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란 “군사훈련으로 호르무즈 해협 일시 폐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핵항모가 이란 해안 700km까지 접근한데다 추가 공군 전력도 중동 전역에 증강 배치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군사훈련을 이유로 원유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폐쇄하면서 이란의 이런 행위 자체가 미국의 군사행동을 부추기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8일, “이란이 17일(현지시간) 군사 훈련을 위해 국제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일정 시간 폐쇄했다”면서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안전과 선박 운항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일부를 수 시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전날 원유 수송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란은 이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란과 오만이 관할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와 물자가 이동하는 중요한 무역로다. 이곳이 막히면 세계 유가가 폭등한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 일시 폐쇄 계획 발표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오만이 중재하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나왔다”고 밝혔다.
[이란 700㎞ 앞 해역까지 접근한 美항모전단]
한편,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일환으로 해군 항공모함전단(CSG)을 이란에서 불과 700㎞ 떨어진 해역까지 진입시키면서 언제든지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BBC의 공개정보 기반 보도팀 ‘BBC 베리파이’는 17일,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센티넬-2’ 위성으로 촬영된 사진에 니미츠급 미국 핵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모습이 이란에서 700㎞, 오만 해안에서 240㎞ 떨어진 아라비아해 해역에서 포착됐다”면서 “링컨호는 알리버크급 구축함 3척을 포함한 다른 군함들과 함재기 등과 함께 CSG를 이룬다”고 보도했다.

BBC는 또 “장거리 미사일 공격 능력을 지닌 구축함 2척, 전투용 군함 3척 등이 페르시아만 소재 바레인 해군기지 근처 해안에 있다”면서 “중동 인근에서 이런 미국 군함 12척의 움직임 외에도 군용기 등 미국의 다른 군사자산 배치도 보강된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BBC는 “이와 별도로 세계 최대 군함인 ‘제럴드 포드’ 핵항공모함을 중심으로 구성된 또 다른 CSG도 중동 해역을 향해 이동 중”이라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미군 수송기, 급유기, 통신기 또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8개월 만에 오만에서 재개된 지난 6일 미군 중부사령부는 에이브러햄 링컨 CSG가 아라비아해에 전개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사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재차 시사했다. 트럼프는 “당시 B-2 폭격기를 보내는 대신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 잠재력을 무력화(knock out)할 수 있었지만 결국 B-2를 보내야만 했다”며 “그들이 더 합리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트럼프는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최선의 일처럼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이란, 협상 불발 후과 원치 않을 것"… 軍 개입 경고]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이란을 겨냥해 “그들이 합의가 불발된 데 따른 후과(後果)를 원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은 오랫동안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했지만, 작년 여름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했을 때 그와 같은 접근 방식의 후과를 학습했다”며 “이번 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나도 간접적으로 회담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해 일부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최종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미국과 이란은 18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주재 오만 대사관 관저에서 약 3시간 30분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대(對)이란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협상에 참여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후 이란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돼 진지하게 논의됐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몇 가지 기본 원칙에 대한 전반적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면서 “신속한 합의 도출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협상 경로가 시작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 결과를 두고 “어떤 면에서는 잘 진행됐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몇가지 ‘레드라인’을 설정했는데, 이란은 아직 이를 인정하고 해결해 나갈 의지가 없다는 점은 매우 분명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옵션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옵션을 통해서든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 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핵 문제에 관한 한 이란이 양보할 뜻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무기화 전 단계인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제3국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타협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맏사위 재러드 큐슈너 등이 대표로 나섰고, 이란측에서는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 회담에 나섰는데, 이들 사이를 중재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오늘 협상은 공동의 목표와 관련 기술적 쟁점 파악에 좋은 진전을 이루며 마무리됐다”면서 “양측은 최종 합의에 대한 여러 기본 원칙을 정의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양측은 다음 회의 전까지 명확한 후속 조치를 남긴 채 자리를 떴다”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협상을 앞두고 강경한 기조를 재확인했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X에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제네바에 왔다”며 “위협에 굴복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협상 종료후 후속 협상 일정과 관련해 아라그치 장관은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국에서 잠재적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고 이를 서로 교환한 뒤에야 3차 협상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앞으로 2주 내 협상 간극을 좁히기 위한 세부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외교적으로 합의에 도달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며 “이란과의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한 연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군대가 세계 최강이라고 말하지만 세계 최강의 군대도 때로는 너무 세게 맞아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보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란 정부를 결코 파괴하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렇게 강대강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란이 협상 기간을 앞으로도 3주 정도 더 기한을 잡은 것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또 그 사이에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봤을 때, 미국과 이란간에 극적인 외교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는 점에서 군사적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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