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혼돈의 호르무즈, “이란, 호르무즈 해협 재통제 선언”]
이란이 하루 만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 선언을 뒤집고 해협 통제를 전면 재개했다. 미국이 이란 관련 선박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란이 즉각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는 이란내 협상파와 강경파의 충돌에서 최후항전파가 결국 득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다시 엄청난 폭격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것은 이란의 이런 태도 변화가 파키스탄의 중재팀이 테헤란을 떠난 직후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란간 협상이 더 이상 힘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낳게 한다.

AP통신은 18일, “이란 통합군사령부는 이날 공식 발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이전 상태로 복귀했으며, 무장 세력의 엄격한 관리와 통제 하에 놓였다'고 밝혔다”며 “이란 군부는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가 계속되는 한 해협 통행 차단을 지속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이어 “이 발표는 이란이 전날인 17일 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헤즈볼라 10일 휴전이 발효된 것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을 상업 선박에 전면 개방했다고 선언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면서 “이란 측은 레바논 전쟁 종식을 협상의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세워 왔으며, 이스라엘이 지난주 레바논 휴전을 깼다고 주장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합의가 체결될 때까지 미국의 봉쇄는 ‘완전한 효력’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이란은 즉각 입장을 뒤집었다”고 밝혔다.
AP는 “이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의 이날 발언이 지난주 미·이란 간 휴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면서 “이란 입장에서 해협 통제는 협상 레버리지의 핵심 카드였고, 미국이 봉쇄를 풀지 않는 한 그 카드를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라고 짚었다.
[에너지 안보 위협과 국제 사회의 긴박한 움직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이란과 미국의 타협 가능성이 제기되며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는 이란의 통행 제한 재개 소식에 다시금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유가 급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크플러(Kpler)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이동은 이란 측의 사전 승인을 받은 특정 경로로만 제한되어 있는 상태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상 봉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이란과 연계된 선박 21척을 본국으로 회항 조치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조이기 위해 실질적인 물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휴전 마감 시한인 22일이 D-day]
군사적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서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분쟁의 주요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양측이 오는 4월 22일로 설정된 휴전 시한 이전에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외교 포럼에 참석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레바논 휴전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며, 지난 주말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회담이 타결 직전까지 갔음을 언급했다.
파키스탄 측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테헤란을 방문하고,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안탈리아에서 튀르키예와 카타르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다각적인 중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다음 주 초 이란과 미국 사이의 2차 회담을 주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 사이의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란의 초강경파들이다. 영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이란인터내셔널은 18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SNS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을 선언하자 이란 내 국영 언론과 강경파 매체들이 국가 이익을 해치는 미숙한 소통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면서 “이란 국영 언론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협상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발표한 방식에 대해 이례적으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17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레바논 휴전에 발맞춰 모든 상업용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휴전 잔여 기간 동안 완전히 개방되었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방금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과 통행 준비를 발표했다”며 이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란 내 강경파 매체들은 “아라그치 장관의 성급한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국영 메헤르 통신은 이날 보도를 통해 “아라그치의 트윗은 트럼프가 현실을 왜곡해 스스로를 전쟁의 승자로 선포하고 승리를 자축할 수 있는 최고의 빌미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휴전 관련 협상은 외무부만의 소관이 아니다”면서 “결정 과정에 참여한 전체 팀이 이번 사태에 대해 공동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계열의 타스님 통신 역시 “이번 발표는 '나쁘고 불완전한 트윗'”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타스님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모호함을 조성했다”며 “선박 통행을 규제하는 조건이나 메커니즘, 제한 사항에 대한 필수적이고 충분한 설명이 결여되어 대중의 의구심만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외무부의 소통 방식 개선이나 국가최고안보회의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일관된 메시지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점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미국측에서는 강경파로 분류하는데, 그가 이란의 현실을 깨닫고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평화협상안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초강경파들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 이란내의 이러한 막무가내파들을 통제할 이가 아무도 없다는 데 있다.
하나 있다면 전쟁 첫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새롭게 최고지도자로 선임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있으나 현재 그는 의식 불명 상태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혁명수비대내 초강경파가 최고지도자의 명의를 함부로 내세워 초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이란과 미국이 멋진 협상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이란내 초강경파가 비토한다면 모두가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美, “22일까지 휴전합의 불발시 다시 폭탄 투하”]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 시한을 오는 22일로 못박으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휴전 종료와 함께 강력한 군사적 타격을 재개하겠다는 초강수 메시지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DC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협상 상황에 대해 “오는 22일까지 종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휴전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휴전이 종료될 경우 기존의 해상 봉쇄를 지속하는 것은 물론 다시 폭탄 투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2차 협상을 앞두고 이란 측에 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압박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적 위협을 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동시에 내비쳤다. 그는 인터뷰 중 “20분 전쯤 꽤 좋은 소식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현재 중동 상황이 매우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짚었다.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이란과의 갈등 해결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며 특유의 협상 전술을 이어갔다.
[“이란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다가 그 대가를 치렀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다시 폐쇄를 오가는 이란 정부의 결정이 대내외적으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항구 봉쇄가 지속되며 실질적인 경제 회복의 길이 막혀 있고, 대내적으로는 전쟁이 남긴 참혹한 잔해를 복구해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에 직면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란은 지난 40일간의 전쟁으로 약 2,000억 파운드(한화 약 345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는 지난 26년간 이란이 받아온 석유 제재 피해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특히 국가 철강 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던 후제스탄 철강과 모바라케 철강 단지가 미군의 공습으로 파괴되면서 건설, 자동차, 가전 등 후방 산업 전체가 마비되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마샤르와 아살루예 석유화학 단지의 피해로 연간 180억 달러 규모의 비석유 수출 수익마저 증발해버린 상태”라고 짚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폐쇄라는 냉온탕 결정과 관련해 발생한 내부 분열이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권이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이란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도 불구하고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해상 봉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완벽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이란은 재건에 필요한 시멘트, 유리, 전기 배선 등 대규모 건설 자재를 수입할 통로가 막혀 있다. 현재 이란은 식량의 40%, 의약품 원료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 재개가 늦어질 경우 대규모 기근과 의료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 사업의 주도권을 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역할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란 GDP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비대는 밀수 네트워크를 통해 정권의 회복력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전쟁의 피해 규모는 이들의 병행 경제 시스템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엘리트층만 희소 자원에 접근하고 일반 시민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배급제에 시달리게 되면서, 정권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월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시작된 민생고 항의 시위는 이란 정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수십 년간 정권을 지지해온 상인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은 또 다른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란은 호르무즈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자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굴욕적인 조건의 종전 협상을 받아들일 것인지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이란내 강경파는 미국의 무차별적인 또다른 공세를 감당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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