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보조금이라는 산소호흡기 떼자 드러난 '모래성' 실적]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던 전기차 기업 BYD가 내수 시장 부진과 보조금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1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 이는 BYD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복합 위기에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내수 시장 붕괴, 수익성 소멸,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세 가지 위기가 동시에 몰아치며 '무적 신화'의 균열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29일, “중국 선전(Shenzhen)에 본사를 둔 전기차 강자인 BYD는 28일, 1분기(1~3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4% 감소한 41억 위안(6억 달러)을 기록했다고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혔다”면서 “올해 초 정부 보조금 축소 이후 소비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세계 시장을 위협하던 BYD의 성장이 거품처럼 꺼지고 있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닛케이아시아는 “BYD가 공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순이익은 41억 위안(약 6억 달러)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이상(-55.4%) 났고, 매출 또한 1,502억 위안(약 220억 달러)으로 11.8% 감소했다”면서 “4분기 연속 이어진 이익 감소세는 BYD가 직면한 위기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닌, 구조적인 몰락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이런 급격한 추락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철회’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그동안 세금 감면과 직접 지원금으로 연명해온 BYD는 올해 초 보조금이 중단되자마자 가격 경쟁력을 잃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는데, 소비자들은 정부 지원이 사라진 전기차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장 재고 누적과 가동률 저하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에 따르면 이날을 기점으로 확인된 1분기 신에너지차 판매량 감소폭은 23.8%에 달해, 산업 전체가 동반 하락하는 ‘데스 벨리(Death Valley)’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안방에서 쫓겨나다—점유율 10% 붕괴와 지리에 추월 허용]
BYD 위기의 진원지는 중국 내수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BYD의 중국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올해 1~2월 7.1%(19만 1,000대)로 추락했다. BYD의 연간 점유율은 2022년 7.7%, 2023년 11.5%, 2024년 15.5%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14.4%로 꺾였고, 올해 들어 하락세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그리고 수치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올해 1~2월 기준으로 지리자동차(28만 9,000대)가 BYD를 추월해 중국 내수 1위로 올라섰다. BYD가 자국 시장에서 경쟁사에 1위를 내준 것은 수년 만의 굴욕이다.
1분기 중국 내 신에너지차(NEV)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3.8% 급감했다. BYD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깊이 추락했다.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2026년부터 전기차 취득세를 면제에서 5% 부과로 전환하고, 정액 지원하던 노후차 교체 보조금 지급 방식도 바꾸면서, 순수 전기 주행거리 100㎞ 미만 PHEV는 구매세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위원 리옌웨이는 "단거리 모델들이 정책의 혜택을 잃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BYD의 중국 내 PHEV 판매량은 1분기에 13만 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 폭락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합회 데이터에서 BYD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월 기준 26%로, 불과 1년 만에 7%포인트가 사라졌다.
[출혈 가격전쟁—팔수록 손해 나는 구조로 내몰리다]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BYD가 선택한 방어 전략은 가격 인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수익성을 더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중국 자동차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BYD의 평균 가격 인하 폭은 10%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리자동차와 치루이자동차 등 경쟁사들도 할인 공세에 가세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까지도 할인 추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격적인 할인조차 과거만큼의 판매 진작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BYD의 중국 내수 판매량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가격을 내려도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보조금이 축소되는 데다 생산 주기까지 빨라지면서 어느 기업도 장기간 선두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중국 자동차 산업이 '전시 상황'에 진입했다며,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수백 개에 달하는 업체 수가 대폭 줄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왕촨푸 BYD 회장 자신도 "중국 자동차 산업이 잔혹한 도태 단계에 진입했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할 정도다.
