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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위성이 포착한 이란 하르그섬 초대형 기름막, 이란 붕괴의 전조인가? 전쟁이 부른 '검은 바다'…위성이 포착한 하르그섬 기름막 2026-05-10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전쟁이 부른 '검은 바다'…위성이 포착한 하르그섬 기름막]


유럽우주국(ESA) 위성이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 인근 해역에서 최대 120㎢에 달하는 초대형 기름막을 포착했다. 이 사건은 전쟁과 해상 봉쇄로 이미 한계에 몰린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가 물리적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전 세계의 해양관련 소식을 전하는 정보 플랫폼인 ‘마린 링크(Marine Link)는 9일 “지난 6일부터 8일 사이, ESA의 센티넬-1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센티넬-2·3 광학위성이 페르시아만 북부 하르그섬 서쪽 해역에서 회백색 기름막이 광범위하게 번진 장면을 연속 촬영했다”면서 “분쟁·환경 관측기관(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의 연구원 레온 모어랜드는 이번 유막 면적을 약 45㎢로 추산했으며, 원자재·기후 전문 컨설팅사 데이터 데스크의 공동 창업자 루이 고다르는 이를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70일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 유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마린링크는 “일부 위성 분석 기관은 유막 면적을 최대 120㎢까지 넓게 추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9일, “이란의 수출 중심지인 하르그섬 인근에서 위성 사진에 기름 유출 의심 사례가 포착되었다”고 긴급 보도했다.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북부, 이란 본토에서 약 25~30㎞ 거리에 자리한 산호초 섬으로,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며 이란 원유 수출 물량의 90%를 책임지는 사실상 이란 에너지 경제의 핵심 거점이다. 섬 남쪽에는 수십 기의 대형 원유 탱크가 밀집해 있고, 동쪽 해안에는 초대형 유조선(VLCC)이 접안할 수 있는 T자형 부두와 씨아일랜드 터미널이 운영 중이다. 이란 내륙의 가찰사란, 아가자리 등 주요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 섬으로 집결된다. 


이와 관련해 디펜스뉴스(The Defense News)는 “위성 탐지 당시 하르그섬 터미널에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포함한 복수의 유조선이 동시에 선적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면서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이 지난 6일 포착한 영상에는 터미널에 최소 3척의 대형 유조선이 접안해 하역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 담겼으며, 해상 추적 데이터에서도 지속적인 유조선 이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저장 포화 직전 발생한 사고,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유출은 단독 사고로 보기 어렵다. 이미 미 해군의 해상 봉쇄로 하르그섬의 저장 시설이 한계에 가까워진 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원유 생산능력은 하루 약 400만 배럴 수준으로, 이 중 절반은 국내 소비용이고 나머지는 수출된다. 그런데 수출로가 막히면서 1억 2000만 배럴에 달하는 육상 저장 탱크와 3200만 배럴 규모의 유조선 저장 용량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이란 선박 봉쇄로 인해 이란의 원유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곧 유정을 폐쇄해야 할 상황이며, 다음 주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저장 공간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이 이번 기름 유출 사고와 불과 며칠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저장 한계 도달 시점에 대한 국제 에너지 기관들의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케이플러와 JP모건 분석가들은 “이란이 원유를 수출하지 못할 경우 15~22일 내, 즉 5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시간과 공간이 모두 바닥날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 애스펙츠는 “완전 중단까지 최대 7주(6월 중순)가 걸릴 것”으로 봤으며, 우드 맥켄지, 아틀란틱 카운슬 등 주요 기관의 예측도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에 집중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장 탱크 내 원유가 과포화 상태에 이르거나, 이를 우회하기 위한 무리한 운영이 이번 유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은 오랫동안 퇴역했던 초대형 유조선 나샤호를 하르그섬 해안에 배치해 임시 저장 시설로 활용하려 하고 있으나, 이는 고작 48시간의 유예 기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후 선체를 긴급 저장고로 전용하는 이러한 조치 자체가 추가적인 유출 위험을 배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유정 폐쇄의 공포,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저장 포화가 현실화될 경우 이란이 직면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정 강제 폐쇄다. 수출 봉쇄에 따라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하면 최악의 경우 기존 유정은 폐쇄하게 되며, 한번 멈춘 유정은 완전히 굳어버리거나 망가져 다시 사용할 수 없는 불능화 상태가 된다. 이는 단순한 일시 중단이 아니라 이란 에너지 산업의 영구적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 미 재무부 관리 미아드 말레키는 “유정 폐쇄 시 지하수가 유입되는 '워터 코닝(Water Coning)' 현상으로 인해 하루 30만~5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이 영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연간 최대 150억 달러의 수익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이란 측은 대응 역량이 있다고 강조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란은 저장 탱크가 완전히 찰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그 전에 선제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란 석유 ·가스·석유화학제품수출협회 대변인 하미드 호세이니는 “우린 충분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핵 협상 탈퇴 이후 강화된 제재 국면을 거치며 이란 엔지니어들이 유정을 영구 손상 없이 중단·재가동하는 기술을 축적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영 이란석유공사가 50년간의 제재와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은 경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석가들은 이란이 '붕괴 상태'에 있더라도 쉽게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는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인 불명 속 쏟아지는 복합 시나리오]


