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의 플랜B, “과잉생산 아시아국가 조사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와 국내 제조업 부흥을 명분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가 미 연방 대법원에서 최종 위법 판결을 받은 이후, 국내 언론들이 미중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우위에 서게 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더욱 더 옥죄는 강력한 플랜B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잘못된 판단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abc News는 23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과 중국에 대해 무역법 301조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며 “산업분야에서 과잉 생산을 해온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의 이날 발언은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에 대한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플랜 B로 무역적자를 이유로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로 시간을 번 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는 각각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국가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과잉생산을 해 온 아시아 국가’라고 콕 찍어 대상국을 암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우리 채널도 여러 번 지적했던 이슈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국 경제 발전의 3대 엔진이라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들이 모두 과잉생산 문제를 겪으면서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한마디로 21세기 중국 경제를 구원할 혁신산업이라면서 거창한 미래를 제시했던 시진핑의 역작들이 과잉생산 문제에 부딪치면서 줄줄이 중국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면서 대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4일, 대만의 자유시보는 “시진핑이 강력히 주장하는 '신 3대' 성장 엔진은 과잉 생산 능력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면서 “베이징 당국은 수년간 정부 보조금과 기타 정책을 활용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리튬 배터리 산업을 지원해 왔지만, 이로 인해 과잉 생산이 발생하면서 중국 경제에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자유시보는 이어 “중국은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해 수년간 정부 보조금 및 관련 정책을 통해 전기차 산업을 지원해 왔는데, 문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 수요보다는 정부가 정한 생산 목표 달성에 집중하면서 과잉 생산이 발생했다”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이익이 크게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딜러들이 자동차 제조업체의 리베이트와 보너스를 편취하기 위해 미판매 신차를 등록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또한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가 해외로 덤핑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도 이와 관련해 “중국 자동차 산업도 이미 문제가 된 태양광 에너지 산업과 리튬 배터리 산업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앙 정부 정책이 기업 이윤과 지속 가능한 경쟁보다는 고용과 경제 성장 목표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며, 특히 지방 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생산 능력과 세수 확보를 위해 저렴한 토지와 보조금을 제공하며, 이는 전국적인 과잉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전국적인 경제발전 계획에 따른 체계적이고도 전략적인 산업 발전 계획은 아예 존재조차 없고 그저 각 지방정부별로 마치 불나비가 불을 쫓아 뛰어드는 것처럼 국가보조금이 지급되는 산업에 앞뒤 계산도 하지 않고 우후죽순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결국 과잉생산이라는 폐단을 낳게 되고, 그래놓고도 이를 감당하지도 못하고 허덕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채널은 지난해 6월 25일,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의 과잉공급경제, 이러고도 나라가 유지된다는 게 신기할 뿐”이라는 제목의 중국관찰(유튜브 3395회)을 통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지금의 중국 경제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과잉공급 현상”이라면서 “지난 6월 17일 막을 내린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핫이슈로 다뤄졌던 주제가 크게 3가지였는데, 불안한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 외에 중국의 덤핑 수출과 세계 시장 질서 교란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고 짚은 바 있다.
당시 G7정상들은 한결같이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덤핑 공세로 세계 시장을 교란하고, 희토류 등의 분야에서 다른 나라를 협박하는 데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특히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요약 발표문에서 “G7 정상들이 중국에 시장 왜곡과 공급 과잉 자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G7정상들이 이렇게 중국의 과잉공급을 문제삼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실제로 중국 내부의 공급과잉 실태를 알게 되면, 일반적인 경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도 안될뿐만 아니라 도대체 세상에 이런 나라도 다 있나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과잉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들을 그야말로 덤핑가로 해외로 밀어내기 수출을 하면서 수입국의 경제를 무너뜨리고 산업기반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니 G7국가들이 분노하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분명히 손을 봐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했던 것이다. 미국이 301조 조항을 꺼내면서 중국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강경한 통상정책 기조 유지할 것”]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의 상호관세 관련 판결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통상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이날 “122조에 따른 15% 관세는 232조와 301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5개월간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5개월 뒤에는 122조 조치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관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 베센트 장관의 이 발언은 대법원의 제동으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했던 관세 리스크가 오히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중국과 브라질을 향해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추가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은 대법원의 상호관세 관련 판결 조치 이후 미국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놓였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한국 언론에서도 “中,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유리한 고지”라는 제목을 달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우신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중국을 훨씬 더 유리한 협상 위치에 서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을 예로 들면서 “'대두 카드'는 다시 중국 손에 돌아온 셈”이라고 했다.
우신보 원장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직후 시작된 '관세 전쟁'으로 미국산 대두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다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매를 재개한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시 주석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2500만t의 대두를 중국이 수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법원 판결이후 이 약속 자체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 다시 말해 중국이 소극적으로 나올 개연성이 커졌다고 설명한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 무역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산 첨단 반도체 접근권, 중국 기업에 대한 무역 제한 완화, 대만에 대한 지원 축소 등을 더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만에 무기를 팔지 말라'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대두 수입 등 통상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아킬레스건'인 희토류 수출을 조건으로 새로운 요구를 제기할 경우,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맞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사라졌다고 판단해 대법원 판결 이후 환호를 지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중국의 판단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슈퍼301조 연계 통상정책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아졌다.
[한국도 플랜B의 사정권,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조심해야]
이 시점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른바 ‘슈퍼 301조’ 발동 대상에 한국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적으로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495억 달러(약 71조3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이는 한국 역시 301조에 따른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통상을 뛰어넘어 국내 정치문제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이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한국의 통상 문제 관련자들은 아마도 한미관계가 순탄치 않은데다, 이재명 정부의 친중적 정책들이 통상정책에도 분명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이 제안한 한미일 연합훈련 불참선언에 이어 주한미군의 서해상 전투기 발진 문제 등을 따진 바 있는데, 이러한 갈등이 통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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