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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드론 586대가 무너뜨린 ‘강한 러시아’…모스크바 상공서 흔들린 푸틴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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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드론 586대가 무너뜨린 ‘강한 러시아’…모스크바 상공서 흔들린 푸틴 신화 키이우 최대 규모 드론 보복 공습으로 러시아 심장부 강타 2026-05-18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키이우 최대 규모 드론 보복 공습으로 러시아 심장부 강타]


우크라이나가 드론 586대로 모스크바를 강타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보복이자, ‘강한 러시아’를 내세워온 푸틴 체제의 균열을 드러낸 상징적 공격이다. 이번 공격은 단순한 군사적 보복을 넘어, 4년을 훌쩍 넘긴 전쟁 속에서 '강한 러시아'의 상징을 자처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또 한 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작지 않다.



텔레그래프는 18일, “이번 드론 공세는 지난 15일 러시아가 키이우에 가한 초대형 공습의 직접적인 반격으로, 당시 러시아는 24시간 내에 약 1,500대의 드론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쏟아부었고, 순항미사일로 키이우 9층 아파트를 직격해 건물을 붕괴시켰는데, 이로인해 24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면서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현장에서 수백 명의 시민이 가족과 이웃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웠는데, 그 다음 날은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됐고, 도심에는 꽃과 인형이 쌓였으며, 희생된 어린이 3명을 기리는 인형들이 사고 현장을 가득 채웠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습 직후 군 지휘부에 ‘가능한 대응 방식을 즉각 제안하라’고 지시했으며, 이틀 뒤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 부대가 대규모 역공에 나섰다”면서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반격이 가능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이 이미 일상적 전쟁 수행 능력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소뱌닌은 이번 공격으로 수도 지역에서만 3명이 숨졌다고 확인했다”면서 “격추된 드론 가운데 일부는 방공망을 뚫고 수도 도심까지 낙하했으며, 텔레그램 현지 채널에는 밤하늘을 밝히는 섬광과 폭발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모스크바 도심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에서 가장 분주한 공항인 셰레메티예보 공항 구역에도 드론 잔해가 낙하하며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며 “러시아 국방부는 벨고로드를 포함한 14개 지역과 점령지 크름반도 일대에서도 드론이 격추됐다고 밝혔으며, 벨고로드에서는 1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전했다.


[“전쟁을 끝내라”…젤렌스키의 단호한 메시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에 드론이 모스크바 상공을 비행하고 폭발 현장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영상을 공개하며 직접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이 모스크바 지역에 도달했으며, 러시아는 반드시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스크바 지역에는 러시아의 방공망이 가장 촘촘하게 배치돼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돌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사령관 로베르트 브로비디는 텔레그램에 드론 날개에 “모스크바는 잠들지 못한다(Moscow never sleeps)”라고 적힌 의미심장한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귀족 동네 '파트리키'와 주변 지역에 발급됐던 평화로운 삶으로의 일방통행 통행증도 취소됐다”는 설명도 달았다. 수도의 부유층 밀집 지역인 파트리아르시 연못 일대를 직접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현지 채널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공격의 주요 타격 목표는 석유 정제 시설, 순항미사일 및 각종 미사일 생산 공장, 연료 저장·적재 기지, 기술 단지 등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타격은 적의 생산·물류 역량을 무력화하기 위해 공장, 정유 시설, 방공 자산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날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이 적진 깊숙이 있던 희귀 수륙양용기 격파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승절 개망신 푸틴…균열 드러난 '강인한 지도자' 신화]


이번 드론 공세가 더욱 상징적으로 읽히는 이유는, 불과 열흘 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벌어진 전승절 퍼레이드의 초라한 풍경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은 집권 이후 25년 이상 소련의 나치 독일 격파 기념일인 5월 9일을 사실상 국가 종교로 만들어 왔다”며 “그러나 올해 전승절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전차와 미사일 등 대형 중화기 없이 치러졌는데, 주최 측은 ‘테러 위협 최소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사실상 러시아가 수도 상공의 방어가 완전하지 않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짚었다.


WSJ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푸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축제 기간 동안의 단기 휴전을 직접 요청했다”며 “이란 전쟁 이후 최대 국제 행사인 전승절에 휴전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모스크바 시내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도 수일간 차단됐다. 


