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강경파의 반란 — 협상 대표 갈리바프를 '배신자'로 몰다]
이란의 대미(對美) 핵협상이 내부 강경파의 거센 반발로 협상 대표 교체 위기에 처하면서, 협상 테이블을 통한 평화적 해법 모색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란 국회에서 협상 찬성파가 압도적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강경파가 파키스탄으로 가는 것조차 막아서면서 이란의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권력 중심부의 파열음이 심상치 않게 나돌고 있다. 또 경제 붕괴로 한계점에 도달한 민심과 군부의 비대해진 영향력이 결합하며 국가적 내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이란 의회 의장이자 대미 핵협상 수석대표를 맡아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협상 대표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란 정치 지형이 격랑에 휩싸였다”면서 “갈리바프는 핵 문제를 워싱턴과의 회담 의제에 포함시키려다 이란 정치권 내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뒤 사임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이 갈등의 핵심에는 초강경 파벌 파이다리(Paydari·안정전선)가 있다”면서 “파이다리 소속 의원 마흐무드 나바비안은 의회 내부와 국영 매체를 무대로 갈리바프를 정면 공격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나바비안은 현지 언론에 “협상은 이제 순수한 피해일 뿐이며, 누구도 협상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핵 프로그램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나아가 “이 같은 행보가 새로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방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암시했다. 강경파 정치인 알리 헤즈리안 역시 국영 TV에 출연해 “최고지도자가 협상 지속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다리의 공세는 단순한 논평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소셜미디어 플랫폼 '에이타(Eitaa)' 등에서 갈리바프를 향한 '배신자' 비난이 봇물을 이뤘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혁명수비대(IRGC)가 개입해 갈리바프의 '배신'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영 TV는 이들 강경파의 목소리를 연일 야간 방송을 통해 증폭시키며 ‘최종 승리’까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집회를 반복 노출했다.
갈리바프는 이러한 비판에 굴하지 않고 국영 TV 단독 인터뷰에 출연해 강경파 설득에 나섰다. 그는 “외교는 후퇴나 이란의 요구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오히려 군사적 성과를 공고히 하고 이를 정치적 결과와 지속적인 평화로 전환하는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본인에게는 전장과 협상 테이블 사이에 아무런 구분이 없으며,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4월 초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뤄진 첫 번째 협상에는 갈리바프를 비롯해 아라그치 외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국방위원회 사무총장 등 무려 70여 명의 대규모 대표단이 참석했다. 강경파 의원으로서 대서방 협상에 줄곧 반대해 온 나바비안을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은, 협상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광범위하게 나누고 향후 강경파의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잘릴리의 부상 — 강경 노선으로의 전환 신호탄]
영국에 근거지를 둔 이란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은 지난 24일 보도에서 “'그림자 정부'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사에드 잘릴리(60)가 갈리바프의 후임으로 협상 대표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잘릴리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재임 시절 이란의 핵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인물로, 파이다리의 실질적 수장이기도 하다. 그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핵합의(JCPOA)에 반대하는 '그림자 정부'를 구성해 운영하기도 했다.
이란 반체제 연합(NCRI)의 알리 사파비는 폭스뉴스 디지털에 “잘릴리가 핵협상가에서 체제 내 영향력 있는 행위자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잘릴리의 등장은 협상이 타협보다 저항에 무게 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강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는 4월 7일 자신의 X 계정에 “지배 구조와 미국식 질서의 '인프라'가 붕괴 직전에 있으며, 이후 더 나은 토대가 구축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란 내부 갈등이 이처럼 증폭되는 배경에는 새로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공개 석상 잠적이 자리하고 있다. 모즈타바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공개 행보를 멈춘 상태다. 이는 그가 선친인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공습 당시 부상을 입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체제에서는 초강경 파벌들이 공개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온건파를 공격할 수 있었지만, 필요한 경우 그가 직접 기강을 잡았다. 2015년 핵합의 때도 그가 최소한의 암묵적 승인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당시 의회의장 알리 라리자니가 단 몇 분 만에 의회를 통과시키며 반대를 잠재웠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진정으로 이란을 이끌고 있는지, 한 사람인지 아니면 유동적인 집단 체제인지 불분명한 상태다.
