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베네수엘라 모델' 염두에 둔 정권교체 위해 공수부대 차출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 이란 공습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폭사한 알리 하메네이를 대신해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는 등 굴복할 의사를 비치지 않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지상군을 테헤란에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이란의 정권 전복을 넘어 미국에 순응할 수 있는 지도부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뉴욕포스트는 9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8일 방영된 CBS 뉴스 '60분'의 메이저 개럿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으며, '에픽 퓨리 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 지상군을 테헤란에 파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군을 이란에 파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전용기에서 핵 물질 확보를 위해 군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어느 시점에는 아마도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그걸 노리진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라며 실행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미국이 지상군 파병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군사력 열세에 놓인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웃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비대칭 전력인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오일 쇼크'를 일으켜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부터다.
여기에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 지도자로 세우면서 '항전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제압하기 위해 자칫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상군 투입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물론 미국은 지난달 28일 이란 군사 공격에 나선 후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적은 없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은 누차 이란 핵무기 개발 능력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외부 공격 능력 제거가 이번 전쟁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함에 따라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이란 최고지도자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등 이란에 '베네수엘라 모델'을 강압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런 기류에 민감한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의 목표가 정권을 교체하거나 순종적으로 길들이는 데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넘어 필요성이 훨씬 더 커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또 하나, 지속적인 공습에도 이란 '신정 체제'의 핵심 구조에 근본적 균열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공군, 해군 전력을 중심으로 한 미군의 원거리 공습 작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바이든 정부 시절 공군 장관을 지낸 프랭크 켄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 정부를 제거하고 다른 정부로 대체하기에는 전투기, 미사일, 폭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미군이 과거 정권을 전복할 때는 모든 작전에서 군대와 토착 세력의 병력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의 고위 지도부가 다수 제거된 뒤에도 이슬람 신정 체제를 떠받치는 무력 조직인 혁명수비대는 여전히 대체로 건재한 상태로 이란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한 혁명정부의 헌법에 따라 탄생한 이 조직은 약 20만명에 달하며 정규군 조직과 별도로 존재한다.
이 밖에도 이란 정권은 친정부 민병대 조직인 바시즈를 통해 60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조직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란 국민이 현 정권을 전복할만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워낙 현 정권이 잔인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결국 미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과거 분쟁 때 제82공수사단이 맡았던 상징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이 사단의 '즉각대응군(IRF)'이 차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면서 “제82공수사단 지휘부의 대규모 훈련이 최근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본부 대기 지시가 내려가면서 이들이 대이란 지상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급속히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지상군 투입 시점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지상군 투입과 관련해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현재 전쟁 계획에 지상군 배치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상군 투입과 관련한 우려사항도 분명히 있다. 이란이 무기급으로 고농축한 우라늄을 압수하는 것과 같은 특정 목표나 정권 교체 지원 같은 더 큰 차원의 전략적 목표를 위한 지상군 투입은 미국이 이란 전쟁에 깊이 발을 담그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 전반적으로 이번 이란 공격 지지 여론이 높지 않다는 점도 지상군 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고 전쟁을 질질 끌 수도 없고, 또 전쟁을 시작했음에도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비판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뭔가 대단한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美·이스라엘, 이란 석유 저장고 공습... 암흑도시가 된 테헤란]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 인근 석유 저장 시설을 폭격하면서 도심이 독성 연기에 뒤덮이고 기름비가 내리는 등 심각한 대기 오염이 발생하면서 테헤란은 암흑도시로 변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9일,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 보급 기지인 샤흐런 석유 저장소와 남부 정유 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연료 저장 시설이 집중 공습을 받았다”면서 “이로인해 석유 저장 탱크가 폭발하면서 방대한 유독 가스와 연기가 대량으로 분출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이 화재로 발생한 짙은 연기가 햇빛을 가리고 비구름이 드리워지면서 8일 오전 테헤란은 종말이 온 듯 어두컴컴했다”면서 “테헤란 상공의 햇빛이 차단되자 운전자들은 오전에도 차 전조등을 켜고 주행했는데, 한 50대 운전자는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암흑인 바깥을 보고 ‘자명종이 고장 난 줄 알았다”고 전했다.
AFP는 이어 “유독성 연기가 테헤란에 퍼지면서 주민들은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운 증상을 겪고 있다”면서 “한 현지 여성은 ‘연기가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숨이 너무 가쁘고 눈과 목이 너무 따갑다. 밖에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테헤란은 1회 주유 한도를 기존 30L에서 20L로 긴급 제한했다. 모하마드 사데그 모타마디안 테헤란주 주지사는 “석유 저장 시설 폭격 이후 오염 지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석유량 감축은 2~3일 정도만 임시로 적용된 뒤 곧 원상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에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 '초강경' 예고]
한편, 이란의 3대 최고지도자에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네메이(57)가 선출됐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인 전문가 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세 번째 지도자로 모즈타바를 압도적인 다수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란 군사·경제 핵심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모즈타바에게 ‘충성 맹세’를 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성직자 88인으로 구성된 전문가회의는 모즈타바 추대 성명에서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전임자 알리 하메네이를 ‘위대한 지도자’이자 ‘순교자’로 지칭했다”면서 “전문가 회의는 또 ‘범죄적인 미국과 사악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잔혹한 침략을 규탄한다’며 이란 국민을 향해 ‘지도부를 향해 충성을 맹세하고 단결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1969년생인 모즈타바는 공식 직책은 거의 없지만,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정치·군사 등 영역에서 ‘막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란 야권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실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정부 주요 인사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에 앞장섰던 IRGC 산하 민병대 바시즈의 실질적 수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렇게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이란은 앞으로도 ‘초강경 항전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하메네이 후계자가 누가 되든 제거할 것”이라며 ‘참수 작전’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모즈타바가 과연 하메네이와 같은 강력한 통솔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하메네이는 생전에 차남의 지도력을 탐탁치 않게 여겼고, 최고지도자 직위를 ‘세습’하는 데 대해서도 거부감을 보였다. 그래서 모즈타바가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기 직전 하메네이의 유서를 불태워버렸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모즈타바의 정통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N12 방송은 “하메네이가 생전 ‘아들을 후계자로 임명하지 말라’고 유언했고, 이 때문에 후계자 선출 공식 발표가 늦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