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방중 전, 미 ‘경제 분노’ 칼날 중국 군 보급망 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일주일 앞두고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기존의 무역, 기술, 에너지 분야를 넘어 이제는 군비 공급망과 위성 영상 정보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며 중국의 숨통을 조이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다가오는 미중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될 것이며,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충격을 받을 정도의 확고한 방침이 전달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블룸버그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4~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미국은 이란에 위성 이미지를 제공하여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가능하게 한 중국 기업 3곳에 제재를 가했다”면서 “이는 워싱턴이 중동 분쟁에서 테헤란에 대한 기술 지원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 성명을 통해 중국의 항저우 메엔트로피 테크놀로지(MizarVision), 베이징 어스 아이(The Earth Eye), 창광 위성기술(Chang Guang Satellite Technology) 등의 회사가 이란을 지원하는 단체 및 개인 목록에 포함되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벨라루스와 아랍에미리트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이에 대해 세 중국 기업 모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중국 외교부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또한 “창광 위성기술은 중국 최초의 민간 상업위성 회사로, 이번이 처음 제재를 받는 것이 아니며, 창광은 이란의 요청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 군사시설의 위성 영상 데이터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면서 “베이징 소재 어스 아이는 이란에 직접 위성 영상을 제공했으며, 메엔트로피 테크놀로지(MizarVision)는 미국의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관련 군사 동향을 담은 공개 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한 바 있다”고 짚었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은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당초 3월 말로 잡혔던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재조정된 것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란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담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상회담 일정이 임박한 시점에 미국이 오히려 對중 압박 수위를 전방위로 높이는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미국이 쥘 수 있는 카드를 최대한 늘리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오늘 조치에 포함된 여러 중국 기업들은 이란의 중동 내 미군 타격을 위해 위성 영상을 제공했다”며 “미국은 이란의 군비 공급망을 지원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하는 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자료에는 “미군과 동맹국 파트너를 겨냥한 공격은 반드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명시됐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자산통제국(OFAC)도 별도로 이란의 무기 조달 네트워크와 연계된 중국·홍콩 법인 및 개인 10곳에 제재를 가했다. 이번 제재는 이란이 샤헤드 드론과 탄도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무기와 원자재를 확보하는 것을 지원한 혐의에 따른 것으로, 제재 대상은 주로 중국과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다.
탄도미사일 원자재 공급 혐의도 드러났다. 중국 업체 하이텍 인슐레이션 닝보는 이란에 탄소섬유, 허니컴 구조 직물, 항공우주급 원자재 등 탄도미사일 생산에 쓰이는 소재를 공급한 것으로 지목됐다. 미국 당국은 이 회사의 법인 대표인 리건핑도 함께 제재했는데, 그는 영업·구매·재무 운영 전반을 관장하는 인물이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살아남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도부가 침몰하는 배 안의 쥐처럼 갇혀 있는 동안에도 재무부의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작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현 상황은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中 정유사 제재와 2차 제재 경고… 이란 석유 자금줄 전방위 압박]
군비 공급망 차단과 별도로, 미국은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 경로에 대한 압박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포츈(Fortune)지는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24일 이란 원유의 가장 큰 구매처 중 하나인 헝리 석유화학 다롄 정유를 제재하고, 이란의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선박회사 및 유조선 약 40곳도 동시에 제재 명단에 올렸다”면서 “이 제재 조치는 기업들을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자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CNBC는 “분석 기관 크플러(Kpler)의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구매하고 있지만, 제재 전문가들은 독립 정유사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노출이 적어 미국 제재의 전면적 효과에서 어느 정도 면역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면서 “전문가들은 이란산 원유 구매를 촉진하는 중국 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OFAC은 4월 28일 금융기관들에 대해 중국의 독립적 '티팟' 정유사와 관련된 세컨더리 제재 위험을 경고했다. OFAC은 “2025년 3월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내 복수의 티팟 정유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왔다”면서 “금융기관들은 재무부가 이란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 세컨더리 제재를 포함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컨더리 제재가 실제로 적용될 경우 관련 기업의 달러 자산 동결, 달러 결제망 퇴출,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 배제 등 광범위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과거 2012년 OFAC은 이란 원유 거래 결제에 관여한 중국의 쿤룬은행을 SDN 리스트에 올려 글로벌 SWIFT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전례가 있다.
