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란, '항복의 테이블' 거부하며 2차 협상 출석 기로]
미국·이란 전쟁의 2주 휴전 만료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2차 평화협상이 미국의 이란 화물선 나포 사태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지만, 이란은 ‘항복의 테이블’은 거부한다면서도 협상 참여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협상단은 이미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없으면 폭격 재개”라면서 이란의 협상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란에 전쟁용 이중용도물품을 보내려다 미 해군에 의해 딱 걸리는 수모를 당했다.

텔레그래프는 21일, “이란은 새로운 협상 라운드에 대한 확답을 거듭 거부하면서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21일 미국과의 회담을 위해 대표단을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면서 “JD 밴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한 미국 대표단은 20일 저녁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이미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이란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이유로 협상 타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일축해 왔는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0일 저녁 워싱턴이 ‘지속적인 휴전 위반’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역시 테헤란이 미국에 대해 깊고 역사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며 ‘이란인들은 무력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협상파의 강경 발언은 이란 내부의 결사항전파들을 의식한 내부 진화용 발언인 것으로 판단되며 결국 이란의 참혹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란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결사항전파’가 언제 어느 때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협상판이 언제든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은 없다”면서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곧바로 폭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휴전은 22일 밤 만료될 예정이다.
[이란 협상단장 “항복의 테이블에는 앉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점은 이란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예정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우리 팀은 트럼프의 위협 아래 열리는 미국과의 협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이번 2차 협상이 미국이 마련한 '항복의 테이블'에 불과하기 때문에 협상 전제 조건으로 위협 중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란인들은 힘에 굴복하지 않는다”며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역사적 불신을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과의 협상파인 이 두 사람의 이런 발언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주변 강경파 소식통들이 이슬라마바드 2차 협상 자체를 일축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는 결국 미국측에 미국이 요구하는 초강경 조건들을 일부 완화해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란내 강경파들을 달랠 당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란내 유력 협상파 2인이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슬라마바드로 이란 대표단이 출발하려면 이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상응하는 미국의 메시지가 있어야 할 것이고, 만약 그러한 교감이 오고간다면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담판을 앞둔 20일, 협박과 회유를 오가는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PBS 인터뷰에서 “휴전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탄이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5년 핵 합의(JCPOA)보다 훨씬 나은 협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우리 나라 안보와 관련해 이뤄진 최악의 합의 중 하나”라며 “이 협정이 이란의 핵무장으로 가는 '보증된 길'을 만들어줬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는 이어 트루스소셜 연속 게시물에서 “이란과의 합의가 성사되면 이스라엘과 중동뿐 아니라 유럽, 미국, 그리고 전 세계가 평화, 안보, 안전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구사하는 트럼프식 협상술이 다시 전면에 나선 셈이다.
[3대 쟁점: 핵농축·우라늄 처리·호르무즈]
협상의 핵심 난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핵 농축 중단 기간이다. 미국은 최대 20년간 농축 중단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5년 수준의 제한적 중단을 제안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란은 무기한 중단 요구에 대해 “국제법적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핵주권 침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다만 일부 유연한 기류도 감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10년 후 핵 프로그램의 일부 재개 가능성을 미국 측에 타진했다”고 전했다. WSJ은 “구체적 안으로 10년간 농축 전면 중단 이후, 이후 최소 10년에 걸쳐 소량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하는 방식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의 요구에 응해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포기할 경우, 이를 하루아침에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이란 측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번 전쟁 개시의 명분이 바로 이란의 농축 우라늄 회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란은 이를 평화적으로 미국에 넘겨주고 대신 그 조건으로 이란에 경제개발 자금을 주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최종 합의 전까지는 해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란은 바로 이 봉쇄 조치를 명분으로 주말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했고, 강경파를 중심으로 봉쇄 해제가 선행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협상 타결을 조건으로 미국과 이란 모두 동시 전면 개방이라는 타협안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해군, 중국발 이란행 화물선 압수... '이중 용도' 군수물자 포착]
이런 가운데 폭스뉴스는 21일,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의 해상 봉쇄망을 뚫으려던 이란 국적 화물선을 무력으로 저지하고 선박에 실린 의심 화물을 전격 압수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폭스뉴스는 이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9일 오만만 인근에서 이란으로 향하던 화물선 '투스카(Touska)호'를 차단해 나포했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번 작전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대응해 미국이 선포한 해상 봉쇄 조치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중부사령부는 “미 해군은 해당 선박이 봉쇄 구역을 위반하고 이란 항구로 진입하려 하자 수차례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투스카호는 약 6시간 동안 이를 무시하고 항해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짚었다.
이에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Spruance)호는 투스카호 선원들에게 엔진룸 대피를 명령한 후 해당 구역에 함포 사격을 가해 선박의 추진 동력을 완전히 무력화했다. 동력을 잃은 선박에는 미 해병대가 즉각 승선하여 저항 없이 통제권을 확보했다.
중요한 것은 이 화물선에 실려 있는 물건의 정체였다. 폭스뉴스는 “현재 미군은 투스카호를 압수해 내부 화물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민간과 군사 목적으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중 용도(dual-use)' 물자가 다량 포함된 정황을 포착했다”면서 “선박의 항적 기록에 따르면 투스카호는 최근 중국 남부의 주요 항구인 주하이(Zhuhai)에 수차례 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후 동남아시아를 거쳐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을 마지막으로 출항해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으로 향하던 중 미군에 가로막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양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도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보급로를 통해 전략 물자를 수급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해양 투명성 기구 '씨라이트(SeaLight)'의 레이 파웰 국장은 “미군의 강력한 해상 전력이 배치된 상황에서 봉쇄망 돌파를 시도한 것은 그만큼 선박에 실린 화물이 이란에 절실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은 단속이 느슨해 선박 간 화물 환적(STS)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이란이 화물의 출처를 세탁하기 위해 이 경로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궈지아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여전히 민감하고 복잡하다”고 경고하며, “미국의 이번 나포 작전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이란의 주요 경제적 파트너이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만큼, 이번 선박 압수 사건이 미·중 간의 새로운 외교적 충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군의 이번 작전은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로 명명된 대이란 군사 캠페인의 핵심 과정이다. 미국은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피하면서도, 해상 봉쇄를 통해 경제적 목줄을 죄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나포 사건으로 인해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어져 온 위태로운 휴전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이 그렇게도 경고해 왔던 중국의 이중용도 전쟁 물자가 이란으로 갈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미중간 갈등까지 예고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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