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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협상팀 파키스탄행 가로막은 강경파, 이란 내 보수·개혁 진영과 군부 강경파 정면 충돌 갈리바프, 강경파 ‘배신자’ 비난에도 이란-美 협상 공개 옹호 2026-04-21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갈리바프, 강경파 ‘배신자’ 비난에도 이란-美 협상 공개 옹호]


이란 의회 의장이자 수석 협상 대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 중인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하려 했지만, 이란내 군부 강경파들이 ‘배신자’라 칭하면서 이들의 파키스탄행을 가로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이란 내부에서 현실주의적 협상파와 교조주의(敎條主義)적 강경파들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인데, 이들간의 전쟁이 국영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 내 혼란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내부 쿠데타같은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이란인터내셔널은 20일, “이란 정계의 핵심 인물이자 현 의회 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19일 이란 국영 방송(IRIB)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 중인 미국과의 간접 협상 당위성을 상세히 설명했다”면서 “갈리바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당내외 강경 세력이 제기하는 '대미 굴욕 외교' 프레임을 강력히 부인하며, 오히려 외교를 군사적 승리를 완성하는 필수적인 도구로 정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인터내셔날은 이어 “그는 인터뷰 내내 ‘외교는 전장에서의 철수가 아니라, 전장의 성과를 정치적 결과물과 지속 가능한 평화로 변환하는 또 다른 형태의 투쟁’임을 거듭 강조했다”면서 “이는 과거 이란 혁명 수비대(IRGC) 출신으로서 자신의 군사적 배경을 십분 활용해, 협상을 '나약함'으로 치부하는 강경파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나에게 전쟁터와 협상 테이블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이란 국민이 권리를 찾을 수 있다면 목숨과 명예를 모두 희생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외교란 군사적 성과를 정치적 성과와 항구적 평화로 전환하는 수단이며, 미국의 요구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매체 타반크는 “갈리바프가 군사력, 국민 지지, 외교를 동시에 가동하는 전략적 틀을 제시한 것”이라 해석했고, 중도 성향 아스르-에-이란은 이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이란의 더 큰 로드맵”으로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갈리바프 의장이 이란의 외교적 지렛대를 과대평가하는 이른바 '자국 우월주의' 경계론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보유한 군사적 우위와 기술적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이러한 발언은 이란 지도부 내에서 흔치 않은 '현실주의적 접근'으로 평가받으며, 무조건적인 대결보다는 정교한 수싸움을 통해 제재 해제와 경제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강경파의 '배신' 낙인과 이타(Eitaa)를 통한 여론 공세]


하지만 갈리바프 의장의 이러한 행보는 즉각적인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이란 내 자생적 SNS인 '이타(Eita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강경파 세력은 그를 '배신자' 혹은 '쿠데타 주동자'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갈리바프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설정한 협상의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으며, 미국에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타에 게시된 한 비판 글은 “협상에는 해악 외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며 “갈리바프가 보여주는 협상 진전의 낙관론은 '우려스러운 징조'”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일부 강경파 지지자들은 “혁명수비대가 직접 개입하여 갈리바프의 독단적인 행보를 막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밤마다 열리는 관변 단체 집회에서 고농축 핵물질의 해외 반출과 같은 양보 가능성에 분노하며, “타협주의자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세를 과시하는 상황이다.


이런 갈등은 단순한 외교 노선의 차이를 넘어 차기 대권 및 권력 구조를 둘러싼 내부 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갈리바프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사이드 잘릴리 전 국가안보최고위원회 비서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SNS 계정이 갈리바프를 '쿠데타 음모자'라고 지칭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해당 계정은 모즈타바 하메네이(최고지도자의 아들)가 이 협상을 지지한다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지도자의 승인 없는 독자 행보는 용납될 수 없다고 압박했다. 해당 계정은 논란 직후 돌연 폐쇄되었으나, 이란 핵심 권력층 내부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개혁파의 지지 선언, "역사적 순간, 이성적 군인-정치인을 지켜야“]


