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보병 없이 로봇이 점령…전쟁사 바꾼 우크라의 '무인 전선']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보병 한 명 투입 없이 지상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 진지를 점령하고 항복까지 받아내는데 성공하며 전쟁 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현실화했다. 반면 러시아는 장기화된 전쟁의 여파로 군사적 자산 고갈과 경제적 한계, 그리고 집권 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국가 운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1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3일 '무기 제작자의 날' 연설에서 ‘이번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적의 진지가 무인 플랫폼, 즉 무인 지상 차량(UGV)과 드론만으로 점령됐다’며 ‘점령군은 투항했으며, 이 작전은 보병의 참여 없이, 우리 측의 손실 없이 수행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전의 정확한 위치와 투입 규모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작전이 현대 전쟁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분수령이 됐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날 연설에서 그는 ‘미래는 이미 전선에 와 있다’고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로봇 시스템이 직접 전투에 참가해 적군의 항복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지금껏 공상과학 영역으로 여겨져 온 '완전 자율 전투'가 현실의 전장에 발을 디뎠음을 의미한다.
[작전의 전개: FPV 드론이 먼저, 로봇이 뒤따랐다]
작전의 구체적 흐름은 이렇다. FPV(1인칭 시점) 드론이 먼저 진입해 러시아군 방어 거점을 폭격했다. 지면이 멈추고 나면, 무장 로봇들이 적 진지로 진입해 포탑을 360도 회전하며 기관총을 겨눴다. 방어진을 지키던 러시아 병사들은 숨어 있던 은신처에서 나와 두 손을 들고 항복했다. 우크라이나 측 병사 중 단 한 명도 공격 개시선을 넘지 않았고, 부상자 후송은 없었으며, 우크라이나 측 사상자는 제로였다.
이에 대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 전술 패턴은 이미 2025년 7월 하르키우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시험한 바 있다”면서 “당시 여단은 FPV 드론과 지상 자폭 로봇으로 러시아군 거점을 공격했고, 파괴된 벙커에 또 다른 로봇이 접근하자 남아 있던 러시아 병사가 항복을 선택했으나 이번 4월 작전은 '전선 전체의 진지 점령'이라는 점에서 이전 사례와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어 “2026년 1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무인 지상 차량(DevDroid TW-7.62)이 리만 전선에서 러시아 병사 3명을 포획했으며, 같은 해 3월에는 더 대형 기종(Droid TW-12.7)이 45일 연속으로 최전선 진지를 홀로 지켜냈다”면서 “이처럼 단발성 사건들이 축적되어 마침내 진지 '점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성과를 단순한 군사적 전과를 넘어 인명 보호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그는 “라텔(Ratel), 테르밋(TerMIT), 아르달(Ardal), 리스(Rys), 즈미(Zmiy), 프로텍터(Protector), 볼랴(Volia) 등 여러 UGV 기종이 지난 3개월간 전선에서 2만2000회 이상 임무를 수행했다”며, “로봇이 병사 대신 가장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2만2000번 이상 생명을 구한 것으로, 이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가치를 보호하는 고도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역시 “3월 한 달에만 로봇 복합체가 전달한 임무 건수가 전월 대비 50% 증가했다”며, “2026년 봄 기준, 우크라이나군은 3월 한 달에만 9000건이 넘는 임무를 수행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는 부대의 수도 2025년 말 67개에서 2026년 봄에는 167개로 두 배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이어 “우크라이나는 2026년 1분기에만 2만1500건 이상의 지상 로봇 임무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2025년 11월의 2900건과 비교하면 불과 몇 달 사이에 수직 상승한 수치”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유로마이단 프레스(Euromaidan Press)는 “우크라이나의 UGV 생산 규모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급속히 확장됐다”면서 “2025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 방산업계는 최전선 부대에 1만5000대의 무인 지상 차량을 납품했으며, 이는 2024년 2000대에서 대폭 증가했는데, 수치로 보면, UGV 생산량은 2024년 대비 488% 급증했고, 물류용 UGV는 556% 증가해 전체 UGV 부문의 61%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유로마이단은 이어 “2025년 기준 우크라이나에서 UGV를 개발 중인 기업은 270개 이상이며, 2026년 생산 목표는 2만 대를 상회한다”고 짚었다.
[보병 부족이 우크라이나군의 혁신을 낳았다]
이 같은 UGV 확산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4년을 넘어서면서 전선 병력 부족이 심화됐고, 러시아의 드론 포화 속에서 기존 보병 중심의 전술이 갈수록 소모적이 됐다.
