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벼랑 끝 몰린 이란, 느긋한 美 태도에 다시 협상장으로...]
미국의 최대 압박에도 불구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던 이란이 다시 파키스탄으로 복귀했다.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면 미국이 안절부절하면서 이란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란의 대단한 오판이었음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이란이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협상팀을 이슬라마바드로 보낼 생각이 없다며 느긋해 하고 있어 오히려 이란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뉴욕포스트(NY POST)는 27일,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압박받고 있으며, '에픽 퓨리 작전'의 파괴적인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어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미국내 압박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이란은 판단했지만 이는 이란의 엄청난 착각이었다”며 “시간은 미국편이었음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이란은 수백 명의 고위 사령관과 관리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픽퓨리 작전으로 사망한데다, 이란의 핵 기반 시설, 방공망,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해군 및 방위 산업은 모두 심각하게 약화되었다”면서 “이런 가운데 경제적 타격은 정권에 훨씬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이란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포스트는 “지금 이란의 최대 위기 중 하나는 미국의 해안 봉쇄로 인해 석유 수입이 완전 차단된 것”이라며 “이란 석유 수입 중 최소 3분의 1이 군인 급여와 작전 비용으로 사용되는데, 그 자금 통로가 완전히 막히면서 이란의 생명줄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다.
뉴욕포스트는 그러면서 “테헤란은 수일 내에 어려운 질문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면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두 나라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국가적 파멸을 초래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가 먼저 양보할 것” 착각이 부를 비극적 결말]
미국과 이란은 지금 서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확신하며 버티기에 들어가 있다. 미국은 해상봉쇄로 이란 경제를 서서히 질식시키겠다는 전략이고, 이란 혁명수비대 강경파는 미국 중간선거와 반전 여론이 트럼프를 먼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고 계산한다. 그러나 이 두 확신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이란의 논리에는 현실이 용납하지 않는 착각들이 중첩돼 있다. 한마디로 이란이 엄청난 착각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반 트럼프 언론들이 쏟아내는 선동적 기사에 빠져들면서 이란을 혼돈의 지경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겪는 경제적 고통보다 미국의 정치적 압박이 먼저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을 했지만 이러한 가정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란의 착각 1. “트럼프는 중간선거 때문에 굴복할 것이다”
이란 강경파의 가장 핵심적인 베팅은 트럼프의 정치적 약점을 겨냥한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급등과 반전 여론이 공화당의 표심을 갉아먹을 것이고, 트럼프는 결국 선거 전에 이란에 양보해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란의 이 계산에는 분명 근거가 없지는 않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이란 관련 지지율은 32%까지 떨어졌고, 의회 안팎에서도 전쟁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트럼프라는 인물의 정치적 본질을 오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는 중간선거 때문에 이 문제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하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결정적으로, 이란의 계산은 트럼프에게 '굴복'이 정치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라고 가정하는 데서 무너진다. 아무 성과 없이 이란에 양보하는 것이야말로 트럼프 지지층의 이탈을 부르고 공화당을 패배로 이끌 최악의 선택이다. 트럼프에게 중간선거 전에 '이길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한 것이지, 아무 합의나 필요한 게 아니다. 이란이 먼저 의미 있는 양보를 내놓지 않는 한, 트럼프는 봉쇄를 더 죄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사실 이란이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CNN의 영향도 있다. CNN은 “트럼프는 블러프를 하지 않는다는 백악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다섯 차례나 데드라인을 어겼다”며 “이란이 미국의 공허한 위협을 간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분석의 이면에는 함정이 있다. 트럼프가 군사적 공격의 데드라인을 반복 연장한 것은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이지, 봉쇄 자체를 풀겠다는 신호가 아니었다. 이란이 '연장 = 굴복'으로 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판이다.
*착각 2. "오래된 제재에 단련됐으니 봉쇄도 버틸 수 있다"
이란 강경파의 두 번째 착각은 과거 제재 경험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영국의 이란 전문 싱크탱크인 보르세바자르재단의 바트망헬리즈 CEO는 “이란은 트럼프 1기 최대압박 당시에도 원유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버텨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과거의 경제제재와 본질이 다르다.
