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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 이어 유럽까지 돌아섰다…중국 ‘최후 출구’ 막혔다 미·유럽 압박 동시 직면한 중국…무역 갈등 전면 확산 2026-05-20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미·유럽 압박 동시 직면한 중국…무역 갈등 전면 확산]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여온 중국이 이제 유럽연합(EU)과도 정면충돌 국면에 들어섰다. 베이징에서 열린 EU·중국 콘퍼런스에서는 중국의 보조금 기반 수출 확대와 구조적 무역 불균형을 둘러싸고 공개적인 설전이 벌어졌다. EU가 중국산 철강에 최고 50% 관세 부과까지 추진하면서, 미국에 이어 유럽마저 중국 견제에 본격 가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7일, “유럽연합(EU) 대표부가 주최한 제2차 EU·중국 콘퍼런스가 열린 이 날, 베이징의 회의장에서는 양측의 외교관, 관리, 학자, 기업인 등 500여 명이 참석하고 온라인으로도 약 5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심한 무역 갈등을 둘러싼 정면 충돌이 발생했다”면서 “'전환점을 넘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회의는 양국 관계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가 되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SCMP는 이어 “특히 'EU·중국 무역 관계, 파트너인가 침몰하는 배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중국유럽상공회의소(EUCCC) 옌스 에스켈룬트(Jens Eskelund) 회장은 현재의 무역 불균형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비유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에스켈룬트 회장은 토론회 마이크를 잡고 현 경제 관계의 실상을 자극적인 어조로 폭로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파트너십도, 침몰하는 배도 아니다. 유럽으로 향하는 400미터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2만 4천 개의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가서, 거의 빈 채로 돌아오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갈수록 악화되는 양측의 교역 구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면서 “중국이 자국 시장의 실질적인 개방을 거부한 채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일방적인 밀어내기식 수출에만 의존하면서 유럽 경제계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비판은 수치로 증명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EU의 대중국 상품 무역적자는 3,599억 유로를 기록하며 전년도의 3,122억 유로를 가볍게 넘어섰다”며 “물량 기준의 무역적자 역시 전년도 4,480만 톤에서 당해 연도 5,810만 톤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물량 기준 무역적자 규모가 무려 5배 이상으로 불어난 수치”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아울러 “EU의 대중국 수출은 6.5% 감소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6.4% 증가하며 교역의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서방 시장의 개방성을 악용해 부를 축적하면서도 자국 시장 개방에는 소극적인 중국식 불공정 무역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SCMP는 “중국 측 패널들이 이러한 유럽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두고 '디커플링'이나 '보호주의'라며 역공을 펼치자 에스켈룬트 회장은 즉각 전면 반격에 나섰다”고 짚었다. 이날 에스켈룬트 회장은 “화성에서 온 사람이라도 단 한 순간만 살펴보면 누가 진짜 보호주의를 하는 나라인지 즉각 알아챌 것”이라며, 지난해 중국산 물량의 유럽 컨테이너 수송량이 17%나 폭증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유럽 시장의 높은 개방성을 강조했다. 


회의의 긴장감은 정책 논쟁을 넘어 거친 감정적인 설전으로까지 번졌다. SCMP는 “수년간 중·유럽 무역 관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추적해온 브뤼겔(Bruegel)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스페인 출신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Alicia García-Herrero)는 중국 측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시장 개방이나 우려 사항에는 전혀 응하지 않으면서, 서방에 대한 책임론 공세와 외교적 결례를 반복하는 행태 자체가 진정성 있는 협상 의지가 결여되어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꼬집었다”며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철저히 자국 기업만을 우대하고 공산당의 통제 아래 경제를 움직이는 모순을 범하고 있으며, 이런 태도가 유럽 내 대중 강경론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 50% 관세 폭탄, 행동에 나선 유럽연합]


