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생산적 회담 진행”, 이란 강경파 “대화 나눈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던진 평화협상안이 이란을 극한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이란 강경파쪽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은 진행중이지 않다”는 상반된 견해를 쏟아내고 있어서다. 미국과 이란간 협상에는 파키스탄이 중재를 서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고, 이란의 협상 키맨은 강경파로 알려졌던 모하메드 칼리바프 의회의장으로 전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대로 평화회담의 분위기로 흘러갈지는 이란 내부의 대치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는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독하는 신문중 하나인 ‘뉴욕포스트’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매우 좋고 생산적인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은 진행 중이지 않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란 의회 의장 모하메드 바크헤르 칼리바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과 전쟁 종식을 놓고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한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눈여겨볼 것은 미국과 이란간 대화 진전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한 당사자가 이스라엘 언론들이 미국측 협상파트너라고 소개했던 모하메드 칼리바프 의회의장이라는 점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24일, “이란 의회 의장 모하메드 칼리바프가 미국과의 회담 보도 속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전직 혁명수비대 사령관, 테헤란 시장, 경찰청장, 대선 후보이자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인 그는 정치, 안보 및 성직자 엘리트 간의 핵심 연결 고리”라고 밝혔다.
TOI은 이어 “이스라엘 관리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23일에 칼리바프가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란을 대표하여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는데, 이는 그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이란의 주요 인사들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자 테헤란 시장, 경찰청장, 그리고 대선 후보였던 그는 이제 정치, 안보, 그리고 종교 엘리트들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TOI은 “오랫동안 하메네이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자 최고 지도자 자리를 계승한 그의 아들 모즈타바의 측근으로 여겨져 온 칼리바프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주도해 왔다”면서 “전쟁 초기에는 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도해 왔지만 그러한 강경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칼리바프는 개혁가이자 실용주의자라는 평판대로 지금은 이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키맨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칼리바프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23일, “미국은 이란의 고위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시인했는데, 이스라엘 언론은 그가 바로 바로 칼리바프라고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제가 보기에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라면서 “대화가 잘 풀리면 결국 해결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폭격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칼리바프가 아직까지 이란 내부의 강경파들을 제대로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칼리바프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이란과 전쟁 종식을 놓고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한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
칼리바프는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미국과의 협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가짜 뉴스는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조작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갇혀 있는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란 국민은 침략자들에 대한 완전하고도 뉘우치는 처벌을 요구하고 있기 떄문에, 모든 이란 관리들은 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최고 지도자와 국민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채널12 방송은 24일,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간접 회담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일련의 공식적이고 단호한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이란 관리들은 전투가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보장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이란의 통제하에 두는 새로운 해협 질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널12는 이어 “테헤란은 비공개적으로 협상에서 제한적인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이 이해한 이란의 초기 협상 입장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해 강경한 항전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물밑접촉을 통한 평화적 해결에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채널12는 “구체적으로 이란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5년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을 ‘감축’하며,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에 대한 논의에 참여할 의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또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남은 원심분리기 사찰을 허용하고 헤즈볼라, 하마스, 이라크 민병대를 포함한 지역 대리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데 동의할 수도 있다는 데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란 회담 중재는 파키스탄]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관리들은 미국과 이란이 이르면 이번 주에 이슬라마바드에서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앞서 이스라엘 채널 12는 이스라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란과 미국 고위 관리들이 이번 주 후반 파키스탄 수도에서 만날 계획이 진행 중이며, 미국 부통령인 JD 밴스가 미국 대표단을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미국-이란간 대화는 파키스탄이 중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파키스탄이 트럼프의 이란 위기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면서 “군벌 아심 무니르는 테헤란과의 관계와 미국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활용하여 중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논의 내용을 잘 아는 두 관계자는 파키스탄이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의 고위 인사들이 참여하는 회담을 이번 주 초에 개최할 수 있는 장소로 이슬라마바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면서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는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통화 내용을 잘 아는 두 사람이 전했으며, 파키스탄 무함마드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23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고 짚었다.
FT는 그러면서 “파키스탄과 이란 정상 간의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 끝에 이란의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시점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협상중에도 교전은 계속]
이렇게 미국과 이란간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양측간 공격은 파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3일 저녁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를 겨냥해 '테헤란의 심장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또한 이란도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TOI는 24일,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란이 엘라트 방향으로 향하는 미사일 공격을 탐지해 격추했는데, 이란의 공격은 오늘만 다섯 번째”라면서 “이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TOI는 이어 “이스라엘도 24일 베이루트 공습을 강행했다”면서 “헤즈볼라 목표물을 겨냥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핵심 공군기지와 역내 미군 거점에 자폭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방송 IRIB는 “이란군은 이날 이른 새벽부터 육·해·공군 드론 부대가 전국 각지에서 출격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텔 노프 공군기지와 미군의 아즈락 공군기지를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텔 노프 공군기지에 대해 “이란 국민을 향한 원거리 작전과 침략 행위를 지원하고 전투기 비행단을 운영해 온 중추적인 장소”라고 주장했다.
[이란 대통령 아들의 '전쟁일기', “정치인들 공황 상태”]
이런 가운데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장남 유세프 페제시키안이 전쟁 기간 텔레그램에 남긴 ‘전쟁일기’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그 내용이 지금 이란 지도부 내부 상황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물리학 박사이자 대학 교수, 대통령 정치 고문인 유세프가 작성한 일기 일부를 공개했다. 일기에는 전쟁중의 이란 지도부 내부가 얼마나 동요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유세프는 전쟁 발발 엿새째 “일부 정치인들이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면서 “국민은 정치 지도자들보다 훨씬 강하다”며 내부 불안을 경계했다.
또한 이란 지도부내에 전쟁 지속 여부를 둘러싼 의견 충돌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세프는 “정부 회의에 참석했을 때 가장 큰 이견은 ‘언제까지 싸울 것인가’였다”며 “이스라엘이 붕괴할 때까지인지, 아니면 우리가 항복할 때까지인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썼다.
유세프는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피살된 이후 지도부를 겨냥한 표적 공격에 대한 공포도 드러냈다. 그는 “고위 인사 보호가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표적 살해를 막는 것은 이제 명예의 문제”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 이후 아버지와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지 못했다”면서 “아버지의 남은 임기 2년이 빨리 지나 우리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유세프는 정권 이양 요구와 관련해서는 “항복하고 권력을 국민에게 넘기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며 이를 “무지하고 망상에 불과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NYT는 “유세프의 일기는 약 1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면서 “해당 계정이 실제 유세프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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