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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버려지는 건가?” 푸틴이 베이징으로 급히 날아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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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버려지는 건가?” 푸틴이 베이징으로 급히 날아간 이유? 트럼프 방중 직후 달려온 푸틴…러시아 뒤덮은 ‘G2 소외 공포’ 2026-05-21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방중 직후 달려온 푸틴…러시아 뒤덮은 ‘G2 소외 공포’]


지난 19일 자정이 다 된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수도공항에 내렸다. 공항에는 삼군 의장대와 깃발을 든 청년 수백 명이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외형은 화려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과 비교했을 때, 영접 인사의 급이 달랐다. 트럼프 방중 당시에는 사실상 국빈급 초대와 별도 환영행사가 집중됐던 반면, 푸틴 방문은 익숙한 전략 파트너 간의 실무 성격이 더 강했다. 전용기 계단을 내려오는 푸틴의 머리 위에는 차양이 설치돼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무인기 위협에 대한 러시아 측의 안보 요구가 높아진 탓이다. 화려한 의전 속에서 중러 관계의 미묘한 역학이 이미 그 첫 장면부터 드러났다.


미국의 CNBC는 20일, “베이징은 이번 정상회담에 더 강한 패를 쥐고 임했다”며 “모스크바는 트럼프의 방중 이후 중국이 워싱턴 쪽으로 기울지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그러면서 “푸틴의 불안이 구체적으로 세 가지 구조적 위기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전쟁의 수렁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갈수록 해결하기 어려워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는 보기 드문 대중적 불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푸틴에게 이번 방중은 중국과의 유대를 재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두 번째는 경제 붕괴다. 러시아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4%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의 석유 인프라·수출 터미널 공격과 미국의 제재 면제 유지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다. 


세 번째이자 가장 날카로운 불안은 'G2 소외' 공포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미국과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을 선언하자 크렘린은 즉각 촉각을 세웠다. 그 공포의 근거는 역사에 있다. 1972년 마오쩌둥의 중국과 닉슨의 미국이 손을 잡아 소련을 고립시킨 '역(逆)동맹'의 악몽이 모스크바에는 지금도 짙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파리 몽테뉴연구소의 마티외 뒤샤텔 연구원은 “이번 빽빽한 일정이 오히려 푸틴의 불안을 노출한다”며 “시진핑이 트럼프와의 회담을 더 중시하는 것 아닌지, 그리고 러시아를 주변부로 밀어내는 G2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닌지를 두고 크렘린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단독 보도였다. FT는 “시진핑이 지난주 트럼프와의 베이징 회담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국 후회할 수도 있다’고 직접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중 정상 간 우크라이나 전쟁 등 폭넓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는 중국 지도자가 푸틴의 결정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첫 번째 사례다. 중국 외교부는 이 보도를 ‘순전한 허구’라며 부인했지만, 크렘린의 불안감은 이미 증폭됐다. 푸틴이 베이징으로 향하기 불과 하루 전의 일이었다. 


[중국의 패—강자의 여유인가, 위기의 관리인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시진핑은 겉으로 보기에 여유롭다”며 “트럼프도, 푸틴도 베이징으로 달려왔지만 중국 역시 심각한 내부 위기를 안고 있다”고 짚었다. 타임지는 “중국 경제는 장기 부동산 위기, 취약한 내수, 고착화된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으며, GDP 성장률은 약 5% 수준으로 둔화됐고, 청년 실업률은 19%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안보연구소(EUISS)는 “이란 전쟁이 장기화해 에너지 가격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중국의 성장률은 공식 목표치인 4.5~5%를 크게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 방중의 의미가 뚜렷해진다. 유러피언 유니온연구소(European Union Institute for Security Studies)는 “시진핑에게 트럼프와의 회담은 자국 경제를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2025년 10월 한국 부산에서 미중 양국은 일종의 전술적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워싱턴은 펜타닐 관련 관세를 10%p 낮추고 상호 보복 관세를 2026년 11월까지 유예했으며, 베이징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 농산물 구매를 늘리기로 했었는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이 휴전을 공고히 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구도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트럼프의 국빈 방문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를 관리하는 자리였다면, 푸틴의 방문은 오랜 전략적 파트너를 안심시키는 자리”라고 두 회담의 성격을 대비했다. 미중 회담이 대등한 두 강대국의 긴장 관리였다면, 중러 회담은 주인과 손님 사이의 구도가 더 뚜렷하다.


