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미·이란, 16일 2차 협상…이슬라마바드 재개최 추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고위급 회담이 핵심 쟁점에 대한 현격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종료됐으나, 양측은 이르면 오는 16일 2차 회담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전쟁이 중국 경제에 수출 둔화, 수입 급증이라는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고, 이란 중앙은행은 이번 전쟁으로 말미암아 경제 재건에 12년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사실상 석기시대로 되돌아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AP통신은 14일, “미국과 이란 간 2차 평화협상이 이르면 오는 16일(현지시간) 개최될 수 있다”면서 “중재국 외교관 한 명은 AP에 양측이 이미 추가 대면 협상 개최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어 “이렇게 2차 재협상이 급거 성사된 것은 다음 주로 예정된 2주 휴전 만료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기한 내 타결이 불발될 경우 중동발 군사 충돌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양국이 일단 협상 재개라는 선택을 한 것”이라면서 “다만 2차 협상에 1차와 동일한 수준의 고위급 대표단이 파견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백악관은 이에 대한 언론의 확인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밴스 “이란 협상단, 합의 권한 없었을 수도”]
1차 협상 결렬 원인을 둘러싼 미국 측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 '스페셜 리포트'에 출연해 “이란이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한 협상단이 실질적인 합의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는데,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란 측 대표단이 핵심 쟁점에서 유연성을 보이지 못한 이유를 권한 부재에서 찾는 시각으로, 향후 2차 협상에서 이란이 보다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대표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1차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은 밴스 부통령을 수석 대표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포함된 고위급 진용으로 임했다. 이란 측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협상단을 이끌었다. 21시간이 넘는 협상에도 불구하고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동결자산 해제 범위 등 핵심 쟁점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합의 없이 협상이 종료됐다.
협상 결렬 직후인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오늘 아침 전화를 걸어와 합의를 원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도 “미·이란 간 접촉이 지속되고 있으며 합의를 향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파키스탄 샤바즈 샤리프 총리도 “현안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하며 중재 동력이 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2차 협상이 현실화된다면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시간적 압박이 있다. 파키스탄 중재로 성사된 2주간의 휴전은 다음 주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기한 내 종전 합의 또는 휴전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6주간 수천 명의 인명 피해를 낸 무력 충돌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양측 모두에 작용하고 있다.
협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주라는 휴전 기한 자체가 포괄적 합의를 이루기에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협상 결과를 두고도 핵 포기, 호르무즈 재개방, 지역 안보 체계 등 미국의 요구 목록이 과도하다는 이란 측 주장과, 이란이 협상 지연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미국 측 의구심이 맞서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적 불신 속에서 2차 협상이 1차보다 얼마나 진전된 결과를 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중국 수출 증가세 급감, 이란 전쟁 여파에 성장 엔진 ‘비상’]
이런 가운데 이란 전쟁의 여파가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음이 무역통계로도 확인이 됐다.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 증가세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 여파로 지난 3월 급격히 둔화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중국 해관총서가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달러화 기준 3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면서 “이는 지난 1~2월 기록했던 22%의 가파른 상승폭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치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시장의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결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반면 3월 수입은 28% 급증하며 2021년 이후 최고치인 전년 대비 20%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이에 따라 중국의 3월 무역 흑자는 510억 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의 1,030억 달러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무역 상대국별 지표를 보면 미국과의 교역 감소세가 두드러져 대미 수출이 이달 26% 하락했다. 특히 그동안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던 중동 지역과의 무역마저 이란 내 전쟁 상황이 심화되면서 동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 모델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자국 제조업체들의 생산 설비를 충분히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중국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은 편이나, 중동발 공급망 차질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공장 출고가는 지난 3월,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반등하며 생산 원가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중앙은행 “전쟁 상흔 복구에 최소 12년 소요” 경고]
이런 가운데 이란 중앙은행이 “최근 종결된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란국제방송(Iran International)은 이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전쟁 피해 복구에 최대 12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전달했다”면서 “미국 및 이스라엘과 치른 40일간의 전쟁으로 입은 직접적인 타격에 기존의 취약했던 경제 상황이 더해지면서 복구 난이도가 극도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분쟁 기간 중 이란 내 주요 공항 여러 곳이 파손되었으며, 특히 국가 수출 수입의 핵심인 석유 시설과 정유소, 석유화학 단지가 집중 공습을 받아 산업 공급망이 사실상 마비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생산 능력 상실이 향후 몇 달 내에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부 평가서에 따르면 산업 투입 요소의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수치는 최고 180%까지 치솟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 역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공장과 서비스업, 중소기업들이 운영 재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업자 수가 약 200만 명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이에 압둘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경제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 마련을 강력히 권고했다. 헤마티 총재가 제시한 해법에는 국가 전역에 차단된 인터넷 서비스의 전면 복구와 미국과의 적극적인 외교 협상 추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경제학자들은 외교적 긴장 완화와 제재 해제만이 경제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주장한다. 특히 전쟁 중 사이버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시행된 인터넷 차단 조치는 이란 GDP의 5~6%를 차지하는 디지털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수백 만 명의 소상공인과 프리랜서들이 고객 및 결제 시스템으로부터 고립되면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정치적 위기로 번질 것을 경계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일부 공직자들은 경제 위기가 심화되거나 국가 재정이 파산 직전에 이를 경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내 강경파 세력이 그 책임을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전가하며 정치적 공세를 펼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수년 간의 제재와 고물가, 통화 불안정에 시달려온 이란 경제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건국 이래 최대의 존립 위기를 맞게 됐다.
[“입으론 반미, 자녀는 美서 호화판”... 이란 고위직 후손 ‘추방령’]
미 국무부가 미국 내 체류 중인 전현직 이란 고위 관리 가족들의 영주권을 잇따라 취소하며 대대적인 강제 추방 작업에 나섰다. 미국이 반미 테러 세력 연루자들의 은신처가 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민세관집행국(ICE)은 지난 11일 마수메 에브테카르 전 이란 부통령의 아들 세예드 에이사 하셰미를 전격 구금했다. 하셰미 본인의 직접적인 위법 행위는 없었으나, 미 당국은 그의 어머니인 에브테카르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아 하셰미와 그 가족의 영주권 자격을 박탈했다. 에브테카르는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 당시 혁명 세력의 대변인으로서 인질들에 대한 학대를 정당화하는 거짓 선전을 주도해 서방에서 ‘비명 지르는 메리’로 불렸던 인물이다.
하셰미 부부는 그간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아구라힐스의 고급 아파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왔다. 반이란 활동가들은 이들이 어머니의 유산에 대해 침묵하며 이중적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추방을 청원해 왔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에브테카르의 가족은 미국에서 사는 특별한 특권을 누릴 자격이 전혀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은 결코 반미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의 안식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영주권 줄취소’ 조치는 정권 핵심 인사들의 친인척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2020년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카셈 솔레이마니 전 쿠드스군 사령관의 조카 하미데 아프샤르와 그의 딸 사리나사닷 호세이니가 연행됐다. 2015년 입국해 영주권을 취득한 아프샤르는 LA에서 거주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명품과 호화판 일상을 과시해 왔다. 특히 본국 이란에서는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이 미국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은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샀다.
또한 지난달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라리자니 전 사무총장의 딸 부부 역시 영주권이 취소됐다. 라리자니의 딸은 에모리 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었으나, 이란 내 반정부 시위 탄압을 주도한 부친의 배경과 서구 가치관을 비판하면서도 자녀를 미국에 보낸 라리자니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 국토안보부는 “영주권자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이란 정권 유착 인사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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