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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깊어지는 한미간 갈등의 골, 주한미군 역할변경론이 기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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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깊어지는 한미간 갈등의 골, 주한미군 역할변경론이 기폭제 주한미군 독자훈련 놓고 한미간 갈등 폭발 2026-02-26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주한미군 독자훈련 놓고 한미간 갈등 폭발]


주한미군이 단독으로 펼친 서해훈련을 두고 한미간 갈등이 폭발했다. 특히 주한미군과 한국군 사이의 감정 싸움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더더욱 눈여겨볼 점은 이러한 한미간의 다툼이 공식 성명을 통해 오고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불거진 주한미군 역할론에 대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고, 또한 이를 기화로 주한미군의 독자적 활동 반경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은 24일 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중국 전투기들과 대치 상황이 발생했던 서해 공중 훈련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사과했다는 한국군 당국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주한미군이 한밤에 입장문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한미군은 이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직접 통화해 (해당 사안에 대해) 한국 측에 사전 통보가 이루어졌음을 재확인했다”며 “주한미군은 최고 수준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훈련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대비 태세의 유지와 관련해 사과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주한미군 측은 이어 최근 서해 훈련과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한국 측에 사전 통보가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했다”면서 “(사령관은) 장관과 합동참모의장에게 제때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expressed regret)”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해당 훈련에 대해 한국 군 당국에 사전에 훈련 계획을 통보했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대해 사과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앞서 주한미군은 지난 18∼19일 오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을 서해 공해상으로 미 공군 소속 F-16 전투기를 수십대 출격시켜 대규모 훈련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미 전략 자산인 B-52 전략 폭격기가 처음으로 합류해 훈련을 벌였다. 미 측 자산이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근접하자 중국 측은 전투기가 발진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은 보고를 받고 지난 19일 브런슨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로 항의하면서 한국측 입장을 전달했다. 이후 브런슨 사령관이 중국 전투기들과 대치 상황이 발생했던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 훈련과 관련해 주한미군측이 한국 측에 사과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오전 브리핑에서 브런슨 사령관의 사과 여부에 대해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건 부적절하다”면서도 “일정 부분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국방부가 해당 보도를 사실상 인정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동안 한미 당국자간 소통은 양측의 합의 없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존재해 왔었는데, 한국측이 주한미군의 단독 훈련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을 논의한 통화 내용을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확인한 건 이례적이란 해석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이는 그만큼 한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자 주한미군측에서 같은 날 오후 늦게 우리 국방부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내면서 한·미 군 당국 간 갈등이 노골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주한미군은 “솔직한 대화는 효과적인 동맹 간 조정에 필수적”이라면서도 “정확히든 아니든, 선택적 (대화) 공개는 공동의 안보 목표를 진전시키지 못 한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또한 “브런슨 사령관이 안 장관뿐 아니라 진영승 합참의장과도 통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행금지구역 재설정 등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9·19 남북 군사 합의 복원과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이 ‘한국군 스스로 대비 태세를 제약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는, 주한미군이 유감을 표했다. 내용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그런 민감한 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다.


주한미군은 또한 “우리는 고위 지도자들 간 비공개 논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솔직한 대화는 효과적인 동맹 조율에 필수적이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선택적인 정보 공개는 우리가 공유하는 안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이어 “브런슨 사령관은 합참의장과 통화하며 대비태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한 자신의 전문적 평가를 공유했다”며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와 굳건한 한미 억제력에 확고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미군간의 갈등이 시기적으로 자유의 방패(FS) 연합 연습·훈련을 앞둔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한미군 간에는 야외실기동훈련(FTX) 시행 방안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빚어왔다. 주한미군측은 예정대로 실외 기동훈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우리 국방부는 실내 모의훈련으로 축소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측은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중국해 직후 서해 훈련…미군, 본격 대중 견제에 韓 불안]


한국측이 이렇게 주한미군의 서해 훈련에 대해 민감한 것은 한마디로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8~19일의 대규모 서해상 공중훈련이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훈련 직전에는 동중국해 상공에서 미국과 일본이 참여한 공동훈련이 이뤄진데다 미국의 전략자산인 B-52전략 폭격기까지 두 훈련에 모두 참여했다는 점에서 누가 보더라도 대만 유사시를 가정한 훈련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처럼 한반도 주변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 안에서 미 본토 전략 자산과 일본 항공자위대, 주한미군 전투기가 사실상 동시에 기동한 건 이례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국방전략서(NDS)에서 “주한미군의 태세 갱신(updating U.S. force posture)”을 공식화했는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NDS는 ‘중국 억제(deter)’를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한반도 부문에서 “한국은 미국의 중요하지만 보다 제한된 지원 하에 북한을 억제하는 데 최우선적인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시작전권 이양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 중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변경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고, 지난 1월 NDS의 기안자인 콜비 미 국방부 차관의 방한 이후 이미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잇따라 대 중국 견제 훈련이 실제로 실행되자 한국군이 당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내용이 있다. 미 측의 훈련 통보도 임박 시점에 이뤄졌으며, 또한 주한미군이 공군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하긴 했지만, 훈련의 규모나 목적 등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이번 훈련에 대해 개요만 전달했지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다는 것인데,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으로의 정보 유출을 우려해 한국정부에 중요한 기밀들을 공유하지 않았던 그때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주한미군의 서해상 훈련이 사실상 무통보나 다름없다고 한국군측은 판단하고 있어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동참모의장이 잇따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통화하고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동훈련 거부로 고립 자초하는 한국군]


문제는 이렇게 한국군과 주한미군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주한미군의 독자 역할 수행은 더욱 가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게 된다면 미국측도 이에 대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이 제안한 한·미·일 연합 공중 훈련을 우리 정부가 거절해, 결국 미·일 양국만 지난 16일과 18일 동해와 동중국해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미국의 대표적 전략자산 B-52 전략폭격기 4대가 참여했으며, 미국령 괌에서 출격한 B-52는 18일 제주도 남방에서 대만으로 이어지는 동중국해에서 훈련을 하다가 북상해서 한때 서해에도 진입했다. 이 훈련에 이어 주한미군이 18~19일 서해상에서 별도의 훈련을 한 것이다. 그것도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 수십 대가 이틀간 100여 차례 이상 출격해서, 전례 없는 대규모 훈련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한국군이 중국을 의식해 고립을 자초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주한미군은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 등과 공동훈련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이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안규백 국방장관은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임무 확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한마디로 미국의 국방전략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고, 한국이 미국의 파트너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라는 점에서 주한미군은 점점 더 한반도에 주둔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고, 전시작전권 이양 이전에라도 이번과 같이 주한미군 단독 훈련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비행 금지 구역 설정 등 9·19 군사합의 복원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 당연히 미군측은 이에 대해 강력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를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주한미군의 탈한국화는 더욱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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