유럽의 경고는 단순한 말싸움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무역 제재 조치로 실행되고 있다. 이번 베이징 회의가 개최되기 한 달 전,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글로벌 과잉 생산 문제로부터 역내 제조업 생태계를 사수하기 위해 철강 시장 보호를 위한 잠정 합의를 전격 도출했다.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은 “새롭게 적용될 규정에 따르면 무관세로 수입될 수 있는 철강 물량은 연간 1,830만 톤으로 엄격히 제한된다”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47%나 대폭 축소된 수치로, 더욱이 이 제한 물량을 초과하여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현행 25%의 관세를 50%로 두 배로 대폭 인상해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규정은 본회의 표결을 거쳐 다가오는 7월 1일 본격적인 발효를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이 조치는 전 세계 철강 공급망을 교란하고 있는 중국산 저가 덤핑 물량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비시장적 경제 체제가 밀어내는 과잉 물량을 더 이상 유럽 시장이 흡수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선언이다. 


RFI는 “특히 이번 규정에는 철강의 '용해 및 주조(melt & pour)' 원산지 요건이 새롭게 도입된다”며 “이는 중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철강이 동남아시아나 제3국으로 이동해 단순 가공을 거친 뒤 원산지를 세탁하여 유럽으로 우회 유입되는 경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짚었다. 


RFI는 이어 “수입 철강의 전 공급망을 철저히 추적해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산 제품의 침투를 기술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며 “유럽연합이 이전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장벽과 궤를 같이하는 강력한 무역 장벽을 세우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중국의 반격과 역외관할권 공방]


중국 역시 자신들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는 대신 오히려 서방의 정당한 조사를 방해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 사법부는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의 대표적인 보안장비 기업인 동팡웨이스(Nuctech)의 유럽 사무소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초국적 조사에 대해 '부당한 역외관할권 행사'로 규정하는 공식 법적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국 내 그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유럽의 조사에 협력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행정 명령을 하달했다. 이는 서방의 사법 및 무역 규제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법률적 반강압 카드로, 자국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와 보조금 수령 내역을 은폐하려는 시도다. 


유럽연합이 전면에 내세운 외국보조금규정(FSR)은 비EU 기업이 자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유럽 시장에 진출해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 이를 정밀 조사해 제재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강력한 법적 무기다.


현재 이 규정의 도마 위에 오른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공산당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받으며 세계 시장을 잠식해 온 고속철, 태양광, 풍력, 보안장비 분야의 중국 대기업들이다. 중국은 이를 두고 서방의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지만, 서방 경제계는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당방위라고 반박한다. 


유로뉴스(Euronews)는 이어 “특히 유럽 경제의 버팀목이자 대중국 온건파의 중심이었던 독일마저 대중 무역적자가 870억 유로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기류가 급변했다”며 “베를린 연방의회는 역사상 최초로 중국 전담 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며 경제 안보 차원의 대중국 통제 조치를 조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유럽 이중 포위망과 수출 주도 모델의 한계]


SCMP는 “국제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의 폐쇄적인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서방 기업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지 않는 한, 현재의 대치 국면을 타개할 유인이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며 “서방이 요구하는 무역 재균형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상투적인 언론 플레이만 일삼는 중국의 태도로 인해 중·유럽 관계는 이미 본격적인 무역 전쟁의 하강 곡선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SCMP는 “유화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럽이 미국과 합세해 중국을 압박하는 구도가 완성되면서 베이징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럽마저 강력한 적대 관계로 돌아서는 것은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미국발 고율 관세와 기술 통제로 인해 북미 수출 길이 막힌 상황에서 유럽 시장은 중국이 자국의 과잉 생산 물량을 밀어내고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거대 출구였기 때문이다. 세계 무역의 약 30%를 공동 분점하는 EU와 중국의 결별은 글로벌 공급망의 전면적인 재편을 의미하며, EU 스스로도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리스킹(위험 경감)'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베이징 회의장에서 폭발한 외교적 충돌은 단순한 의견 대립이 아니라, 공산당 주도의 과잉 공급과 수출 만능주의에 기반한 중국식 경제 모델이 전 세계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서방의 소비 시장을 잠식하면서 정작 자국 시장은 통제하는 불공정 무역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의 공통된 결론이다.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을 고수하는 중국이 자신들을 향해 문을 닫아거는 미국과 유럽이라는 세계 최대 양대 경제권을 동시에 상대하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그 구조적 한계에 대한 의문이 글로벌 무역 무대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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