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대통령 '주변국 공격 중단' 약속에 강경파 반발]
미국과 이스라엘의 융단 폭격으로 인해 사실상 초토화되고 있는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 공격의 일환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닌 주변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주변국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무력 대응을 검토하자 이란 대통령이 급사과를 하면서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이란 내 강경파들이 반발하면서 또다시 주변국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이란 지도부가 존립의 위기로 여기는 전쟁을 둘러싸고 이란 지도부 내부가 분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 붕괴로 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8일, “이란 지도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폭격에 휘청거리면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둘러싼 갈등이 강경파와 보다 실용적인 파벌 간의 심각한 분열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철권통치 아래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이란 지배 엘리트 내부의 균열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테헤란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면서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멈추지 않는 폭격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수많은 최고 사령관들을 사살한 숙청 작전에도 불구하고, 가장 열렬한 추종자인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 대응) 전략에서 더 큰 역할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지금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어보려는 온건파와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강경파가 정면충돌한 것이고,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강경파가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을 향한 공격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71세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7일 TV 연설에서 “이란의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이웃 국가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미국의 공습을 돕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을 포함한 국가들은 형제 국가”라면서 “7일 아침 공격 이후 이란은 더 이상 이들 국가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성명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새로운 공격이 발생하면서 미사일 16발과 드론 120대가 발사되었고, 강력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란에 대한 모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육상, 해상, 공중에서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지도부 내부의 분열이 드러난 것”이라며 “페제시키안이 사과와 공습 중단 약속을 할 권한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실제 페제시키안은 “군부가 독자적으로 행동했다”며 지휘 혼선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생한 일련의 (최고위층) 사망 사건 이후 생존한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체제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성직자들은 새로운 최고 지도자 임명을 서두르고 있으며, 8일 전후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나 하메네이의 후임자가 파벌 분쟁을 진압할 만큼 충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그러면서 “(사망한) 하메네이의 아들인 무즈타바 하메네이는 혁명수비대와 아버지의 막강한 권력의 지지를 얻는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지지만, 검증되지 않았고 이란의 고위 아야톨라들보다 나이가 어려서 체제 내 온건파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며 “다른 잠재적 후보자들은 시스템 내 기강 유지를 위해 요구되는 경비병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중동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알렉스 바탄카는 “전시는 권력 구조를 명확히 드러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경우에는 민간 지도부가 아니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목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사 항전 주장 강경파, 페제시키안 성명에 분노]
이렇게 이란 지도부가 완전 분열 상태로 들어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란의 주변국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때문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은 이들 국가를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했지만 철저한 방공망으로 인해 아예 건드릴 엄두도 못내자 방향을 바꿔 전쟁과 관계도 없는 주변국들의 민간 시설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자 주변국들이 집단 반발을 하면서 이란을 향한 보복도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간 주변국가들을 공습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앞으로는 공습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혁명수비대의 강경파와 성직자 엘리트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공격은 재개됐고,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뒤로 물로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강경파 성직자이자 국회의원인 하미드 라사이(Hamid Rasai)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에게 “당신의 입장은 비전문적이고, 나약하며,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결국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과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강경파들이 ‘대통령이 자신들을 향해 정중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다시 대통령을 강력 비판하면서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이란 최고위층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고위 아야톨라들은 최고 지도자 임명을 담당하는 성직자 기구에 업무 속도를 높일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란의 특이한 체제에서는 선출된 대통령, 정부, 의회가 성직자가 임명한 아야톨라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아야톨라는 최고 지도자로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혁명수비대와 기타 강력한 국가 기관을 직접 감독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강경파와 온건파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말은 8일 이후 곧바로 하메네이 후계자를 선출한다 하더라도 그가 과연 강경파와 온건파를 아우르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금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란 지도부 자체가 완전 분열되면서 자칫 스스로 붕괴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이란 향해 미사일 원료인 군수화학물질 수출허가]
이 와중에 중국이 이란을 향해 주요 군수화학물질을 실은 이란 선박들의 중국 항구 출항을 허가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주요 군수 화학물질을 실은 이란 선박들이 로켓 연료의 핵심 전구체를 운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인 상황에서 베이징이 이 선박들의 출항을 허용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해당 선박들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인 국영 기업 이란 이슬람 공화국 해운회사(IRISL) 소속이며, 미국 국무부는 이 회사를 ‘이란의 핵확산업자와 조달책들이 선호하는 해운회사’로 규정했다”면서 “20피트 길이 컨테이너를 최대 6,500개와 14,500개를 각각 적재할 수 있는 샤브디호와 바르진호가 중국 남동부 해안 도시 주하이의 가오란 항에 정박했는데, 전문가들은 가오란 항이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절실히 필요한 고체 로켓 연료의 핵심 전구체인 과염소산나트륨을 비롯한 화학물질의 선적항”이라고 밝혔다.
WP는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직접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이 무기 관련 물자를 실은 선박의 출항을 허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면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경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인 아이작 카돈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 선박들을 항구에 억류하거나, 행정적 지연을 할 수도 있고, 세관 통관을 보류하는 등 여러 가지 관료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는 베이징이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하는 전쟁 중에 의도적으로 내린 정책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WP는 “7일 현재 AIS 데이터에 따르면 이 선박들은 남중국해에 있는데, 목적지는 약 4,000마일 떨어진 반다르 압바스 항으로 오는 21일경 이란의 차바하르 항에 도착할 예정인데, 그곳에는 이란의 주요 해군 기지가 있다”고 짚었다.
WP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해 이란의 탄도 미사일 생산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는데, 특히 중국에서 이란으로 유입되는 과염소산나트륨과 디옥틸세바케이트의 공급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서 “과염소산나트륨은 과염소산암모늄 생산에 사용되며, 과염소산암모늄과 디옥틸세바케이트는 탄도 미사일의 고체 추진제에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WP는 “미국은 수년간 중국이 동맹국인 이란에 미사일 관련 기술과 물자를 제공했다고 비난해 왔다”면서 “베이징은 직접적인 지원을 부인하며 미국의 비난이 상업적 또는 이중용도 무역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그랜트 럼리는 “이번 주 가오란항을 출항한 선박들이 과염소산나트륨을 운반하고 있다면 이는 중국이 역내 이익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취해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라면서 “미사일과 드론이 걸프 국가들을 향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이와 같은 지지 표명은 중국과 여러 걸프 국가들 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으며 "이는 이례적으로 대담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의 이러한 행동에 대한 미국의 반응일 것이다. 오는 3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인 상황에서 이렇게 미군 사상자를 낼 수도 있는 미사일 제작 원료들을 적국에 수출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그리안해도 미군 6명이 숨진 상황에서 적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미중관계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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