과거 제재는 이란이 중국·러시아 등 우회로를 통해 원유를 수출할 숨구멍을 남겨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국의 해상봉쇄는 이란의 원유 수출항뿐 아니라 남부 해안 전체를 틀어막고 있으며, 이란 연간 무역의 90% 이상이 경유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더욱이 과거 이란의 최대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UAE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겪은 뒤 등을 돌렸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봉쇄가 이란 수출 수입의 최대 70%를 차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러시아와 중국도 이란을 적극적으로 구원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버티기'에 드는 비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이란 중앙은행은 봉쇄가 지속될 경우 매달 약 13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대 12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제재를 피해 조금씩 원유를 팔던 과거의 '느린 출혈'과는 차원이 다른 '급성 쇼크'다.
*착각 3. “핵 프로그램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혁명수비대 강경파의 세 번째, 그리고 어쩌면 가장 위험한 착각은 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강경파 의원 나바비안은 “핵 문제를 협상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공개 비판했으며, 혁명수비대 바히디 사령관도 어떠한 양보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 입장은 국내 정치적 논리로는 이해되지만 국제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미국이 이 전쟁을 시작한 명분 자체가 이란의 핵 위협 제거다. 트럼프가 핵 프로그램을 그대로 둔 채 봉쇄를 해제할 경우 국내외에서 “전쟁에서 졌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고, 이는 곧 탄핵 수준의 정치적 타격을 의미한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에서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확인조차 거부했다”고 밝혔으며, 이것이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이었다. 핵 주권을 지키겠다고 버티는 것은 곧 협상의 모든 문을 스스로 닫는 것이다.
*착각 4. “혁명수비대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
강경파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착각은 자신들이 전장에서 선방했다는 인식이다. 혁명수비대 장군들은 5주간의 전투 끝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을 억제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호르무즈 봉쇄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평은 군사적 현실을 호도한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는 개전 첫날 400발 이상에서 전쟁 수 주 만에 하루 20~40발 수준으로 90% 급감했으며,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70%를 파괴했고, 미국은 이란 무기 제조 능력의 3분의 2를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제조 능력이 붕괴된 상태에서 이를 신속히 복구할 방법도 없다. 해상에서 기뢰와 드론으로 버티는 전술은 전략적 승리가 아니라 정치적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착각 5. “경제기계가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존 논리의 함정
마지막 착각은 어쩌면 가장 냉정한 계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위험한 것이다.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경제 기계가 멈추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는 바트망헬리즈의 진단은 이란 정권 스스로 이 전쟁의 목표가 '생존'으로 축소됐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생존 논리에도 시한이 있다. 원유 분석업체 크플러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현재 육상 저장 용량이 약 20일치 생산량을 커버하며, 5월로 접어들면서 생산 감소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퇴역 유조선을 긁어모아 해상 저장고로 전환한다 해도 이는 며칠을 버는 임시방편이다. 저장 공간이 바닥나면 이란은 스스로 유정을 폐쇄해야 하고, 파이프라인 손상 등 영구적 피해가 뒤따른다. 이란 중앙은행은 봉쇄가 강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최대 180%까지 치솟고 실업자가 200만 명 추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계가 '멈추지 않게 유지'하는 것과 기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치킨게임'에서 먼저 핸들을 꺾어야 하는 쪽은 이란]
결국 지금의 미-이란 교착은 두 운전자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치킨게임이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핸들을 꺾을 것이라 믿지만, 비대칭이 너무 크다. 미국은 봉쇄를 풀지 않아도 정치적으로 버틸 수 있는 서사가 있다. 이란은 봉쇄가 지속되면 국가 재정이 먼저 한계에 달한다. 미국 전쟁권한법에 따라 의회 통보 60일 기한인 5월 1일이 임박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불가피한 군사적 필요성’을 내세워 30일 추가 연장을 추진할 수 있으며, 봉쇄 자체는 별도의 법적 근거로 계속 유지가 가능하다.
이란 강경파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교훈이 있다. 1988년 초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독배를 마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란도 경제는 무너지고 군사력은 한계에 달한 뒤에야 그 결단을 내렸다. 지금 혁명수비대 강경파는 독배를 들기를 거부하며 미국이 먼저 무릎을 꿇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수치들은 하나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선택지가 좁아지는 쪽은 이란이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