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휴전 만료 D-5, 미-이란 종전 프레임워크 협상 '급물살']
미국과 이란이 4월 21일 휴전 만료를 닷새 앞두고 종전 프레임워크 타결 직전 단계에 근접했으며, 트럼프 협상팀은 물밑 채널을 총동원해 합의 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란 경제가 협상에 나서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끌었으며, 이란의 레이더 비웃는 하늘의 암살자를 미군 당국이 전격 공개하면서 공포감을 가중시켰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16일, “미국과 이란 양국 협상단은 초안 교환과 전화 협의를 지속하며 종전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다”면서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으로 구성된 트럼프 협상팀은 이란 측 및 중재국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한 미국 관계자는 ‘팀 전원이 전화를 붙들고 모든 관련국과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접촉했으며,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16일에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테헤란을 직접 방문해 이란 측과 회담을 가졌는데, 파키스탄은 이번 분쟁에서 이집트, 튀르키예와 함께 핵심 중재자 역할을 맡아왔으며, 지난 4월 7일 트럼프의 최후통첩 만료 직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의 휴전을 이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미국 관계자들과 중재 내막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휴전 만료 전 수일 내 대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밴스 부통령은 15일 조지아주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이들도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위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도 협상의 진전을 공식 확인하며 “이 대화는 생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합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한 미국 관계자는 “우리는 합의를 원한다. 이란 정부 일부도 합의를 원한다. 이제 관건은 이란 정부 전체가 합의에 나서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쇄로 '피 말리는' 이란 경제, 美와 협상 복귀 가능성 고조]
합의 가능성에 관측이 집중되는 가운데, 미국 측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내모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로 해군 봉쇄를 꼽는다. 미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 봉쇄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이미 깊은 수렁에 빠진 이란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하루 약 1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며 이로부터 하루 1억 4,0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수입을 올려왔다. 미국 재무부 전직 이란 제재 전문가이자 현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미아드 말레키는 “봉쇄는 하룻밤 사이에 이 수입을 '0'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5주간 이어진 전쟁 기간 동안 이란 내 공장, 철도, 도로, 항만 인프라, 정부 청사 및 군사 시설을 포함해 최소 1만 7,000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면서 “이란 국영 매체는 복구 비용을 2,700억 달러(한화 약 370조 원)로 추산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파괴된 시설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조차 이른 상황이라고 분석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특히 이번 공습은 단순한 인프라 파괴를 넘어 이란의 경제 회복 능력을 장기적으로 저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강철 등 복구 자재 생산 시설과 외화 수입의 핵심인 석유화학 공장들이 집중 타격 대상이 된 까닭”이라고 짚었다.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부르쿠 오즈셀릭 선임연구원은 “이란 내부에서는 워싱턴이 제재를 완화해 경제 회복의 길을 열어주지 않을 경우 직면하게 될 경제적 대재앙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경제 회복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체제 유지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구조적이고 대중적인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최대 석유화학 단지 중 하나인 반다르 이맘 단지를 포함해 남서부 8개 석유화학 공장을 타격했다. 또한 이스파한의 모바라케 제철소와 아바즈 인근의 쿠제스탄 제철소 등 주요 철강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석유화학 제품은 2023년 기준 이란 비석유 수출의 절반에 가까운 180억 달러를 차지하며, 철강 산업은 연간 7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케반 해리스 교수는 “이번 공격은 무작위가 아니며 외화를 벌어들여 기초적인 수요에 재분배할 수 있는 경제 부문을 정밀 타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석유화학 시설 공격 직후 “우리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자금줄을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란 당국은 국내 소비와 비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미국의 항구 봉쇄 조치까지 더해지며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미아드 말레키 분석가는 “봉쇄 조치로 인해 이란이 하루 약 4억 3,500만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수출 중단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고용 시장의 붕괴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란 사회보장기구 관리 출신의 경제학자 하디 카할자데는 “이란 전체 노동력의 절반에 가까운 최대 1,200만 개의 일자리가 무급 휴직이나 해고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철강 산업에서만 5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으며, 석유화학 및 제약 분야에서도 1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라고 진단했다.
카할자데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문은 이란 고용과 생산의 핵심 기둥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라즈의 석유화학 정유소가 피격되면서 전국적인 비료 공급이 중단되는 등 농업 분야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지난 수십 년간 제재를 견디기 위해 독자적인 제조 및 농업 부문을 구축해 왔으며, 풍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 노동력 없이 재건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쟁 이전부터 지속된 은행 위기, 경제 실정, 국제 제재로 인한 민심 이반이 재건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버지니아 공대의 자바드 살레히-이스파하니 교수는 “현재 중요한 것은 정치적 상황”이라며 “이란 국민들은 정부의 약속을 매우 불신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국가를 떠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경제와 관련해 WSJ은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이란은 육상 저장 능력도 한계에 도달해 석유 생산 자체를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하고, 이는 유전을 폐쇄해야 하는 사태로 이어져 장기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어 “세계가 석유 대국으로 알고 있는 이란이 석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가 된다면 그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마두로 치하의 베네수엘라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 이전에도 이란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제재로 인해 극심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높은 실업률과 휘발유 부족, 식품 가격 급등이 이미 일상화돼 있었다. 전쟁은 이 위기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대 제철소 두 곳이 가동을 멈추고 석유화학 산업도 전면 중단됐다. 이란 군인과 혁명수비대(IRGC) 대원들의 급여를 지급하는 국영 금융기관 세파흐 은행은 이스라엘 해커들의 집중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미사일 공격으로 디지털 보안센터가 타격을 입었다. 이란의 인터넷 차단 사태는 현재 47일째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하루 5,0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달한다.
[레이더 비웃으며 이란 보란듯 모습 드러낸 하늘의 암살자]
이런 가운데 미 공군은 15일 “B-21 레이더, 장거리 타격 능력의 전력화를 앞당기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기체 상부 전체와 공중급유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면이나 측면 일부가 공개된 적은 있으나, 기체 상부의 세부 구조가 완전히 드러난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사진에는 기체 중앙의 공중급유구와 비상 탈출 패널, 매입형 공기 흡입구 등 핵심 장치들의 위치가 상세히 담겼다. 특히 스텔스 성능의 핵심인 뒤쪽 배기구 노출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켄 윌스바흐 미 공군참모총장은 “이 기체가 미 군사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면서 “이 장거리 타격 폭격기는 우리 급유기 전력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자산을 합동군 지원에 더 많이 투입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더 폭넓은 운용 선택지와 억지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B-21이 기존 B-2 폭격기보다 엔진 수는 적지만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작전 반경이 획기적으로 넓어졌다고 분석한다.
B-21은 미군이 33년 만에 선보이는 차세대 폭격기로, 첨단 IT 기술이 집약되어 '디지털 폭격기'라는 별칭을 얻었다. 기존 B-2 스피릿이 레이더에 새 크기로 포착된다면, B-21은 골프공 크기로 감지될 만큼 스텔스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무인 조종이 가능하며 미국 본토에서 이륙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군사 매체 더워존(TWZ)은 B-21의 날개폭을 약 44~47m로 추산하며, 동체 길이는 F-15 전투기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공개 시점을 두고 국제 사회의 해석은 분분하다. 특히 미국이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둔 시점에 이란 핵시설 폭격의 주역이었던 B-2의 후계기를 노출한 것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의 경제적 파탄과 맞물려 미 공군이 최신예 전략 자산의 전력화가 임박했음을 과시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서 이란을 압박하고 핵 억제력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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