[중국 반외국제재법 첫 발동… 그러나 은행권은 반대로 움직여]
미국의 압박에 맞서 중국 당국도 법적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상무부(MOFCOM)는 지난 2일 이른바 '블로킹 룰(Blocking Rules)'에 근거한 금지 명령을 발동해, 헝리 석유화학 다롄 정유, 산동 진청 석유화학그룹, 허베이 신하이 화공그룹, 산동 서우광 루칭 석화, 산동 성싱 화공 등 5개 정유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를 중국 국내에서 인정하거나 집행·준수하지 않도록 명령했다. 이는 2021년 1월 블로킹 룰이 도입된 이래 중국이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실제로 발동한 사례다.
이 블로킹 룰 하에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지정된 기업의 거래 상대방인 은행, 거래업체, 보험사, 물류 업체, 공급업체, 고객 등은 미국 제재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부터, 중국 법을 어길 경우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제재를 받는 '법적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중국 반외국제재법은 또한 외국의 제재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중국 기업·개인이 피해를 입은 중국 당사자로부터 민사 소송을 당할 수 있는 근거도 제공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공개적 강경 입장과 달리, 금융권에서는 이미 균열이 감지된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 금융감독관리총국(NFRA)은 국내 주요 대형 은행들에 미국의 제재 대상인 5개 정유사에 대한 위안화 신규 대출을 잠정 중단하도록 구두로 지시했다”면서 “이 지시는 기존 여신을 회수하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출을 보류하라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헝리 석유화학을 포함한 중국 최대 민간 정유사들과의 거래 관계를 검토하라는 지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이는 상무부가 5월 2일 공식적으로 미국 제재 준수를 금지한 조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로, 중국 금융권이 공식 입장과 달리 미국 세컨더리 제재 위협을 실질적으로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대만 의제도 수면 위로… 루비오 “대만해협 반드시 안정돼야”]
이번 정상회담을 둘러싼 쟁점은 이란 문제와 경제 현안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만 문제가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외교적 긴장의 또 다른 축이 형성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이 의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면서, “대만해협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베이징의 대만 정책에 압박을 가할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만은 언제나 논의 주제가 됐고, 이번에도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어 8일 바티칸 및 이탈리아 순방을 마친 뒤에도 재차 입장을 확인하며, “미국의 기존 정책에는 변화가 없으며 어떠한 강압이나 강제에 의한 현상 변경도 원치 않는다”고 단언했다.
루비오 장관은 “대만이나 인도·태평양 어느 곳에서도 불안정을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중국이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에 적극 관여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중국 역시 수출 주도 경제 특성상 해협 봉쇄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중국 측도 대만 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정면으로 제기할 태세다. 중국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rinciple)을 준수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건전하며 지속 가능한 미중 관계의 전제 조건”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왕이 외교부장도 루비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만 관련 사안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HIMARS 미사일, M109A7 팰러딘 자주포, 방공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포함해 총 111억 달러 규모의 역대 최대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베이징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대만 문제 외에 인공지능(AI) 이슈도 정상회담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AI 의제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방중과 이란 협상의 교차점… 호르무즈 변수가 관건]
이번 제재의 타이밍은 외교적으로도 예사롭지 않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호르무즈 해협 교전으로 다시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시점에 이번 조치가 이뤄졌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전 이란과의 합의 타결 가능성을 시사해 왔고, 핵농축 활동 중단, 동결 자산 일부 해제, 호르무즈 해협 상호 봉쇄 해제 등 14개 조항을 담은 양해각서(MOU) 초안이 이란 측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교전을 재개하면서 협상 환경은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이란의 협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중요한 수로의 재개방을 위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 외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베이징이 테헤란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제재 공세는 단일 목적의 조치가 아니라 복합적인 외교 전략의 산물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이란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방중 전에 발신하고, 이란에 대해서는 군수 조달망을 차단하는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며, 대만 문제까지 공개 의제화해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3중 구도다. 대만 문제와 중동 정세, 대중국 수출 규제, 관세 휴전 후속 조치 등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미·이란 전쟁 추이가 회담 성패를 가를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경제 분노'는 중국의 위선을 뚫는 정밀 타격이며, 시진핑이 마주할 트럼프의 방중 선물은 대만 해협의 안정과 군 보급망 차단이라는 강력한 경고장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이번 미중정상회담의 의미가 깃들여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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