이에 대해 독일 IRIS 싱크탱크를 이끄는 전 독일 국방부 고위 관리 니코 랑에는 “푸틴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면 퍼레이드를 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5월 9일의 준종교적 의미 때문에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 수퍼맨이 아니다”…민심 이반의 구조적 균열]


전문가들은 러시아 사회 내부의 균열이 단순한 전쟁 피로감을 넘어 구조적 수준으로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바우노프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오늘날 현실을 모르는 늙은 할아버지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는 더 이상 보호자로도, 수퍼맨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푸틴 연설문 작성자이자 현재 해외에서 야당 활동을 하고 있는 아바스 갈랴모프는 “이번 전쟁의 심리적 전환점은 올해 1월로,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련의 나치 독일과의 전쟁 기간(1941~1945)인 4년을 초과한 시점이었다”면서 “그 이후 매일이 '우리는 할아버지들의 기억에 걸맞지 않다'는 감정을 키우고 있다. 푸틴이 조상 숭배의 컬트를 만들었는데, 이제 그것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전쟁 성향의 러시아 미디어 유명인 아나스타샤 카슈에바로바도 텔레그램에 “2차 세계대전의 할아버지들은 이미 베를린에 도달했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레드라인 타령을 하고 있냐”고 썼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역사학 교수 세르게이 라드첸코는 “푸틴을 제외한 모두가 이제 전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흑해 연안 투압세 정유소와 수출항을 초토화한 우크라이나의 일련의 공격들이 전환점이 되었다”면서 “멀리서 전쟁을 지지하던 사람들에게 전쟁이 직접 찾아온 것”이라고 짚었다.


WSJ은 “러시아 인구의 약 70%가 이제 키이우의 타격 사거리 안에 들어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전선에서 1,600km 이상 떨어진 지역들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볼가강 인근 추바시아 지역의 틱톡 인플루언서 보바콜라(팔로워 17만 8,000명)는 “군사 공장을 겨냥한 드론이 인근 대형 쇼핑몰까지 파괴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면서 “푸틴과 젤렌스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힘보다 머리가 낫다는 걸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인터넷 봉쇄와 공포 통치의 한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능력이 날로 강화되자 푸틴은 러시아 본토 공격 피해 정보 공개를 전면 봉쇄하는 긴급 법령을 발효시켰다”며 “정부의 공식 승인 없이 공격 피해 상황을 담은 텍스트·사진·영상을 게시하면 개인도 벌금 처분을 받으며, 이 조치는 무기한 유지된다”고 밝혔다. WSJ은 “러시아 안보기관들은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모방한 강력한 인터넷 차단 조치까지 도입했다”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통제는 전쟁을 지지하는 민족주의 성향 충성파들 사이에서도 ‘혁명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모나코에 거주하는 러시아 인스타그램 유명인 빅토리아 보냐는 정치적 발언을 삼가 오다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영상은 160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는 푸틴에게 직접 “탐욕스러운 관료들이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공포로 나라를 통치하기 때문에 당신은 현실을 모른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언젠가 두려워하기를 멈출 것이며, 그들은 지금 용수철처럼 압축되고 있고, 언젠가 그 용수철은 튕겨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푸틴 고문이자 현재 해외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는 마라트 겔만은 “크렘린은 심각한 불만이 앞에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저강도 불만의 표출을 허용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아직 어떤 시민 봉기도 진압할 충분한 자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침공 초기 주러시아 미국 대사를 지낸 존 설리번은 “러시아에서는 일이 천천히 진행되다가, 한번 터지면 순식간에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전이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혁명적 변화가 2개월 안에 올 것”…내부 균열의 경고음]


러시아 내부의 동요는 엘리트 계층에서도 감지된다. 민족주의 성향의 논평가 알렉산드르 카르타비흐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현재 러시아의 ‘집단적 정신 착란’ 상태에서 사회적 안정의 여유분이 두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혁명적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썼다. 민족주의 강경파들은 쇼이구 전 국방장관 시절부터 쌓인 부패 문제와, 2022년 초 키이우 점령 시도를 실패로 이끈 차이코 상장이 공군 총사령관으로 오히려 승진한 데 분노하고 있다. 전 국방부 차관 4명은 부패 혐의로 이미 체포된 상태다.


푸틴의 집권을 떠받쳐 온 '5월 9일 컬트'가 역풍을 맞고, 드론이 수도 하늘을 뒤덮은 지금, 갈랴모프의 경고는 단순한 경구가 아닌 현실적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이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민중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을 유행처럼 여기기 시작했다역사적으로 이런 유행은 대개 혁명 직전에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모스크바 상공을 뒤덮은 드론과 검은 연기는 이제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불굴의 용기와 타협 없는 응징은 지구상의 모든 독재 정권과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에게 가장 가혹하고 두려운 경고장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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