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러시아 기밀 문건, 달러 시스템 복귀 가능성 언급]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붕괴 수준에 이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사실상 미국에 항복하면서 중국과 손을 잡고 추진해 오던 탈달러동맹을 끊고, 러시아 경제 전체를 달러시스템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13일, “블룸버그가 입수한 러시아 내부 문건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광범위한 경제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달러를 다시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올해 작성된 이 고위급 메모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합의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일치할 수 있는 7가지 핵심 사항을 크렘린궁이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 메모는 두 나라가 친환경 에너지보다 화석 연료를 우선시하고, 천연가스, 해상 석유, 핵심 원자재에 대한 공동 투자를 장려하며, 미국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방향으로 협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회람된 이 제안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잠재적인 경제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미래 평화 협정의 핵심 요소로 협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크렘린의 생각과 전술에 대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통찰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제안의 핵심은 러시아가 달러 결제 시스템으로 복귀하는 것인데, 이는 크렘린 정책의 놀라운 반전이자 세계 금융계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은 이미 평화 협정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러시아가 달러 거래를 재개하기 위한 필수적인 첫걸음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크렘린궁의 문건에 담긴 내용은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과 탈달러 적극 추진하던 푸틴, 과연 중국 배신할까?]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경제 체제와의 연계를 복원하기보다는 달러화에 대한 대안을 찾는 데 주력해 왔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심화를 추구해 왔다”면서 “따라서 해당 문서의 내용을 잘 아는 서방 정부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베이징의 이익에 반하는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푸틴이 취해왔던 태도는 중국과 단일대오를 형성하여 달러패권에 도전하고, 미국 일극 체제가 아닌 다극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는데, 푸틴이 돌연 중국과의 공동 연대를 포기하고 미국의 달러시스템으로 돌아가겠다는 그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논평을 요청하는 이메일에 답변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가 해당 문서에 담긴 내용 중 어떤 부분을 미국에 제시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크렘린궁 메모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로 지목된 것은 다음 7가지다.
1. 러시아 항공기 현대화를 위한 장기 항공 계약 및 러시아 제조 부문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 참여
2. 해상 및 회수하기 어려운 매장량을 포함한 석유 및 LNG 합작 사업은 과거 미국의 투자를 고려하고 미국 기업이 과거 손실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미국 기업의 러시아 소비자 시장 재진출을 위한 우대 조건
4. 인공지능 사업을 포함한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
5. 러시아의 달러 결제 시스템 복귀, 러시아 에너지 거래에도 적용될 가능성
6. 리튬, 구리, 니켈, 백금 등의 원자재 협력
7. 중국과 유럽에 유리한 기후친화적 이념과 저배출 솔루션 대신 화석 연료를 대안으로 내세우기 위해 협력하는 것
[푸틴, 러시아 붕괴 위기 회피하려는 최후의 선택 가능성]
사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훨씬 이전부터 푸틴은 미국의 금융 패권에 도전하는 여러 경제 강대국들의 움직임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배경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전쟁 발발 후 달러 거래에 대한 통제력을 이용해 러시아 경제 전반에 걸쳐 제재를 가했을 때 명확해졌다.
이후 모스크바는 특히 중국, 인도 등 여러 국가와 대체 통화 및 시스템을 이용한 무역을 발전시키려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그동안의 정책에 역주행을 하면서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어떤 면에서 러시아가 달러 결제로 복귀하는 것은 워싱턴의 금융 지배력에 다시 굴복하는 것을 의미하며, 러시아 경제를 미국의 압력에 덜 취약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무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모스크바와 베이징 간의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명백한 목표에 있어 큰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이 계획의 다른 세부 사항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분야에서 밝힌 야망에 부합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입은 과거 손실에 대해 보상받아야 한다는 발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요구했던 것과 유사하며, 유럽과 중국이 선호하는 저탄소 기술에 대한 제재는 풍력 터빈에 대한 오랜 비판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해당 메모에 정통한 서방 관계자들을 인용해 “일부 제안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려는 의도로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일부 제안은 미국 대통령을 거래에 끌어들이기 위해 거액의 금액을 제시한 후 실제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허황된 약속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또한 서방의 제재로 다른 공급원이 차단된 이후 중국이 러시아 전쟁 기계에 필요한 부품과 원자재의 핵심 공급원이 되었기 때문에 크렘린이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려 할 가능성은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달러화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미중 에너지 가격 격차를 해소하여 세계 무역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문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여겨볼 것은 러시아의 푸틴이 사실상 최동맹인 중국을 사실상 배신하면서까지 미국의 달러패권 속으로 들어가려는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된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이미 피폐해질 대로 엉망이 된 데다 이미 세계 제2위의 국방력을 보유했다는 러시아의 실체도 드러난 마당에서 전쟁을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최악 상황인 러시아가 그나마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이 아닌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푸틴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점도 푸틴이 사실상 미국에 항복하게 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중국과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도 없고, 또한 브릭스(BRICs)같은 반미 연합체를 만들어봤자 효용성도 별로 없다는 판단하에 결국 미국에 고개 숙이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상황에서 전쟁이 지속된다면 푸틴 정권은 그야말로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그동안 꾸준히 나온 바 있다. 이에 푸틴 입장에서는 바닥을 향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는 것만이 자신의 목숨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하여 시진핑 주석을 배신하면서 트럼프에게 사실상 항복문서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이달 초 기자들에게 러시아와 미국이 키이우와의 평화 회담과 병행하여 대규모 양자 경제 협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크렘린 협상대표인 키릴 드미트리예프의 이름을 따 '드미트리예프 패키지'라고 명명한 모스크바의 제안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혔다.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 국부펀드 총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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