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 이스파한 미사일 단지·고농축 우라늄 저장지 집중 타격]
미국이 이란-미국 전쟁 개전 30일째인 3월 31일, 이란 3대 도시 이스파한의 대형 탄약 저장고에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대거 투하해 위성에서도 포착될 만큼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아흐마드 바히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과 전쟁 운영 방식을 놓고 심각한 내부 충돌을 벌이고 있으며, 대통령은 사석에서 자신이 ‘인질’과 다름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포스트는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이스파한의 대형 탄약고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인한 대규모 폭발 장면을 담은 충격적인 영상을 공개했다”면서 “이날 트루스 소셜에 올린 공격 영상에는 2,000파운드(약 907kg)짜리 벙커 버스터 폭탄이 대량으로 사용됐는데, 도심의 야경을 배경으로 불길이 하늘을 뒤덮고 두꺼운 연기 기둥이 솟구치는 장면이 담겼으며, 일부 영상에서는 폭발의 충격파가 주변을 잇따라 강타하는 연쇄 폭발도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오픈소스 인텔리전스 계정 'OSINTtechnical'에 따르면 폭발이 기상위성 메테오샛(Meteosat) 12호에까지 포착됐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공습에 대량의 벙커버스터, 즉 관통형 탄약이 사용됐다”면서 “투하된 폭탄은 관통 폭탄으로, 깊이 매설된 지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무기”라고 짚었다.
이스파한은 테헤란 남쪽 약 430㎞ 지점에 위치한 이란 제3의 도시로, 인구 약 230만 명의 문화적·군사적 요충지인데,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대부분이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이기도 하며, 이 비축분이 지하 깊숙한 시설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이 도시에는 이란 최대 규모의 미사일 조립·생산 시설인 미사일 단지가 위치해 있다.
이에 대해 비확산 연구기관 핵위협방지기구(NTI)는 “이 단지는 1980년대 후반 북한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 건설됐으며, 탄도미사일의 조립과 보관은 물론 로켓 추진제와 부품 제조까지 담당하는 이란 미사일 전력의 핵심 거점”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타격 받은 곳은 이처럼 탄도미사일, 로켓 등 각종 폭발물이 집적된 탄약 저장 시설이었다.
[이스라엘도 테헤란 무기 생산시설 40곳 정밀 타격]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사용된 무기를 생산하는 연구·개발·제조 시설들을 집중 폭격했다. 이스라엘군(IDF)은 31일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의 표적 가운데는 이스라엘 공군의 작전 자유를 위협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조립 시설, 대전차 미사일과 소형 대공 미사일 부품 제조 공장, 탄도미사일 엔진의 생산·연구·개발 시설이 포함됐다”면서 “이번 공세 이후에도 이란이 수년에 걸쳐 구축한 군사 산업 생산 능력을 박탈하기 위해 피해를 심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습의 사거리도 주목을 끌었다. IDF는 “이스라엘과의 직선 거리가 1,600㎞ 이상 떨어진 이란 북부 카스피해 인근 방공 시설도 타격했다”면서 “해당 시설들은 북부 이란의 삼림 지대에 은폐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먼 거리의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는 것은 이란의 전국적인 방공망이 전쟁 개시 이후 크게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군사정보에 기반한 광역 작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공세에서 특히 주목받은 표적은 테헤란 중심부에 위치한 이맘 호세인 대학이다. IDF는 “이 대학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핵심 군사 인프라 시설 중 하나”라고 규정하며, “민간 대학의 외양을 띠면서도 탄도미사일 등 첨단 무기의 연구·개발에 실제로 활용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IDF는 이어 “이번 타격은 해당 시설의 핵심 구성 요소들을 겨냥했으며, 그중에는 탄도미사일 시험에 사용된 지하 풍동(風洞), 화학무기 연구와 관련된 화학 센터, 무기 개발과 연계된 중앙 공학·기계 복합 시설이 포함됐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방위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이란 테러 정권이 이스라엘 시민을 향한 미사일 발사를 멈추라는 경고를 무시했다”며 “공습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란, 아직 충분히 약해지지 않았다"… 걸프국들, 전쟁 강화 촉구]
이렇게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한 달간 대이란 공습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걸프 동맹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 군사 작전의 지속·강화를 압박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AP통신은 31일,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바레인 관리들은 비공개 대화를 통해 이란 지도부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거나 이란의 행동이 극적으로 달라지기 전까지는 군사 작전을 끝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이들은 한 달 넘게 이어진 미국 주도의 폭격에도 이란이 아직 충분히 약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걸프 국가들이 전쟁 지속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불과 한 달 사이에 일어난 뚜렷한 입장 변화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를 개시할 당시에는 사전 통보가 부족했다는 불만을 내부적으로 쏟아냈으며, 전쟁이 지역 전체에 미칠 파괴적 결과를 워싱턴이 무시했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제 일부 동맹국들은 바로 이 위기 국면이 이란 신정 