흥미로운 지점은 강경파 진영 내에서 몰매를 맞고 있는 갈리바프 의장에게 개혁파 인사들이 뜻밖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모하마드 카타미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는 자신의 SNS를 통해 “드문 역사적 순간이 갈리바프를 이란을 아끼는 누구나 지지해야 할 '이성적인 군인 정치인'의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란의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실용주의적 노선에 힘을 실어주려는 개혁파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언론인 아흐마드 제이다바디 역시 “현재의 극도로 긴장된 국제 정세 속에서 협상을 자처하고 나선 갈리바프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고 짚었다. 그는 “갈리바프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명예를 거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내 주요 매체들의 평가도 갈린다. 보수 성향의 웹사이트 '탑낙(Tabnak)'은 “갈리바프가 군사력, 대중적 지지, 그리고 외교가 동시에 작동하는 입체적인 전략 프레임을 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보도한 반면, 중도 성향의 '아스르 에 이란(Asr-e Iran)'은 “갈리바프의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로드맵으로 해석된다”며 “외교 역시 저항 정신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도는 이란 내부의 이중적 균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강경파는 협상 자체를 굴복의 전조로 보는 반면, 개혁파와 일부 실용주의 세력은 군사·경제적 압박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외교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한다. 이슬라마바드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선언하고 후속 협상 재개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갈리바프가 국내 강경파의 포위망을 뚫고 협상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배경과 지정학적 함의]


갈리바프 의장이 이처럼 거센 비판을 무릅쓰고 협상을 옹호하는 배경에는 2026년 현재 이란이 처한 복합적인 경제·안보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민생 악화와 인플레이션은 정권 유지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최근 중동 지역 내 긴장 고조는 전면전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갈리바프는 이란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대외적으로는 '저항의 아이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라는 실익을 챙기려는 고난도 정치를 구사했다. 그는 “미국과의 대화가 결코 이란 혁명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란의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결국 이번 갈리바프 의장의 발언은 이란 내부의 강경 여론을 달래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이란 지도부 내에 대화의 의지가 있는 실용주의 세력이 존재함을 알리는 이중적인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잘릴리를 필두로 한 강경파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향후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성패는 갈리바프가 이끄는 실용주의 연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내부 반대 급부를 통제하고 최고지도자의 확고한 신임을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이란 정계의 한 관계자는 “갈리바프는 지금 가장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며, “이 협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그는 강경파에 의해 정치적으로 완전히 매장당할 수 있지만, 성공한다면 이란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는 2026년 중동 정세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이란 내 권력 투쟁의 전개 양상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권력 전면 장악하며 온건파 축출]


이런 가운데 우려스러운 점은 이란의 강경파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군사 지휘권과 대외 협상권을 사실상 독점하며 테헤란의 국정 운영을 전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포스트는 20일, 미국 워싱턴 소재 전쟁연구소(ISW)의 분석을 인용해 “IRGC 총사령관 아흐마드 바히디 장군과 그 측근들이 이란의 실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권력 이동의 징후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과 이번 주 예정되었던 미국과의 평화 회담 거부 의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이날 발생한 강경 기조로의 급격한 전환은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포함한 이란 지도부 내 온건파 인사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음을 시사한다”면서 “아라그치 장관은 당초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로 동의했으나, IRGC 측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에 맞서 해협 폐쇄를 강하게 요구하며 이를 무산시켰다”고 짚었다.


바히디 사령관은 IRGC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국가안보최고회의 사무총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해협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당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졸가드르는 이달 초 이란 대표단에 합류하여 협상팀이 IRGC와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ISW는 “졸가드르가 아라그치 장관이 협상 과정에서 '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 문제와 관련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권한을 남용했다는 불만을 IRGC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전 IRGC 정보국장이자 모즈타바의 측근인 호세인 타에브 등이 협상단을 테헤란으로 소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바히디 사령관과 IRGC의 동맹 체제는 부친의 사망 당시 부상을 입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제외하고 이란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부상했다. 이는 아라그치 장관이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같은 인물들이 실질적인 집행 권한이나 영향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이란 내 핵심 인물들이 제거된 후 개혁된 정권과 협상하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간의 향후 협상 일정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21일로 다가온 휴전 마감 시한이 연장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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