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에 밀린 시진핑, 푸틴 끌어안아 미국 견제 포석]
미·중 정상회담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포스트(WP), 그리고 CNN 등의 반 트럼프 언론들은 매우 비판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반면 의회전문지인 더힐이나 심지어 아랍계 매체인 알자지라 등은 긍정적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움직임은 의외로 다급하다. 트럼프와 회담 직후 푸틴을 베이징으로 부른 시진핑의 행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깊어진 위기감이 동시에 드러났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6일, “시진핑이 관세, 기술 통제, 희토류 등 여러 핵심 문제에서 트럼프에게 맞설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베이징이 이번 회담 개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관찰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이 훨씬 간절히 바라는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도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전략적 구도와 협상 흐름을 조정하고, 중·미 관계를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틀 안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공세가 아닌 현상 유지와 방어적 재편을 위해 회담에 임했다”며 “부동산 침체, 인구절벽, 내수 부진으로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트럼프를 맞이한 것은 선택이 아닌 절박에 가까운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희토류 카드와 양보의 이면: 트럼프가 얼마나 압박했나?]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협의회(CFR)는 “시진핑은 2025년 트럼프의 전례 없는 관세 인상(140% 이상)에 맞서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비상 카드'를 꺼내 결국 트럼프를 압박하기는 했지만 이 희토류 카드가 영원히 유효한 무기는 아니었다”면서 “시진핑으로서는 한계가 분명한 카드였지만 그 외에는 달리 미국을 향해 쓸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결국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얻은 것은 제한적이었다. 시진핑은 트럼프로부터 대만 문제에 관한 양보, 곧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어내려 했지만, 이에 대해 트럼프가 침묵하면서 가장 큰 목표 달성에 결국 실패했다. 이 때문에 시진핑은 트럼프의 미국을 압박할 더 강력한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는데, 그 레버리지가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
[시진핑의 반격 포석: 푸틴을 끌어안아 미국에 맞대응]
시진핑의 관점에서 이번 푸틴 초청은 트럼프의 압박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가 베이징을 떠나자마자 곧바로 푸틴을 불러들이는 것은 미국에 보내는 명확한 신호”라면서 “중국은 미국의 뜻대로만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며, 미·중 관계가 개선된다 해서 중·러 동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인도의 더위크(The Week)는 “이번 회담이 '루틴적 교류'라는 언론의 평가와 달리, 실제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같은 달 양자 회담 형식으로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동시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위크는 이어 “시진핑은 푸틴과의 결속 과시를 통해 트럼프를 향한 외교적 협상력을 더 높이려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불안한 푸틴: 미·중 밀착이 러시아에 재앙이 되는 이유]
시진핑 못지않게 이번 베이징행이 절박한 것은 푸틴이다. 미국의 독립적인 비영리 뉴스 매체인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미·중 관계가 보다 안정되고 예측 가능해질수록 러시아 대통령의 역할과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번 미중정상회담의 결과는 특히 푸틴에게 문제적 이슈”라고 분석했다. 더컨버세이션은 이어 “푸틴이 강대국 위상을 유지하려면 워싱턴과 베이징 양측에 전략적으로 유용한 존재임을 증명하거나, 파괴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과시해야 하는데, 두 방면 모두에서 그의 패가 크게 약해졌다”고 짚었다.