체제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보기 드문 전략적 기회라며 태도를 바꿨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이란의 군사 역량과 성직자 지도부를 더욱 무력화하는 것이 걸프 지역과 그 너머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걸프 국가 가운데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나라는 UAE다. UAE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보다도 많은 2,300발 이상의 이란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까지 겹치면서 트럼프에게 이란 지상 침공을 요청하는 가장 매파적인 국가로 부상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도 지상군 투입 옵션을 지지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과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전쟁 주도권 두고 격돌]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란 대통령과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전쟁 주도권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제14채널은 지난 30일, “이란 지도부 사이에서 오간 대화 녹취를 입수했다”면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바히디 IRGC 총사령관에게 ‘나는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하고 싶다. 신속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 전체가 3주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에 대해 바히디 총사령관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이 협상에 끼어서는 안 된다. 합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통화 후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자신이 ‘인질’처럼 느껴진다며, “나는 사임도 할 수 없고 스스로 결정도 내릴 수 없다. 누군가 나에게 준 대본만 읽을 뿐”이라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14채널은 보도 말미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사실상 국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란 국제방송(Iran International)도 같은 날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웃 국가들을 공격하는 혁명수비대의 접근 방식을 비판하면서, 이 같은 행보가 이란 경제에 가져올 장기적 피해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또한 전쟁 관련 행정적 결정의 주도권을 민간 정부로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바히디 총사령관은 이를 거부하며 오히려 현재의 경제적 취약성은 정부가 전쟁 발발 이전부터 구조 개혁을 이행하지 못한 탓이라고 역공을 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혁명수비대(IRGC) 사이의 갈등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7일 이란의 보복 미사일 공격에 대해 국영TV를 통해 인근 국가들에 공개 사과하며, 이란이 타국 영토가 이란 공격의 발판으로 활용되지 않는 한 역내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 자체가 IRGC에 대한 이란 지도부의 제한된 통제력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이 공개 사과는 IRGC 수뇌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 구도의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란 소식통들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IRGC 수뇌부, 특히 바히디 총사령관의 직접적인 압력에 따라 IRGC 계열 인사인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를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전략적 의사 결정에 대한 민간 정부의 감독 기능을 사실상 약화시키는 인사로 평가된다. 이 인사가 IRGC의 강권에 의해 강행됐다는 점에서, 신정 체제 안에서 군부가 민간 영역으로 권한을 빠르게 흡수해 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바히디 총사령관의 부상도 이례적이다. 그는 2025년 12월에야 IRGC 부사령관에 임명됐으며, 2026년 3월 1일 전임자 모하마드 파크푸르가 전사한 후 총사령관직을 맡게 됐다. IRGC는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후 후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공개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부상으로 인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권력 공백을 빠르게 메우며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경제 붕괴를 경고하는 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란의 국가 예산에서 석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쟁 전 32%에서 현재 약 5%로 급격히 하락한 반면, 세수는 60% 이상 끌어올렸다. 이란의 주요 도시에서는 식료품 물가가 전쟁 전 대비 50% 이상 급등했다. 시중 은행의 ATM은 현금이 소진되거나 작동을 멈추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온라인 금융 서비스도 마비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전에도 이미 기초 생필품 물가 상승률이 105~115%에 달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취약했던 만큼, 전시 경제 충격의 여파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3개월 후 경제 붕괴론’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것 저런 것 따지지 않고 무조건 ‘결사항전’을 외치는 혁명수비대를 어떻게 봐야 할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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