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불길 속 중국 경제”…이란 전쟁이 촉발한 산업 연쇄 붕괴]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 경제가 통제 불능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중국 내 정제유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일곱 번째 인상을 기록하며 이른바 '9위안 시대'에 진입했다. 이로인해 세계 최대 제조 허브 중국의 산업 심장부가 정면으로 강타당하고 있다.

CNBC는 11일, 뉴스레터를 통해 “이란 전쟁으로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4월에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또한 예상치를 웃돌았다”면서 “이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연휴 소비 증가가 경제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 부양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CNBC는 이어 “국가통계국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해 로이터 통신 설문조사에서 예상했던 0.9% 증가율을 상회했으며, 3월의 1% 상승률보다 상승폭이 커졌다”면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교통량이 줄어들어 에너지와 원자재 흐름이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이로 인해 물가 상승이 부추겨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란 전쟁의 여파는 중국에게 매우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 충격파는 단순한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정제유·항공유·석유화학·비철금속·농업 투입재에 이르는 중국의 산업 사슬 전반을 흔들고 있다.
중국내에서는 5월 8일 자정을 기해 정제유 가격이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조정을 맞았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따르면 이날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톤당 각각 320위안과 310위안 인상됐다. 국제 유가의 폭등은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분쟁 초기 브렌트유는 배럴당 80~82달러까지 10~13% 급등한 데 이어, 시장이 장기 공급 차질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정제유보다 더 가파른 충격을 받은 것은 항공유다. 2026년 2월 중국내 항공유 출고가는 톤당 5,314위안이었지만 3월 8,500위안으로 한 달 새 60%가 뛰었고, 4월에는 다시 15.08% 상승한 톤당 9,782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불과 석 달 만에 84%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연료비 충격은 즉각 항공 노선 취소로 이어졌다. 4월 7일 에어차이나는 청두 톈푸 공항과 쿠알라룸푸르 간 직항편을 6월 30일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엑스는 방콕 돈므앙~상하이 푸동 노선을, 타이에어아시아는 시안~방콕 노선을 각각 중단했다. 오세아니아 노선 역시 타격을 피하지 못해 광저우발 다윈행 항공편의 취소율이 83.3%에 달했고, 항저우발 오클랜드행과 우한발 시드니행 항공편도 각각 57.1%, 50%의 취소율을 기록했다. 항공사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취소 이유는 "과도하게 높은 연료비로 인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석유화학 산업 전체가 압박을 받고 있다]
원유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나프타·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원료에서 시작해 합성수지·합성섬유·합성고무를 거쳐 자동차·섬유·농업에 이르는 방대한 산업 사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분쟁이 발발한 2월 이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이 '비용 쓰나미'가 석유화학 산업 사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걸프 지역의 주요 화학 수출품인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의 경우 2025년 한 해에만 약 650만 톤이 출하됐으며,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EF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철강·화학·전자 등 제조업 전반의 생산 원가에 직접 반영돼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미 미-중 무역 마찰이 극심한 시점에 그 압박이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섬유 산업 클러스터인 장쑤성과 저장성의 피해는 특히 구조적이다. 상류의 PTA 가격은 폭등했지만, 하류의 섬유·의류 수요는 해외 인플레이션으로 위축되면서 가격 전가가 막혀 있다. 이른바 '비용 역전' 현상이다. 이로 인해 일부 필라멘트 공장들은 5월 생산량을 30% 이상 줄여야 했고, 제품 프리미엄으로 인한 해외 가격 경쟁력도 크게 악화됐다.
합성고무(부타디엔 고무) 역시 연초 톤당 12,000위안에서 4월 19,500위안으로 불과 4개월 만에 60% 급등했다. 가격 상승은 전강 레이디얼 타이어의 제조 원가를 약 18% 직접 끌어올렸다. 고무 가격 급등이 물류 비용을 밀어 올리고, 상승한 물류 비용이 다시 원자재 조달 비용을 높이는 '지상-공명' 구조가 형성되면서 물류 전반에 시스템적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유류비와 타이어 마모 비용의 이중 급등으로 도로 화물 운송이 광범위하게 중단됐고, 수입 감소를 이기지 못한 트럭 기사들이 차량을 매각하고 업계를 떠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항공 화물도 항공유 폭등과 기본 소모품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마비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중동 분쟁의 불화살, 중국 경제 심장부 정조준했다]
이렇게 중동에서 발생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중국이라는 거대 제조 국가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 경제는 현재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는 듯 보이나 내부적으로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 마비라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는 자원 통제 능력이 결여된 채 외연적 팽창에만 집중해온 중국식 성장 모델이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중국 경제의 혈관을 막고 있다. 정제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95옥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9위안을 넘어서고 일부 지역에서는 10위안을 돌파했다는 것은 중국 내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항공유 가격이 한 달 만에 60%나 폭등하며 동남아와 호주 노선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된 사태는 중국의 글로벌 연결성이 물리적으로 차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면서 '산업의 어머니'라 불리는 상류 공정의 비용 부담이 하류 산업으로 전격격 전이됐다.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가격이 톤당 2,500위안 이상 급등하면서 중소 제조 공장들은 가동할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 구조'에 빠졌다. 이는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식 수출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뜻한다.
비철금속 시장에서 벌어지는 공급 불균형 또한 중국의 미래 먹거리인 신에너지 산업을 직격하고 있다. 알루미늄과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제조 원가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가격 폭등이 상하이 시장으로 전이되며 중국 내 구리 가격이 톤당 10만 4천 위안을 기록한 것은 산업 생태계 파괴를 예고하는 경고음이다.
물류 대란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유류비와 타이어 등 소모품 가격의 이중 급등으로 도로 화물 운송 기사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으로 구리 정광 운반선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며 운송 기간과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난 점은 중국이 자랑하던 공급망의 효율성이 지정학적 변수 하나에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증명한다.
농업 분야의 타격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스럽다. 질소비료와 살충제 원료 가격이 30% 이상 폭등하며 농가당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득 감소를 넘어 농민들의 투입량 감소로 이어져 곡물 생산량 저하라는 국가적 재앙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이 강조해온 식량 자급자족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결국 중국이 그동안 누려온 '값싼 에너지와 자유로운 항행'이라는 글로벌 질서의 혜택이 미국의 패권 유지 하에서만 가능했음을 깨닫게 한다. 친미 동맹 체제가 흔들리고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금 외부의 불길을 끄기보다 내부에서 타오르는 경제적 파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는 동안, 정작 자국 경제의 생명선인 에너지와 원자재 통로는 타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이번 중동 분쟁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으며,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중국은 제조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고 장기적 침체에 빠질 위험이 농후하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제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민주적, 반시장적 세력에 동조하거나 침묵해 온 대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진정으로 경제적 안정을 원한다면, 지정학적 야욕을 버리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유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시장 질서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중동의 화염이 중국 제조의 허상을 태우고 있으니, 패권 야욕보다 자국 경제의 '생존 구멍'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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