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미국,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하는 캄보디아]
중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 오직 중국 일변도의 외교를 펼쳐왔던 캄보디아가 이젠 방향을 돌려 미국에 더욱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캄보디아에게 있어 중국의 중요성은 이미 추락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의 비중도 크게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외교전문지인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지난 13일, “캄보디아가 미국, 중국, 태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깊은 연관이 있던 조직범죄 소탕작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되었으며, 특히 전통적 우방이었던 태국과 지난해 분쟁까지 벌이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자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캄보디아가 ‘오직 중국’에서 사실상 중국의 적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왜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
[‘중국 일변도 외교’가 가져온 치명타, “더 이상 의존 않겠다!”]
캄보디아가 이렇게 중국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면서 관계를 정리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태국과의 국경 전쟁이 벌어졌을 때 그동안 ‘철통 동맹’이라고 여겼던 중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프레아비헤아르 사원 인근에서 태국과 첫 교전이 벌어졌고 7월 전면전으로 번졌다. 캄보디아가 다연장로켓을 쐈고, 태국 F-16 전투기가 캄보디아 군기지를 폭격했다.
이때 캄보디아는 ‘철통 동맹’ 중국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중립을 지켰고 무기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자 전투기가 없는 캄보디아는 태국 F-16과 그리펜 전투기를 당해낼 수 없었다. 그리고 11월과 12월 다시 교전이 벌어져 101명이 더 숨졌고 피란민은 50만명으로 불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내부에서는 중국이 안보까지는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으면서 중국에 대한 실망감이 퍼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에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로맨스스캠 사건이 일어나면서 온라인 사기를 뜻하는 스캠과 캄보디아의 합성어인 ‘스캠보디아(Scambodia)’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되자 캄보디아는 결국 사이버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캄보디아가 이렇게 사이버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게 된 것은 미국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캄보디아 내에서의 사이버 범죄를 단절하지 아니하면 금융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캄보디아의 강력한 행동을 유도하게 되었다.
물론 캄보디아는 아직도 중국과 경제적 유대의 끈은 강력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외교를 단절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캄보디아의 분위기가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미국 등 서방 세계와의 관계도 캄보디아의 국익을 위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교 관계의 전환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월 24일, 중국 자금으로 확장하면서 중국 전용의 캄보디아 비밀 해군기지로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었던 캄보디아 리엠 해군기지에 미국 군함인 USS 신시내티호가 접안하며 20년 만에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우호 방문·군사협력 확대’가 이유로, 미국 군함이 이 기지를 찾은 건 처음이다.
그런데 이 독립급 연안전투함의 5일간 방문은 단순한 친선 방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리엠 기지의 중국식 업그레이드는 눈여겨볼만하다. 300미터 길이의 심해 부두, 5,000톤 규모 건식 도크, 1,000톤 슬립웨이, 그리고 캄보디아-중국 합동 물류훈련센터까지 누가봐도 이 항구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지난해 4월, 훈 마넷 총리가 직접 개장식을 주재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9년 “당시 훈 센 총리가 중국군에게 30년간 기지 사용권을 허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었는데, 비록 캄보디아 당국은 이를 적극 부인했지만 중국이 캄보디아의 리엠기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또 어떠한 구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 리엠 항구에 미군의 군함이 무려 5일간의 일정으로 정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캄보디아가 이곳에 미국 군함을 불러들여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무엘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리엠 부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캄보디아 친구들이 리엠이 주권 항구가 될 것이라고 계속 확신시켜 줬다”며 “이번 방문은 캄보디아 주권에 대한 우리의 신뢰 표현”이라고 말했다.
파파로 사령관은 이어 “양국은 2017년 캄보디아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앙코르 센티넬 합동군사훈련 재개에도 합의했다”면서 “2026년 후반이나 2027년 초 훈련 실시를 목표로 2-3월부터 계획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핵심이익, 님중국해 관련 태도도 바꾼 캄보디아]
캄보디아의 중국 관련 태도 변화는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남중국해 행동 준칙에 대한 입장까지 달라지면서 중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합의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캄보디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만든 평화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ASEAN 국가 중 유일한 창립 회원국이다. 이 역시 중국 뜻과는 다른 행보다.
캄보디아의 태도가 이렇게 변화되자 미국은 2021년 캄보디아에 걸었던 무기 판매 금지를 올해 초 풀었다. 캄보디아는 또한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보잉 항공기 구매 계약도 맺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일 진행된 태국 총선에서 아누틴 찬위라쿤 총리의 품차이타이당이 194석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에서는 3위였는데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보수 성향의 아누틴 총리는 국경 분쟁 때 F-16 공습을 직접 지휘하며 ‘국가 수호자’ 이미지를 굳혔다는 점이다. 당연히 캄보디아에게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캄보디아 국경에 100㎞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선거 직후 2001년 양국이 체결한 해양 자원 공동 개발 양해각서를 전격 취소했고, 또한 17개 국경 통과 지점 대부분도 그대로 닫아 버렸다. 캄보디아로서는 전통적 우방이었던 태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해졌다.
문제는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安美經中)’의 양다리 외교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철의 동맹’이라고 여겨졌던 중국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지만 경제적 관계 때문에 완전히 단절할 수도 없는 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안보의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캄보디아다. 그저 중국만 믿고 모든 것을 의지하던 캄보디아가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그저 불안하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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