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 대만 무기판매 중단·정치적 양보 강력 요구했지만 실패]
5월 14일 베이징 미중정상회담에서 예정된 시간을 40분이나 넘길 정도로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 항공기 200대·대두·에너지 구매라는 경제적 전리품을 손에 쥐었지만,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던 시진핑의 전략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만 문제를 협상 아젠다로 삼지 않겠다는 트럼프는 아예 대만 문제를 입에 꺼내지도 않았고 대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통해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함이 없으며,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침공 시 전 세계적인 보복이 따를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의 승부가 갈렸다.

미국의 CNBC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의 핵심 목표를 무역과 거래로 못 박았다”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미국 기업 접근성 확대, 중국의 미국산 상품 구매 확대가 그 골자였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젠슨 황(엔비디아)·팀 쿡(애플)·래리 핑크(블랙록)·보잉 CEO 켈리 오르트버그 등 주요 기업인들을 대거 동행시켰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이후 9년 만으로, 트럼프 본인이 “역대 최대급 정상회담이 될 수 있다”고 자평할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이와 관련해 CNBC는 “그러나 이번 회담의 성패를 가른 것은 거창한 수사가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누가 무엇을 가져갔느냐는 냉혹한 결산이었다”면서 “결산은 명확했다. 트럼프는 손에 가득한 채로 베이징을 떠났고, 시진핑은 빈손에 가까웠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받아낸 것: 보잉·대두·에너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당일 폭스뉴스 '해니티' 인터뷰에서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이는 약 10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중국의 미국산 민간 항공기 구매였다”며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미국산 대두,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도 약속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른바 '3B 거래'로 불리는 대두(Beans)·소고기(Beef)·보잉(Boeing) 패키지는 중국 방문 시 트럼프가 내세우는 단골 협상 메뉴였는데, 2017년 트럼프 1기 방중 당시에도 37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300대 계약이 성사된 전례가 있다”면서 “보잉은 이후 무역·기술 분쟁과 737 맥스 연속 추락 사고 등으로 중국에서 거의 10년간 사실상 시장을 잃고 있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계약이 보잉의 '중국 복귀'를 알리는 이정표적 반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미국은 또한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 설립에도 합의를 이끌어냈다”면서 “이는 쿼터·자발적 수출 제한 등 전통적인 무역 수단을 통해 양국 간 무역을 관리하는 메커니즘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짚었다. 아울러 백악관은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에너지 운송 보장에 공감했으며, 이란의 핵무장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시진핑이 원했던 것: 대만에서의 미국 양보]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우선시하는 경제적 유인책—희토류 수출 유지, 상품 구매, 미국 내 투자—을 미국의 대만 관련 양보와 맞바꾸는 전략적 교환을 노렸다. 이에 대해 미국 외교협의회(CFR)는 “구체적으로 중국이 원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며 “첫째,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것. 둘째, 미국의 공식 대만 정책 표현을 '대만 독립 불지지'에서 '평화적 통일 지지'에 가까운 방향으로 바꿀 것. 셋째,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 군사 개입 가능성을 사실상 포기할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BC News는 중국 전략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은 눈을 크게 뜨고 상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가 중동 문제에 집중하는 사이 대만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대만 고위 당국자가 사전에 “우리가 가장 두려운 것은 대만이 미중 협상의 메뉴판에 오르는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시진핑은 회담 개시 발언에서부터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선제 압박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회담 직후 “이 문제가 잘못 처리될 경우 양국 관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시 주석의 직접 발언을 공개하며 경고 수위를 최대로 높였다. “'대만 독립'과 양안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트럼프의 전략적 침묵, 루비오의 역방향 경고]
그러나 시진핑의 집요한 공세 앞에서 트럼프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Fox News는 “예정 시간을 40분 초과한 2시간 15분의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이 천단공원을 함께 방문했을 때도 기자들의 대만 관련 질문에 단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며 “대신 ‘회담이 훌륭했다’는 짧은 소감만 남겼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Fox News는 “백악관이 수 시간 뒤 공개한 공식 회담 결과문에는 대만 관련 내용이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경제 협력 확대, 이란 핵무장 반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이 담겼지만, 중국이 최우선 의제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대만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밝혔다. Fox News는 이어 “반면 중국 외교부가 별도로 내놓은 결과문에는 대만이 핵심 의제로 명기돼 있었다”며 “동일한 회담을 두고 양측이 전혀 다른 버전의 결과를 발표한 것 자체가 시진핑의 전략이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고 짚었다. 상당수의 한국언론이나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반 트럼프 언론들은 이러한 중국측 발표만을 미중정상회담 결과물로 제시했다.