타임(TIME)지는 “중국이 강점을 과시하는 것이 놀라울 수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짚었다. 시진핑은 미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을 동시에 상대하며 '세계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경제적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


[미-중, 중-러... 의전의 격차, 패의 격차]


두 정상회담의 차이는 의전에서도 드러난다. NBC News는 “트럼프 방중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소박한 합의에 그쳤다면, 푸틴의 방문은 양국 간 통상적 교류의 일환으로 보다 실무적인 성격이 짙다”고 규정했다. 또한 알자지라는 “중국이 패를 쥐고 있다”며 이를 더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CNBC는 중·동유럽 전문가 안드리우스 투르사의 견해를 인용해 “중국의 지원은 러시아의 경제적 압박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군사적 후퇴 속에서 푸틴에게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NATO는 이미 중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지목한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불균형은 수치로도 명확하다. CNBC는 “중국은 러시아 수출 수입의 30%, 수입 총액의 40%를 차지하는 사실상의 경제 생명선”이라면서 “반면 러시아가 중국의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의 3%, 수입의 5%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런던경영대학원(LBS) 학장 세르게이 구리예프는 CNBC에 “러시아에게 이번 방문은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는 기술, 소비재, 제조업에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EU를 잃고 중국으로 무역이 재편됐으며, 지난 4년간 대중 교역량이 두 배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시베리아의 힘 2'—푸틴 최대 현안, 중국은 저울질]


구리예프는 “푸틴이 시진핑과 논의하려는 핵심 거래는 물론 가스 파이프라인”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시베리아의 힘 2'가 완공되면 러시아의 대중 파이프라인 수출이 두 배로 늘어난다중국이 지금껏 이 논의를 미뤄온 것은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해 놨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협상 분위기가 달라졌다. 푸틴은 이달 초 석유·가스 부문에서 매우 실질적인 협력 진전을 이루는 데 합의했다. 이번 방문 기간에 마무리 짓는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직접 말했다. CNN도 중동 불안과 미래의 불안정 위험이 이제 베이징으로 하여금 에너지 안보를 위해 러시아가 더 의존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구리예프는 냉정한 시각을 유지했다. 중국은 충분한 에너지 비축분을 구축해 놨기 때문에 중동 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협상에서 여전히 중국이 갑(甲)의 위치에 있음을 뜻한다.


구리예프가 이 사안을 부정적으로 보는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계산하에 러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꺼리며 새 5개년 계획에도 이 사업을 포함하지 않았다. 러시아 내부의 고질적인 부패와 불안정한 법적 규제 탓에 중국의 실질적인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러시아 애국주의 세력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중국의 '하급 파트너'나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비판과 고통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중국의 계산—'두 트랙'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중국과 세계화 센터' 부사무총장 왕쯔천은 트럼프 방문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푸틴 방문은 오랜 전략적 파트너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에 이 두 트랙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1주일 내에 모두 맞이한 것은 냉전 이후 극히 보기 드문 일이자 베이징이 세계 외교의 중심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이러한 외교적 여유가 내부의 균열을 가리지는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중국은 내수 붕괴와 디플레이션, 청년 실업 19%, 부동산 위기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트럼프와의 관계 안정을 통해 수출 경제를 사수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트럼프를 위해 인민대회당을 화려하게 열었던 시진핑은 이제 그 잔치 자리를 채 치우기도 전에 푸틴을 맞이해야 했다. 이 모든 복잡한 방정식 속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안정,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연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줄타기에 들어갔다.


결국 트럼프가 방중 기간 받았던 황제식 환대와 시진핑과의 장시간 독대는 푸틴에게 심각한 경종을 울렸다.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침체된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예측 불가능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지, 침략 전쟁으로 고립된 러시아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방 세계를 향해 무모한 칼날을 겨눈 독재자 푸틴은 화려한 베이징의 환대 속에서도 동맹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며 깊은 소외감과 초조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의 붉은 카펫은 화려했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은 냉혹했다. 트럼프와의 관계 관리에 사활을 건 중국은 더 이상 러시아만 바라볼 수 없는 처지이고, 전쟁과 제재로 약해진 러시아는 점점 중국에 의존하는 ‘하급 파트너’로 밀려나고 있다. 푸틴이 베이징에서 확인한 것은 굳건한 동맹이 아니라, 언제든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냉혹한 힘의 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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