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38일만의 휴전, 10일 이슬라마바드 협상 개시]
미국과 이란이 약 40일간의 군사 충돌 끝에 2주간의 조건부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이란 군부가 휴전 이후에도 아랍권 국가들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휴전 협상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과연 2주간의 휴전이 제대로 굴러갈지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란에 격추되었던 미군의 구출 과정에서 CIA의 극비기술인 ‘유령의 속삭임’이 활용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 4월 7일 저녁,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파괴하겠다고 스스로 설정한 오후 8시 데드라인이 1시간 반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중재 요청을 받아들여 2주간의 공습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면서 “이로써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해제 절차에 들어갔으나, 핵 농축·제재·배상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첨예해 국제사회는 조심스러운 관망 모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이런 휴전 발표를 할 그 순간 영국 공군 기지에서는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이미 이란을 향해 출격한 상태였다”면서 “전쟁 범죄 경고까지 쏟아지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불과 몇십 분 사이에 전환된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데드라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멸망할 것”이라는 섬뜩한 글을 올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하게" 재개방하는 조건으로 공격 유예에 동의했다”고 선언하며, 이번 합의를 “쌍방향 휴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군대가 이뤄낸 미국의 승리”라고 평가하면서 “에픽 퓨리 작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작전이 4~6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장병들의 놀라운 능력 덕분에 38일 만에 핵심 군사 목표를 달성하고 그 이상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군의 성공은 최대의 협상력을 만들어냈고,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어려운 협상에 나서 외교적 해결과 장기적인 평화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휴전에 응한 배경에는 파키스탄의 외교적 노력뿐 아니라, 이란의 핵심 우방인 중국이 막판에 개입해 이란에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점, 그리고 핵심 시설이 손상될 경우 이란이 감수해야 할 경제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통령은 “이번 합의 조건에 따라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완벽하게 관리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2주 휴전+협상' 패키지는 파키스탄이 설계한 중재안이 사실상 틀이 됐다.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미국과 이란 사이 유일한 공식 중재 채널로 나서, 즉각 휴전과 포괄적 평화 합의 도출이라는 2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중재안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름을 딴 '이슬라마바드 협정(Islamabad Accord)'으로 불린다. 양국은 오는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세부 사항 확정을 위한 후속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으로부터 받은 10개항의 제안이 실행 가능한 협상 기반이라고 평가하며, 2주 안에 최종 합의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15개항 요구안과 이란이 역으로 제시한 10개항 사이의 간극이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핵심 문서에서 드러난 '동상이몽'의 균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이란도 휴전을 원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충분히 겪었으니까!”라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교통량 증가를 완화하고 모든 종류의 물자를 공급하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주변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긍정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이란은 재건 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거다”라며, “미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이 중동의 황금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휴전 선언 이후에도 현장의 전황은 즉각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유예 발표 직후에도 이란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으며, 이스라엘 역시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을 지속했다.
양측의 합의 해석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슬라마바드 후속 협상의 난항이 예고된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이 부정할 수 없고, 역사적이며, 참담한 패배를 겪었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했는데, 이는 자국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란은 10개항 종전안에 우라늄 농축 허용, 호르무즈 해협 운항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인정, 역내 미군 전투 병력 철수, 대이란 제재 완화, 전쟁 피해 배상 등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0개항을 협상이 가능한 기반으로 평가했을 뿐, 이란 측의 요구를 전부 수용했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이렇게 휴전 합의 직후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이란이 내놓은 10개항 종전안의 언어 불일치 문제였다. 이란이 공개한 페르시아어 원문에는 자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농축 수용(acceptance of enrichment)' 문구가 명시적으로 포함됐지만, 이란 외교관들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영문 버전에는 해당 표현이 빠져 있었다. 그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향후 2주간 이란군의 협조 아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우리의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 있다”며 “적의 어떠한 실수에도 즉각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양측의 합의 해석이 처음부터 엇갈리면서, 이슬라마바드 후속 협상의 험로가 예고됐다.
휴전 합의의 또 다른 불확실성은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이후 몇 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입장은 불분명했다. 현지시각 자정이 다 돼서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의 이란 휴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무실은 이번 협정이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투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선을 그었다. 앞서 파키스탄 총리는 “합의된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지역을 포괄한다”고 밝힌 바 있어, 협정의 지리적 범위를 둘러싼 해석 충돌이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이렇게 이번 2주 휴전은 5주에 걸친 군사 충돌을 잠시 멈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핵 농축 권리, 미군 철수, 대이란 제재 해제, 전후 배상이라는 핵심 현안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이슬라마바드 협상 테이블로 넘어갔다. 이란이 페르시아어판 문서에서 우라늄 농축 허용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적 시도를 보인 데서 알 수 있듯, 양국 간 불신의 골은 여전히 깊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생명선인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재개방과 중동의 항구적 평화는 4월 1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될 마라톤 협상의 결과에 달려 있다.
[CIA, 심장박동 추적 비밀 무기…이란 적진서 조종사 구조]
한편,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인간의 심장박동을 원거리에서 탐지하는 기밀 기술 '고스트 머머(Ghost Murmur;유령의 속삭임)'를 이란 전장에 사상 처음으로 투입해, 적진 산악지대에 고립됐던 미 공군 무기체계장교의 생환을 이끌어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8일, “CIA가 이란 남부 산악지대에 고립됐던 미 공군 무기체계장교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고스트 머머'라는 코드명의 미공개 첨단 장비를 처음으로 실전에 활용했다”면서 “이 기술의 존재는 트럼프 대통령과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구조 작전의 성공 배경으로 은연중에 언급하면서 세상에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고스트 머머는 장거리 양자 자력계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심장박동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전자기적 신호를 포착한 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주변의 배경 잡음으로부터 해당 신호를 선별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서 “이 기술의 작동 원리는 수천 명이 들어찬 경기장 속에서 한 목소리를 정확히 골라듣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단 그 경기장이 수천 평방킬로미터의 사막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욕포스트는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우리는 반드시 찾아낸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 하나를 찾아낸 것과 같았다. CIA는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으며, “래트클리프 CIA 국장이 그날 밤 경이로운 활약을 했다”고도 추켜세웠다.
이에 대해 래트클리프 CIA 국장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CIA는 우리의 최고이자 가장 용감한 미국인 중 한 명이 살아 있으며 산속 바위틈에 숨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는 적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CIA에는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구출 작전의 성공은 기술의 승리인 동시에, 고립된 장병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미군의 원칙이 결합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스트 머머의 존재가 이번에 부분적으로나마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미 정보기관이 보유한 첨단 감시·탐색 능력의 또 다른 차원이 세계에 공개된 셈이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