미국 측에서 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은 오히려 루비오 국무장관이었다. 루비오 장관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오늘 회담 전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중국을 향해 “무력 또는 강압 수단으로 대만을 합병하려 들 경우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파장이 따를 것”이라는 역방향 경고를 날렸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는 상황이 된 셈이다.
[왜 시진핑은 빈손이었나?]
미국은 2025년 12월 110억 달러 규모의 역대 최대 대만 무기 패키지를 승인했으나 실제 인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미 의회 여야에서는 트럼프가 이 무기 인도를 시진핑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미 외교협의회(CFR)은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이 대만 방어를 공식 포기하는 '대타협'은 미 의회를 통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포린폴리시(Fireign Policy)는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대만에 관한 실질적 미국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은 처음부터 낮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약속만으로는 신뢰를 담보할 수 없고, 대만 방어 포기 수준의 구속력 있는 합의는 미 의회를 통과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알자지라(Al Jazeera)도 “공동성명에 대만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이 빠진 채 현상 유지 수준에서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증시, 회담 결과에 '배신감'…3대 지수 일제히 급락]
협상 결과에 대한 실망은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중국 금융시장과 개인 투자자들이 먼저 냉혹한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 전날인 13일, 중국 A주 시장은 이미 '기대감 선반영'으로 강세를 보였다. 창업판 지수는 2.6% 급등하며 4038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0.7% 오른 4242.57포인트로 2015년 7월 이후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천성분주지수 역시 1.7% 상승하며 2021년 2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정상회담이 열리는 14일에도 지수가 추가로 신고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회담이 끝난 뒤 구체적인 경제·무역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자 지수는 장 초반 소폭 상승에서 반전해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회담에서 미중 경제·무역 팀이 13일 ‘총체적으로 균형 잡히고 긍정적인 결과’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고만 전했을 뿐,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5% 하락한 4177.92포인트로 마감하며 4200선이 무너졌다. 심천성분주지수는 2.1%, 창업판 지수는 2.2% 각각 급락했다. 상하이·심천 양대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3조 3622억 위안에 달했으나, 상승 종목은 1047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4387개에 이르렀다.
장 마감 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 글이 쏟아졌다. “트럼프까지 왔는데 왜 주식이 떨어지냐”, “관방이 말한 '미중 상호 이익'은 어디에 있느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일부 투자자는 “미국 증시도 안 떨어졌는데 중국만 망신”이라며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주요 세력이 이번 상승장을 매도 기회로 활용해 고점에서 차익을 실현했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시장 반응은 회담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중국 투자자들은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 경제에도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구체적인 합의는 미국 쪽에 치우쳐 있었다.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는 미국의 수출 이익이지 중국의 전략적 수확이 아니었다.
[회담의 결산: 트럼프의 승리, 시진핑의 좌절]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최종 성적표는 선명하다. CNBC는 “트럼프는 보잉 200대 계약, 대두·에너지 구매 약속, 무역위원회 설립, 이란 관련 중국의 협조 공감대 등 손에 잡히는 경제적 성과를 챙겼다”며 “반면 시진핑이 회담장으로 가져간 최대 기대—대만 무기 판매 중단, 미국의 정책 언어 수정, 안보 양보—는 단 하나도 관철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이어 “양국은 '전략적 안정을 갖춘 건설적 미중 관계'라는 포괄적 협력 틀에 합의했고, 이 기조가 향후 3년 이상의 양국 관계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틀은 현상 유지에 가까웠다”며 “중국이 원한 것은 현상 변경이었지만, 그것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시진핑은 화려한 국빈 의전과 '파트너 관계'라는 수사로 트럼프를 맞이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트럼프는 중국의 선물은 챙기면서도 중국이 원하는 반대급부는 내주지 않았다. 베이징이 정교하게 준비한 대만 전략은 트럼프의 침묵과 루비오의 경고 앞에서 완전히 무력화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국 증시의 급락과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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