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제재 대상' 루비오의 베이징 입성, 발칵 뒤집힌 중국 외교가]
2020년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으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던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이에 대한 아무런 양해도 없이 미국의 외교 수장으로서 인민대회당에 당당하게 입성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입장에서는 루비오 장관의 입국을 저지해야 하지만, 그럴 수도 없어 스스로 루비오의 한자 이름을 번경해 입국시키는 대굴욕을 당했다. 이는 중국의 외교 프로토콜을 스스로 편법까지 써가며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프랑스 매체인 ‘프랑스 24’는 13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중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중국은 그의 이름 표기법까지 바꾸는 편법으로 스스로 정했던 제재를 무너뜨렸다”면서 “루비오는 과거 상원의원 시절,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고, 이에 중국은 두 차례에 걸쳐 그에게 제재를 가했는데, 이는 중국이 종종 적대적 인사에 대해 써오던 수법”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이날 루비오 국무장관의 방중을 두고 “상원의원 시절 중국 인권 문제를 거세게 비판하다 중국으로부터 두 차례 제재를 받은 인물이, 이제 미국 최고위 외교관 자격으로 베이징에 입성했다”면서 “중국은 화요일 루비오가 트럼프와 함께 에어포스원을 타고 입국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프랑스 24는 이어 “이번 방중에서 국제 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은 루비오의 입국 자체를 가능하게 한 중국의 이른바 '한자 편법'”이라면서 “트럼프가 루비오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직후인 2025년 1월 초,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그의 성(姓) 첫 음절에 쓰이는 한자를 기존의 '卢(lú)'에서 '鲁(lǔ)'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복수의 외교관들은 이 변경이 루비오가 제재를 받은 기존 표기 아래에서는 입국 금지 대상이기 때문에, 중국이 자국의 제재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즉각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말레이 메일(Malay Mail)은 이 상황을 “루(Lu) 루프홀(Loophole, 허점)—중국이 자국 제재를 해킹해 루비오 입국을 허용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그러니까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이 루비오의 성 표기를 슬며시 ‘루비오(卢比奥)’에서 ‘루비오(鲁比奥)’로 바꾸며 톤 조절에 나섰다는 것인데 이는 이들의 당혹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강력한 제재를 가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이름까지 고쳐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려는 행태는 중국 공산당 외교의 천박함과 기회주의적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름 표기 방식의 변경은 외부인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어 이름 표기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별개의 서면 정체성을 새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말레이 메일은 이 상황에 정통한 외교관들을 인용해 “이 조치가 중국이 원래의 제재를 공식적으로 철회하지 않으면서도 제재 대상 인사를 접대해야 하는 난처한 모순을 우회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중국 외교부가 2025년 1월 1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처음으로 새 한자 표기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변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영문 이름”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존 제재에 대해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한 언행을 겨냥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대사관 측도 AFP를 통해 “해당 제재는 루비오가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중국과 관련한 그의 언행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그때 그 루비오'와 '지금 이 루비오'는 다른 사람이라는 논리다.
[중국 제재 받은 첫 미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
이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루비오가 중국의 제재를 받은 상태로 베이징을 방문하는 최초의 현직 미국 국무장관이 됐다”면서 “그는 그동안 중국 본토 밖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두 차례 회동하는 방식으로 직접 방중을 피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확정되면서 결국 베이징행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쿠바계 미국인인 루비오는 공산주의에 강하게 반대해 온 인물로, 위구르 무슬림 소수민족의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중국에 폭넓은 제재를 가하는 법안의 핵심 저자였다. 국무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는 중국을 ‘전례 없는 적수’라고 규정하며 대중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다. 다만 취임 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며 무역 관계 구축에 집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루비오 장관은 과거부터 중국 공산당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공략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24년 7월 31일, 강제 장기 적출 행위에 가담한 자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파룬궁 보호법(Falun Gong Protection Act)’을 발의했으며, 종교적 소수자와 인권 문제에 대해 타협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인권 문제를 내부 결속용으로 치부해 온 중국 공산당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루비오 장관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외교부의 '내외 분리형' 선전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과거 왕이 외교부장과의 통화 당시 중국 측이 보도자료에 ‘호자위지(好自爲之, 스스로 알아서 잘 처신하라)’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는데 이는 실제 통화에서는 전혀 듣지 못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중국이 대내적으로는 강한 척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두 얼굴의 선전술’을 폭로한 것이다.
결국 이번 방중은 중국 공산당에게 거대한 외교적 굴욕을 안겨주는 현장이 될 전망이다. 자신들이 ‘눈엣가시’로 여겼던 인물을 국빈으로 대접해야 하는 상황은, 그동안 중국이 전개해 온 ‘전랑 외교’의 패배를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제 단순히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넘어, 중국의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압박과 진실 규명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이 당혹스러운 무대 위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의 에어포스원 탑승 사진은 또 다른 이유로도 화제가 됐다.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 속 루비오가 착용한 나이키 트랙 수트가, 올해 1월 미군에 납치됐던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전 대통령이 입었던 것과 동일한 제품이라는 점이 온라인에서 주목받았다. 반공주의자 루비오가 이를 의도적으로 선택했다는 해석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며 논란이 됐다.
[경제·군사·기술망 아우르는 ‘트럼프 사단’의 압박]
이번 방중단은 루비오 국무장관 외에도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과 자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경제 기조를 이끄는 인물들로, 이미 대중국 관세를 인상하며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베센트 장관은 최근 “세계 경제가 중국의 1조 달러 무역 흑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이 동행한다. SCMP는 “루비오 못지않게 이번 수행단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라면서 “헤그세스가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것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방중 이래 미국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한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또한 헤그세스 장관의 중국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며, 미국 국방장관으로서는 거의 8년 만의 방중이기도 하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4월 베이징이 이란에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고위급 보장을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진전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강력하고 직접적인 관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헤그세스의 동행 자체가 이번 회담에서 이란과 대만, 남중국해 등 군사·안보 이슈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읽힌다.
[빅테크·금융 CEO 총출동…각자의 셈법]
정치·외교 수행단과 별개로, 미국 산업계 최고 경영진들의 동행도 이번 방중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팀 쿡 애플 CEO,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블랙록, 시티그룹 CEO와 디나 파월 매코믹 메타 사장 등도 대표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면서 “마스터카드, 퀄컴, 마이크론, 카길, 비자 CEO 등도 포함됐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초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외교협회(CFR)는 이번 정상회담의 경제 의제와 관련해 “중국의 목표는 기술·산업 위상을 강화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시간을 버는 것이고,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경제 모델에 대한 의미 있는 구조 개혁보다는 상징적인 성과를 확보하는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은 안정을 위해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대두를 구입하고 무역·투자위원회 설립을 발표할 의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 외교협회(CFR)는 “2017년 트럼프 방중 당시 체결된 웨스트버지니아 양해각서의 투자 규모가 해당 주 GDP를 초과했음에도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시진핑 주석이 말만 하고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단순한 우호 증진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구시대적 발상을 완전히 폐기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루비오 장관이 국무장관에 지명된 것 자체가 미국이 더 이상 모호한 외교적 수사 뒤에 숨지 않고 직접적인 대결과 실리 추구에 나섰다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결국 베이징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끝까지 체면을 세우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것인지, 아니면 굴욕을 감수하고 루비오 장관 앞에 고개를 숙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중국 공산당의 ‘꼼수 외교’가 통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2기의 대중 정책은 과거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파괴적일 것이다. 루비오의 베이징 입성은 중국 공산당 체제의 모순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며, 이는 곧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을 자유 진영 중심으로 재편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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