이 전쟁의 근본 원인은 구조적 공급 과잉이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연간 생산 능력은 5,550만 대에 달하지만, 내수 판매량은 약 2,300만 대에 불과하다. 공장 가동률의 절반 수준이며, 통상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70~80% 가동률에 크게 못 미친다.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업계 전체를 짓누르고 있고, BYD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1위 BYD, 최대 위기…6년 만에 최악 성적표의 경고]
수익성 악화와 맞물려 BYD의 재무 건전성에도 심상치 않은 신호가 켜지고 있다. 4년 연속 마이너스를 유지하던 BYD의 순부채비율은 25%까지 치솟았다. 부채 부담과 매출 감소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은 심각하게 훼손됐고, 연간 이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더 깊은 문제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부채 구조다. 홍콩 조사업체 GMT리서치는 BYD의 실제 순부채가 60조 원에 달하며, 평균 275일 이상 공급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는 공급망 금융 방식으로 재무제표상 부채를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BYD는 '디롄'이라는 특유의 어음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만기일이 8~9개월, 심지어 1년에 달해 협력사들은 최악의 경우 1년 뒤에야 대금을 받을 수 있다. GMT리서치는 2021년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의 부실을 일찌감치 경고한 바 있는 기관이다. BYD가 과거 '제2의 헝다'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게 된 것도 이런 재무 구조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다.
[해외 수출—진짜 구원인가, 임시방편인가]
BYD는 내수 부진을 해외 판매로 만회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1분기 수출 대수는 32만 1,1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고, 전체 판매의 46%를 해외에서 거뒀다. 연간 해외 판매 목표도 130만 대에서 150만 대로 상향했다. 중동 분쟁 여파로 치솟은 유가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를 자극하며 BYD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 수출이 구조적 위기를 덮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는 “이 전환은 비용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모두에서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들의 기대와도 충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중고차 시장에서 출시 3개월 이내, 주행 거리 50㎞ 이하 차량이 전체 중고차의 약 13%인 1,960만 대에 달한다”고 추산했는데, 이는 BYD를 포함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실질 판매 실적 자체가 과장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해외 시장에서도 유럽의 관세 장벽, 미국의 수입 제한, 현지 인증 문제 등 구조적 변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보고서에서 BYD가 경쟁사의 기술력 향상과 유사 모델 출시로 기존의 시장 우위가 약화됐으며, 중국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인 '이구환신' 지원 방식이 정액에서 정률로 변경되면서 상대적으로 저가 차량에 대한 혜택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BYD의 핵심 사업 기반이었던 저가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정책 지형 자체가 바뀐 것이다.
[중국 전기차산업 모델의 한계에 선 BYD의 성장 모델]
BYD의 위기는 단지 한 기업의 실적 부진을 넘어,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정부 보조금이라는 온실 속에서 급성장한 수백 개 업체들이 보조금 축소와 함께 동시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전기차 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2023년에는 중국에서 전기차 스타트업 창업(13곳)보다 폐업(16곳)이 더 많아졌고, 바이두·지리가 합작한 지웨, 네타 등 대표 브랜드들이 이미 문을 닫았다.
BYD는 여전히 세계 1위 전기차 판매 기업이다. 초급속 충전, 블레이드 배터리, 자율주행 플랫폼 등 기술 경쟁력도 일정 수준 유효하다. 그러나 내수 붕괴, 수익 소멸, 재무 불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위기가 동시에 가시화되는 지금, '무너지지 않는 신화'라는 믿음은 이제 검증대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가 “경쟁 격화와 생산 주기 단축으로 손쉬운 성장의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한 것처럼, BYD 앞에 놓인 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험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갈수록 험난해질 것이다. 기술 탈취와 보조금을 통한 불공정 경쟁으로 성장한 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는 시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BYD의 실적 쇼크는 중국 전기차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대한민국 역시 중국 전기차의 이런 ‘밀어내기식’ 공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저가 물량 공세에 현혹되지 말고,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발 전기차 쇼크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부실한 중국 기업들을 시장에서 걸러낼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의 비호 아래 세워진 전기차 제국 BYD는 이제 성장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투명한 경영과 시장 경쟁 대신 당의 눈치를 보며 성장해온 기업의 끝은 정해져 있다. BYD의 이번 1분기 어닝 쇼크는 단순한 숫자의 하락이 아니라, ‘중국산 전기차 신화’의 종말을 알리는 조종(弔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