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이슬라마바드서 합의되면 내가 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타결될 경우 직접 현지를 방문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 평화를 향한 마지막 담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테헤란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이전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전투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미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했고, 통제력도 와해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휴전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전격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텔레그래프는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거의 모든 것에 합의했으며 타결에 매우 근접한 상태라고 밝혔다”면서 “이슬라마바드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내가 갈 수도 있다. 그들이 나를 원한다”고 말했다. 2차 대면 협상의 시기에 대해서도 “아마도, 어쩌면, 이번 주말”이라고 답해 조만간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합의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으며, 백악관 역시 파키스탄이 2차 대면 협상의 유력한 개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핵 협상 타결을 위해 직접 협상 장소를 방문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상에 얼마나 강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미, 이란에 “이전보다 더 강력한 위력으로 전투 재개” 경고]
이렇게 미국과 이란 간 휴전협상 타결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미 국방부(전쟁부)는 “평화 협상이 무산될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의 군사 작전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란 지도부를 압박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펜타곤 브리핑에서 “이란이 현재의 휴전 기간이 끝날 때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미군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으로 전투를 재개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군이 더 정교해진 정보력과 파괴력을 바탕으로 재무장을 마쳤으며, 이란이 폭격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동안 미군은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이란의 전력 및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을 즉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전 세계 해역에서 이란의 물동량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내놓았다. 케인 의장은 “인도·태평양 지역 등 전 세계 미군 지휘관들에게 이란 국적 선박이나 이란에 물자를 지원하는 모든 선박을 적극적으로 추적하라고 명령했다”면서 “특히 미 해군이 이란의 영해와 국제 해역을 가리지 않고 봉쇄 작전을 수행할 것이며, 회항 명령에 불응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강제 승선과 무력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주장을 '해적 행위'이자 '테러'라고 규정하며 이를 일축했다. 그는 “미 해군 전체 전력의 10% 미만 만으로도 해협의 통행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란의 해군력이 사실상 전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 16척의 군함을 배치해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들을 '역봉쇄'하고 있으며, 이미 13척의 선박이 미군의 경고에 회항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이란이 파괴적인 전쟁 대신 협상을 통한 '황금의 다리'를 선택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란의 새 정권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해도 폐쇄 위협한 이란, 물밑에선 '오만 항로' 개방 제안]
이렇게 미국의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모두 폐쇄할 수 있다는 강경한 대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정작 미국과의 물밑 협상에서는 오만 측 항로를 개방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해상 봉쇄에 직면한 이란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구사하는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16일, “이란은 최근 미국과의 1차 종전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오만 영해에 속하는 항로를 통과하는 선박들에 대해 공격을 중단하고 자유 항해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이란은 전쟁 재발 방지 합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그간 해협 전체에 대해 통행료 부과와 주권을 주장하던 강경 노선에서 처음으로 가시적인 양보 의사를 비친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거론된 항로는 오만 무산담 반도 인근의 편도 구간으로, 국제법상 오만의 영해지만 해협 폭이 좁아 이란의 군사적 영향권 아래에 있다. 이란이 자국 측 항로 대신 오만 측 해역에서의 군사 행동 자제를 약속한 것은 미국의 역봉쇄 작전으로 인한 압박을 완화하고 종전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제한적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란 군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위협적인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란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알리 압돌라히 소장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폐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예멘 반군 후티를 동원해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제하겠다는 계산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볼모로 잡겠다는 노골적인 위협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국가 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실질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는 일부 항로 개방이라는 실리적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해상 봉쇄에 고립된 이란 경제… “두 달 내 국가 붕괴”]
그런데 이렇게 미국과의 협상타결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수용하게 된 것은 미국의 해상 봉쇄 작전이 장기화되면서 이란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멜트다운(대폭락)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다 이란 내 통제력도 무너지면서 정권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17일,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누적된 물리적 파괴와 수입로 차단이 맞물리며 이란 정권이 두 달 안에 경제적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면서 “이란은 현재 약 2,700억 달러(한화 약 370조 원)에 달하는 전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이란의 연간 석유 수입을 수십 년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특히 미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재건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이 전면 차단되면서, 이란 정부는 국내 산업 복구는커녕 기초적인 생필품 공급조차 위협받는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이란 경제의 생명줄인 석유 부문의 타격은 치명적으로, 전문가들은 이란이 석유 수출 중단 상태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최대 두 달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이란 내 지상 저장 시설의 80%가 이미 차 있는 상태에서, 수출길이 막혀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 결국 유전 가동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유전 폐쇄는 단순한 가동 중단을 넘어 향후 시설 복구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초래해 이란 경제에 영구적인 상흔을 남길 수 있다.
민생 경제의 고통도 극에 달하고 있다. 식량의 40%, 의약품 원료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란은 수입 차단으로 인해 급격한 물가 상승과 물자 부족에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치솟는 물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외환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면 식량과 의약품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해 정권 유지에 치명적인 민중 소요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경제의 40%를 장악한 혁명수비대(IRGC)는 기존의 밀수망을 동원해 저항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알리 안사리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혁명수비대 장성들이 이념적으로는 강경할지라도, 두바이 등에 보유한 자신들의 막대한 해외 자산이 봉쇄로 인해 파괴되는 상황을 우려해 예상보다 빨리 미국과의 타협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 작전으로 이란 당국의 통치력이 약화된 틈을 타, 이란 내부에서 보안군과 관변 민병대를 겨냥한 반정부 무장 저항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16일 현지 소식통과 외신 등에 따르면, 반정부 조직인 '홈랜드 가디언즈(Home Defenders)'는 최근 쿠움성 사베 지역에서 이란군(NAJA) 검문소를 기습 공격했다. 이들은 차량으로 이동 중 검문소에 접근해 총격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장교 2명이 현장에서 사살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감시망이 느슨해진 틈을 타 보안 요원을 목표로 한 민간 차원의 직접적인 타격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정권의 핵심 통제 기구인 '바시지 민병대'의 고위 지휘관이 살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테헤란 인근에서 활동하던 지휘관 모하메드 시르모하마디안은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아 17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란 내부 반정부 세력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평민을 억압해 온 '사회적 부패 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청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이란 전역의 검문소에서는 자동차 폭탄, 총격, 자물쇠 등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습격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정권을 지탱해 온 하급 무장 요원들 사이에서 보복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근무 기피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온 공포 정치를 통한 내부 통제 기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시사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으로 군사 및 에너지 기반 시설이 파괴된 상황에서 발생한 이러한 내부 반란은 이란 지도부에 이중의 압박이 되고 있다. 외부의 군사적 압력과 내부의 무장 저항이 맞물리면서 이란 정권의 통치 능력은 역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란은 결국 미국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고 동결 자산을 해제받아 재건에 나설지, 아니면 체제 존립을 걸고 고사 직전까지 버틸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란 간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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