CNBC는 조지타운대 데니스 와일더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는 미·중 관계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면 불안해할 것”이라며 “회담의 한 결과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지원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미국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러시아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계속 유지할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푸틴의 고립과 약해진 패: 우크라, 이란, 군사 퍼레이드 축소]
더컨버세이션은 또한 “푸틴의 처지는 중국 측 상황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며 “시진핑과 푸틴의 마지막 대면 회담은 2025년 9월이었으며, 그 이후 화상회의는 한 차례에 불과했는데, 물리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두 정상 사이의 온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구체적 사례도 뚜렷하다. 더컨버세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이상 미국의 우선 의제가 아니고, 트럼프의 주요 협상 담당자들은 이란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 4월 29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푸틴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이전하겠다는 제안을 내놨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더컨버세이션은 이어 “며칠 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우려를 이유로 모스크바 연례 군사 퍼레이드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는데, 이는 외교적 굴욕과 군사적 위축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스코프 발언의 진짜 의미: “직접 가서 알아봐야겠다”]
이와 관련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공개 브리핑에서 “세계 최대 두 경제권의 대화는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의 깊은 분석 대상”이라며 “언론 보도를 평가하고 있으며, 중국에 가면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BC News는 “외교적 수사를 걷어내면 이 발언의 함의는 분명하다”면서 “러시아는 중국이 트럼프와 무슨 거래를 했는지 언론 보도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으며, 푸틴이 직접 베이징에 가서 시진핑의 입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더디플로맷(The Diplomat)은 “미·중 정상회담과 푸틴 방중이 연달아 이루어지는 구도는 '삼각 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닉슨 시대의 미·중 화해가 소련을 고립시키는 데 활용됐던 것과 달리, 이번 회담이 러시아에 이란이나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압박을 가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더디플로맷은 또한 “구조는 냉전 시대의 삼각 외교를 연상시키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흐를 수 없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각자의 절박함이 만드는 '동상이몽의 연대']
결국 이번 시진핑·푸틴 회담은 양측 모두의 전략적 필요가 맞물린 '이해 동맹'의 성격이 강하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압박을 완화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와의 결속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푸틴은 미·중 관계 개선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약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직접 베이징으로 날아가야 한다. 더컨버세이션의 분석처럼 두 나라의 '무한 동반자 관계'는 점점 비대칭적이 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보다 훨씬 강한 경제·외교적 위상을 갖게 되면서 사실상 러시아가 중국에 기대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교부장관은 푸틴의 베이징 방문과 관련해 “러·중 관계는 전통적인 정치·군사 동맹보다 훨씬 깊고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 발언 자체가 역설적으로 러시아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읽힌다. 진정으로 흔들림 없는 동맹이라면 굳이 반복해서 선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이 회담은 '결속의 과시'인 동시에, 각자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확인받으러 가는 자리다.
[시진핑도, 푸틴도 모두 불안하다!]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인 것은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 맞서려는 권위주의 진영의 방어적 결속 시도라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중국이 강대국 외교의 중심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에 사면초가에 몰린 시진핑 체제의 취약성과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이후 국제적 미아가 된 푸틴 정권의 처절한 생존 전략이 맞물려 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위협하는 두 독재자의 만남은 결국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야합에 불과하다.
CSIS의 분석대로 중국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 개최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매달렸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중국의 내부 사정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방증한다. 또한 알자지라 등 외신들이 지적했듯 시진핑의 최우선 과제는 공세가 아니라 자국에 극도로 불리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전략 구도를 방어적으로 재편하는 데 있었다. 즉, 트럼프를 마주한 시진핑의 태도는 대등한 파트너로서의 자신감이 아니라, 파국을 막기 위한 절박함의 발로였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마저 너무나도 불안하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직접 가서 알아봐야겠다”며 노골적인 불안감을 표출한 것은 중·러 밀착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언론 보도조차 믿지 못해 시진핑의 입을 직접 확인하러 베이징으로 날아가는 푸틴의 모습은 동맹이라기보다는 채권자의 눈치를 보는 파산 직전의 채무자와 같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전통적 군사 동맹보다 깊다”고 애써 강조하는 수사는 역설적으로 그들의 연대가 얼마나 모래성처럼 취약한지를 증명한다. 진정으로 확고한 관계라면 굳이 동네방네 소리 높여 결속을 외칠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베이징 회담은 위대한 전략적 동맹의 장이 아니라, 미국의 압박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두 권위주의 지도자가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며 매달리는 '이해관계에 기반한 불안한 연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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