기름 유출의 발생 원인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린링크는 “미군과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위성 영상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면서 “이란 정부도 마찬가지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마린링크는 이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상정하고 있다”며 “첫째, 선적 과정에서의 접속 배관 또는 로딩암 결함으로 인한 유출. 둘째, 노후화된 해저 파이프라인 또는 부두 구조물의 균열. 셋째, 저장 탱크의 용량 초과로 인한 압력 방출이 그것”이라고 짚었다. 마린링크는 “복수의 해양 감시 기관은 현재까지 어떠한 '의도적 방류'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쟁 압박과 제재, 설비 노후화가 복합 작용한 우발적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와 생태를 동시에 위협하는 이중 재앙]


하르그섬 사고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3월 18일, 4월 2일, 4월 7일에도 케슘섬 인근에서 기름 유출이 위성에 포착됐으며, 4월 10일에는 이란의 주요 정제 거점인 라반섬 해안에서 유출된 기름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시드바르섬 쪽으로 번지는 장면이 ESA 센티넬-2 위성에 담겼다. 


네덜란드 평화단체 PAX의 빔 즈비넨부르크 인도적 군축 프로젝트 책임자는 “라반섬의 최소 5곳이 피해를 입었고, 그 주변에서 기름 유출이 발생해 바다로 흘러갔으며, 특히 보호구역인 시드바르섬까지 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바르섬은 바닷새 군락지이자 바다거북의 산란지로, 일단 기름에 오염되면 생태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이번 하르그섬 유출은 이 같은 연쇄 사고들 가운데 규모와 위치 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건으로 부상했다. 


기름 유출이 미칠 환경적 파장은 단기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기름 유출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조류의 깃털 발수 기능을 손상시키며, 해양 포유류의 체온 유지 능력을 떨어뜨려 저체온증을 유발하는 등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하르그섬 인근 해역은 수심이 깊고 해류가 복잡한 지역으로, 유막이 인근 산호초와 해저 생태계로 유입될 경우 장기적 피해는 예측하기 어렵다. CNN은 “약 1억 명이 의존하는 지역 내 해수 담수화 시설의 여과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타격도 이미 임계점에 달해 있다. 이란 노동·사회복지부 관계자는 “전쟁으로 100만 명 이상이 실직했으며, 추가로 100만 명이 전쟁의 간접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철강·석유화학 공장을 비롯해 도로·항만·주거지가 폭격으로 파괴됐으며, 재건 비용은 약 2700억 달러(약 399조 원)로 추산됐다. 이는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3410억 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마흐디 고드시 오스트리아 빈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란 국민은 생활고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이란은 지금 가장 약한 지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은 “해협 봉쇄로 이란의 돈줄이 마르면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질서에 미칠 파장]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의 20.4%가 중동에서 도입되고 있으며,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이 지역에서의 이상 징후는 한국 에너지 수급과 경제 전반에 직결된다. 전쟁 이전 페르시아만 내부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글로벌 물동량의 3.3%에 불과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컨테이너 노선의 선복량을 합치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란 에너지 인프라의 추가 붕괴는 이미 봉쇄로 묶인 공급망을 더욱 압박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4월 24일 기준 걸프 지역 원유 생산량은 전쟁 전보다 57% 감소했으며, 사우디·UAE·쿠웨이트 등에서 하루 145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이 중단된 상태”다. 하르그섬 기름 유출 사태는 이 같은 구조적 위기의 가장 최근이자 가장 가시적인 표출이다. 저장 포화, 유정 폐쇄 가능성, 반복되는 유출 사고가 한꺼번에 맞물린 지금, 이 '검은 바다'는 이란 에너지 붕괴의 서막인지, 아니면 협상으로 봉합될 위기의 마지막 경고인지 국제사회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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