강경파들이 내세우는 이른바 '레드라인'은 모즈타바가 4월 9일 발표한 메시지를 선택적으로 해석하거나, 협상을 반대하는 알리 하메네이의 과거 발언, 혹은 이름 없는 '신뢰할 만한 소식통'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파이다리 소속 의원 아미르 호세인 사베티는 X에 “핵 문제와 관련한 대미 협상이 금지됐다는 가장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갈리바프와 아라그치 외무장관에게 우라늄 농축 중단이나 희석에 관한 협상 보도를 공개 부인하라”고 요구했다.
[IRGC 내부도 분열 — “전쟁 계속"vs."협상 필요”]
이란인터내셔널은 “혁명수비대 내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면서 “IRGC 사령관 아흐마드 바히디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사무총장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를 중심으로 한 파벌은 전쟁 지속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란 내부 관측통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묘사된다”고 밝혔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이어 “반면 갈리바프 계열은 IRGC 항공우주 부문 내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두 파벌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 수호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그 방법을 둘러싼 전략적 방향에서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갈등은 이란 국회내에서도 표출됐다. FT는 “지난 27일, 290명의 국회의원 중 261명이 갈리바프와 다른 협상단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파이다리의 주요 인사들은 서명자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고 짚었다. 결국 이란내 국회의원 90%가 미국과의 협상을 지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파들이 협상 진행 자체를 총칼로 가로막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이란 현실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현재 이란을 휘감고 있는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실질적 통제력 상실이다. 공습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지도부의 부재는 '누가 최종 결정권자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권력의 진공' 상태는 통상적인 정치적 갈등을 넘어, 체제 수호의 핵심축인 혁명수비대(IRGC)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관료 집단 사이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로 진단한다.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대미 협상을 놓고 파이다리파와 같은 초강경 세력이 국회의장을 공개 비난하는 것은, 과거 알리 하메네이 생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하극상이다. 이는 중재자가 사라진 권력 상층부가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군사력을 쥔 세력 간의 '무력 점거'나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의 내분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바닥난 민심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말부터 시작된 리알화 가치 폭락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이란 전역 31개 주를 다시 한번 시위의 물결로 덮었다. 특히 과거 정권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테헤란 바자르 상인들까지 시위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빵이다”라는 시위대의 구호는 대미 협상을 둘러싼 정계의 말싸움이 국민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상징한다. 만약 지도부 내분이 장기화되어 행정 기능이 마비될 경우, 억눌려온 민중의 분노가 전국적인 무장 봉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소수 민족 접경 지역에서의 분리주의 움직임까지 가세할 경우 이란은 걷잡을 수 없는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비대해진 혁명수비대, 양날의 검]
전쟁 국면을 거치며 정치와 경제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 혁명수비대의 행보도 내란의 뇌관이다. 이들은 단순한 군사 조직을 넘어 이란 경제의 50% 이상을 장악한 거대 기업 집단이기도 하다. 대미 협상을 통해 제재가 풀리고 시장이 개방될 경우, 자신들의 독점적 이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한 수비대 내 강경파들이 외교적 해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내부적 숙청이나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후라(Alhurra)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모든 전략적 결정은 외교부가 아닌 혁명수비대 사령관들의 손을 거치고 있다. 군부가 민간 정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게 될 경우, 이는 필연적으로 기존 정치 질서와의 정면충돌을 야기한다. 정규군과 혁명수비대 사이의 미묘한 경쟁 관계 역시 혼란기에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 화약고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내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이 통제 불능의 카오스 상태에 빠질 경우, 핵물질의 유출이나 테러 집단의 발흥과 같은 전 지구적 재앙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누가 권력을 잡고 있는지 모른다”고 언급한 것은 단순히 이란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협상 파트너로서의 이란 정부가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란은 ▲지도부 내 강경파의 친위 쿠데타 ▲민중 봉기와 군부 진압에 따른 내전 ▲소수 민족 할거로 인한 영토 분열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평화로운 정권 교체나 합리적인 협상 타결 가능성은 이란 내부의 깊은 균열로 인해 점차 희박해지고 있으며, 이란 국민들은 '전쟁보다 무서운 내란'의 공포 앞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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