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시진핑의 '일본 제재' 부메랑… 최대 피해는 중국 항공사]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전쟁 발발시 일본 관여 발언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극한 분노를 드러내면서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를 가했지만 정작 그 피해는 중국 항공사들만 입은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의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대대적으로 일방 감축한 결과가 중국 항공업계에는 경영난을, 일본 항공업계에는 유례없는 호황을 안겨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진핑의 오판이 중국의 국익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29일, “시진핑 정부의 '방일(訪日) 자제' 압박이 중국 항공업계에 고스란히 역풍으로 돌아왔다”면서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일제히 축소하는 사이, 일본항공(JAL)은 재상장 이후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고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민의 일본 여행을 자제하도록 촉구한 이후, 중국 항공사들은 경쟁하듯 일본 노선 축소에 나섰다”면서 “중국 민용항공국(CAAC; 중국의 민간 항공 운항·안전·인허가 등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이 공식적인 감편 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각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공급 좌석을 대폭 줄인 점은 이례적인데, 미국 항공우주 전문지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가 영국 항공 데이터 업체 OAG의 분석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중국 항공사의 일본행 노선 좌석 수는 142만 개로 집계됐는데, 이는 불과 한 달 전인 11월 초(185만 개)와 비교해 23.2%나 급감한 수치이고, 운항 횟수 역시 9,813편에서 7,432편으로 24.3% 줄어들며 전체적인 공급 규모가 4분의 1가량 증발했다”고 짚었다.
중국 민용항공국(CAAC)의 공식적인 행정 명령은 없었으나, 시진핑 주석의 방일 자제 발언에 화답하듯 자국 항공사들이 일제히 노선 축소에 나선 결과다. 특히 상하이, 광저우, 난징과 일본의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를 잇는 최소 12개 주요 노선은 아예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일본항공(JAL)의 반사 이익, '역대급' 실적 기록]
중국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포기한 사이, 그 빈자리는 고스란히 일본 항공사들의 몫이 됐다. 비즈니스 출장이나 친지 방문 등 필수적인 항공 수요를 가진 승객들이 선택지를 잃고 일본 국적기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항공편 감축을 외교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일본 항공사에 안정적인 수요를 넘겨주는 역설이 발생했던 것이다. 일본 현지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President Online)은 이를 두고 “중국 정부의 중대한 오판이 일본 기업에는 축복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항공(JAL)이 발표한 2025 회계연도 세 분기(4월~12월) 실적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이 기간 JAL 그룹의 연결 영업이익(EBIT)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한 1,791억 엔을 기록했다. 매출액 또한 9.2% 늘어난 1조 5,137억 엔에 달하며 재상장 이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의 제재가 오히려 일본 항공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특히 중국 대형 항공사들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은 국제선 선택지가 좁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10%), 중국동방항공(13%), 중국남방항공(24%) 등 대형 국적사들도 타격을 입었지만, LCC들의 하락폭은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춘추항공은 운항량이 36% 감소했으며, 길상항공은 41%라는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심지어 심천항공은 일본행 노선 운항량이 거의 절반으로 토막 났다. 수익성이 높은 노선에서 대형 기종(Wide-body) 대신 소형 단일 통로 기종(Narrow-body)을 투입하며 버티기에 나섰지만, 운항 효율성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외교적 선전포고가 자국 항공 생태계의 허리를 끊어놓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작년 12월 중국발 일본행 예약 항공편이 10월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고 전하며,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 될 경우 중국 항공업계의 구조적 결함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감편은 주요 간선 노선보다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상하이·광저우·난징과 나고야·후쿠오카·삿포로를 잇는 12개 이상의 노선이 아예 운항을 중단했다. 이들 노선은 대체 이동 수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여행객과 중소기업 출장 수요를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교류 단절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제재의 역설… '빈자리 효과', 중국만 일방적으로 피해봤다]
이번 사태는 항공 노선 감축을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다. 항공 노선은 단순히 두 나라를 연결하는 교통편이 아니라 관광, 비즈니스, 문화 교류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인프라다. 중국 측이 공급을 줄여도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 수요는 경쟁 항공사로 이동할 뿐이다. 이번 사례처럼 정책 목표가 상대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면, 실제로는 일본 국적 항공사의 수익성 강화를 도운 셈이 됐다.
이러한 구조는 2010년대 한한령(限韓令) 사례와도 유사하다. 당시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제한하면서 한국 면세점과 항공사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여파로 중국 여행객들이 일본과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면서 제3국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이번 대일 항공 제재 역시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의도치 않게 일본 항공업계의 실적 호조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 민용항공국이 공식 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양국 관계 변화에 따라 감편된 노선이 빠르게 복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이탈한 이용객의 항공사 선호가 바뀌고, 이미 이 점을 확인한 일본 항공사들이 노선과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중국 항공사들이 단기간 내에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시진핑 정부의 대일 제재는 일본에 경제적 타격을 주기는커녕, 자국 항공사들의 국제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일본 기업의 재무 구조를 강화해 주는 '전략적 자폭'으로 귀결되고 있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중국 항공업계의 침체는 정치적 결정이 시장 경제의 논리를 무시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일동맹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 시진핑]
눈여겨볼 점은 이렇게 대 일본 제재로 인해 오히려 중국이 엄청난 피해를 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본에 대한 강경조치들을 철회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미 저자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강력한 동맹을 과시하고 있어서 시진핑 주석에겐 딜레마가 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5월 14~15일로 한차례 연기된 후 중국 입장에서는 방중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26일,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의 일시적 휴전 상태가 깨질 경우 자국 경제가 입을 치명타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은 지난 2월, 러시아·이란과 매년 실시해 오던 오만만 합동 해군 훈련에도 불참했다”면서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란을 외교·경제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군사적 개입에는 선을 그음으로써 트럼프의 분노를 사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사이를 갈라놓으려 시도했으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매우 인기 있고 강력한 여성’이라고 칭송하며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으며, 양국 정상은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지역 안보의 필수 요소’라고 명시하며 중국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일 공조의 틈새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 일본 기자에게 “기습에 대해서는 일본이 잘 알지 않느냐, 왜 진주만 공격 때는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라고 농담 섞인 실언을 던지자, 중국 관영 CCTV와 신화통신은 이를 머리기사로 다루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희화화한 삽화들이 중국 SNS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시 주석을 만났을 때 일본을 칭찬하겠다”고 말하거나, 일본의 대중국 대화 의지를 확인한 대목은 철저히 무시했다.
현재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베이징 회담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나, 주도권은 완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간 형국이다. 특히 이란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쟁이 만약 5월 중순에도 마무리가 되지 않느다면 미중정상회담은 또다시 연기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을 무역 협상이나 대중국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 주석은 이란 전황과 트럼프의 입을 동시에 주시하며, 미국에는 머리를 숙이고 일본에는 날을 세우는 위태로운 외줄 타기 외교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한번 내뱉은 대일본 비난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중국의 단견 외교가 이러한 일들을 낳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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