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이란, 미국 요구 15개 중 대부분 수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시한 15개 휴전 조건 중 대부분을 이란이 수용했다”면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20척의 유조선 통행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미국과 이란간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란은 아직까지도 대외적으로는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어 실질적 협상이 진행 중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협상의 데드라인을 오는 4월 6일로 설정했다.

블룸버그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에게 ‘이란이 우리 요구 사항의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왜 안 받겠느냐’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몇 가지 사항을 추가로 요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지만, 이란이 실제로 어떤 양보를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란의 공식 입장은 전혀 다르다”면서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파키스탄을 통한 중개 채널로 전달한 15개 휴전 조건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 유지를 포함한 5개 항의 자체 조건을 역제시한 상태”라고 짚었다.
이렇게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내보내지 않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외교적 진전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수사적 전략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이란의 석유 자원을 빼앗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말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안은 이란의 석유를 가져가는 것”이라며 “미국 내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고 따지지만,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를 베네수엘라의 경우에 비유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이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무기한'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타진한 구체적 구상으로 해석되면서 국제적 파장을 낳고 있다.
결국 미국이 이란의 석유를 지배하겠다는 것은 이란 석유 수출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하르그 섬을 장악하겠다는 것인데, 이 섬을 장악하려면, 이란 해군 기지까지 함께 갖춘 이 섬에 대한 군사 침공과 점령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하르그 섬을 점령하면 우리가 한동안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단기전이 아닌 장기 점령 시나리오를 열어두는 발언으로, 전쟁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종전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파키스탄 중재 협상 진행 중…4월 6일 데드라인 설정]
눈여겨볼 점은 미국이 외교와 군사 두 방향에서 동시에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협상이 군사 행동의 지속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 협상에서 매우 잘 해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란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협상하다가도 결국 그들을 폭격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동맹국들에게도, 이란에게도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전형적인 '전략적 모호성'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확전 분위기가 뚜렷하다. 주말 사이 수천 명의 미군이 중동에 집결했으며, 상륙돌격대를 포함한 수륙양용 공격 부대가 27일 현지에 도착했다. 82공수사단 병력도 곧 중동지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론과 병력 증파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 이중적 구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전략이 내부적으로도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3국 외교장관이 주말에 회동해 사태 해결의 출구를 논의했지만, 실질적 성과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은 회의 후 “이란과 미국 양측 모두 향후 회담 개최지로서 파키스탄에 신뢰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도, 미국도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여서, 중재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여겨볼 것은 이란이 미군의 지상병력 투입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만약 미군의 지상병력이 이란으로 들어온다면 지옥불을 맛보게 될 것이라 장담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군의 하르그섬 점령을 포함해 이란내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테헤란은 미국의 지상공격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렇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을 중개자로 한 간접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 부문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재개될 것”임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오는 4월 6일이 협상 데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란 측의 일부 행동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파키스탄 국적 유조선 1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허용했다”고 밝힌 데 이어 FT와의 인터뷰에서는 “그 수가 20척으로 늘어났으며 이미 해협 한가운데로 이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전시 최고지도자 중 한 명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 추가 통과를 직접 승인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트럼프는 “바로 그가 나에게 선박 통과를 승인한 사람”이라며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병력 증파와 타격 목표 13,000개…군사 압박 수위 높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미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존재감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상 장악 훈련을 받은 병력 1만 명의 배치를 명령했으며, 그 중 약 3,500명이 지난 27일 현지에 도착했다. 이 중 해병대원이 약 2,200명이며, 추가로 2,200명의 해병대가 곧 도착 예정이다. 82공수사단 소속 수천 명의 병력도 해당 지역으로 이동 명령을 받았다.
전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13,000개의 표적을 폭격했으며, 아직 약 3,000개의 표적이 남아 있다”며 “합의는 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가능성과 추가 공습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발언이다.
전쟁의 불씨는 더욱 넓게 번지고 있다. 지난 27일 사우디아라비아 내 미 공군 기지가 공격을 받아 미군 1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억 7,000만 달러 상당의 미 E-3 센트리 감시정찰기가 피해를 입었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확전 양상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약 450킬로그램을 군사 작전을 통해 강제로 탈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핵물질 인도를 거부할 경우 실력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복수의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명령을 내리지 않았지만 작전 개념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이 방안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는 하나인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사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집권 이래 최우선 목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 짚었다. 같은 날 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이란은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핵 물질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열린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물질을 포기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이란이 핵 능력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할 의향이 있는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를 이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분명히 선택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체제 교체 이미 완료”…신지도부 건재 여부도 불확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던 '체제 교체'가 사실상 달성됐다는 입장이다. 전쟁 초기 미국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다수의 고위 관료들이 사망한 이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실권을 이어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집단이며, 매우 전문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상태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숨기지 않았다. “아들은 사망했거나 극도로 나쁜 상태”라면서 “우리는 그로부터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는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란 측은 “최고지도자가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고수하고 있지만, 그의 공개 활동이 전무한 상태인 만큼 실제 건강 상태를 둘러싼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선의 확대, 병력 증파, 석유 자원 탈취 발언, 그리고 유동적인 협상 국면이 겹치면서, 이란 사태는 4월 6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전쟁과 외교의 기로에서 가장 긴박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결국 이란 신지도부가 실제로 협상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인지, 아니면 대외적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다른 계산을 할 것인지가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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