
시진핑의 방북에는 미북 중재라는 목적 외에도 동북아 안보 구도 재편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전략이 깔려 있다. 타임지는 “시진핑의 이번 행보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이 60년 만에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개헌까지 추진하는 등 군사적 노선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대응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더 디플로맷도 “팬데믹 기간과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던 시기에 베이징의 대 평양 영향력이 약화된 반면, 2026년 초 항공·철도 노선 재개는 한반도의 외교 흐름이 중국 없이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방중, 푸틴 방중, 그리고 예고된 시진핑의 방북으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 외교는 강대국들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질서를 새롭게 조율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시진핑이 평양에서 김정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트럼프·김정은 회담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것인지가 이후 동북아 외교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미래가 다시 강대국들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 결정되는 구도가 재현된다면, 한국은 가장 큰 이해당사자이면서도 가장 늦게 결과를 통보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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