우크라이나 제12아조우여단의 한 무인 시스템 지휘관(콜사인 '부드')은 포린폴리시에 “장갑차를 보내 보병 진지를 후송하는 것은 가망이 없다”며 “그 진지로 가는 도중에 100% 교전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린폴리스(Foreign Policy)는 “전선 전방 최대 15킬로미터까지 러시아 드론의 '킬존'이 형성된 상황에서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것 자체가 자멸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장의 절박함은 유명한 현장 증언으로도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제25공수여단 소속 드론 조종사 '밤비'는 가디언지에 “전선은 '터미네이터'에 더 가깝다”면서 “지상 로봇이 당신 진지 앞에 나타나면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람의 가슴을 쏘면 사격을 멈추지만, 지상 로봇을 쏴도 그것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로봇전투 추세와 관련해 ‘애틀랜틱 카운슬’은 “지상 로봇이 2026년 우크라이나 방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드론과 로봇만으로 보병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3군단의 미콜라 진케비치는 “로봇은 피를 흘리지 않는다”며 UGV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 말은 기술적 사실인 동시에, 인명 손실 앞에서 전쟁의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선택을 압축해서 말한다.
[지지율 급락에 국유자산 매각까지… 사면초가 몰린 러시아]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장기화된 전쟁의 여파로 군사적 자산 고갈과 경제적 한계, 그리고 집권 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국가 운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전해진 전황과 정세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방공망 운영에서 심각한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전방과 주요 거점을 방어하는 핵심 전력인 '판치르(Pantsir)' 방공 시스템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군 지휘부가 대체 수단 마련에 골몰하는 상황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부대를 활용해 러시아 측 기반 시설과 후방 보급로를 정밀 타격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방공 자산의 손실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무장 정찰대는 최근에도 전선 곳곳에서 러시아군 거점을 파괴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전술적 우위를 과시했다.
경제 부문의 위기 징후도 실물 지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러시아 철도공사는 최근 모스크바의 역사적 랜드마크인 리가 기차역을 약 40억 루블(한화 약 1,680억 원)에 매각 물량으로 내놓았다. 수도의 상징적인 국가 기간 시설까지 시장에 내놓은 것은 러시아 대형 공기업과 정부의 재정 상태가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정치적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통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양상이다. 관영 매체의 여론조사에서조차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개전 이후 최저치인 67.8%까지 떨어졌으며, 민간 부문에서 실시한 실제 신뢰도 조사에서는 30% 선마저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크렘린궁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가혹한 인터넷 검열과 가상사설망(VPN) 차단 조치를 꼽고 있다. 정보 통제가 경제 활동을 저해하고 중산층의 불만을 가중시키면서 정부 내에서도 통제 정책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내우외환은 향후 예정된 국가두마(하원) 선거를 앞두고 크렘린궁에 거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체제 유지를 위해 억압적인 통제 정책을 고수해왔으나, 경제적 고통과 군사적 열세가 맞물리면서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고 분석했다. 지지율 폭락과 국가 자산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신호가 동시에 포착되면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텔레그램 차단 나선 푸틴, '정치 엘리트' 반발에 직면]
이런 가운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자국 내 최대 소통 수단인 '텔레그램'을 차단하고 관제 메신저인 '맥스(MAKS)'를 강제 보급하려다 유례없는 정치적 역풍을 맞고 있다.
독일의 정세 분석 매체 카네기 폴리티카(Carnegie Politika)는 지난 15일 “러시아 내 주요 정당과 주지사, 친정부 블로거 등 이른바 '정치 엘리트' 계층이 정부의 텔레그램 차단 조치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치 시스템상 집권 세력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으나, 텔레그램 폐쇄를 둘러싼 논쟁이 이 불문율을 깨뜨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 정권이 대안으로 내세운 맥스는 지난해 3월 인터넷 기업 VK가 출시한 메신저로, 기획 단계부터 정권이 깊숙이 개입한 관용 소프트웨어다. VK의 최고경영자는 푸틴의 측근인 세르게이 키리옌코 대통령실 제1부실장의 아들이 맡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유명 인사를 동원한 홍보와 더불어 행정, 금융, 교육 등 공공 서비스를 맥스와 연계하도록 법제화하며 텔레그램의 빈자리를 채우려 시도해 왔다.
러시아 당국이 이처럼 무리한 교체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텔레그램의 강력한 익명성과 통제 불가능한 정보 전파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 2013년 두로프 형제가 개발한 텔레그램은 러시아 정·재계의 핵심 소통망으로 쓰여왔으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권에 불리한 전황이 실시간으로 유포되는 통로가 되면서 보안 당국의 눈엣가시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강압적 정책은 오는 9월 예정된 국가두마(하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불안 요인으로 부상했다. 텔레그램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 온 정치인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되자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신인민당은 텔레그램 차단 반대 청원에 나섰으며, 공정 러시아당과 자유민주당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술적 결함과 생존권 문제도 반발의 핵심 원인이다.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의 한 주지사는 텔레그램이 차단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에 대한 실시간 경보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라며 맥스의 부실한 기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보 통제를 향한 집착이 국가 안보와 내부 결속을 동시에 해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러시아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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