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日 다카이치 “대만 유사시 도망치면 일미 동맹 무너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작년 11월에 이어 또다시 대만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일중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파국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어느 정도 잠잠해져 가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파문이 또다시 점화되면서 이 문제를 고리로 일본을 강경 압박해 왔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체면도 심각한 손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중국의 차원을 달리한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27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전날 밤 TV아사히 뉴스에 자민당 대표 자격으로 출연해 일·중 관계 악화 등 안보 관련 질문을 받았다”면서 “대만 유사(有事, 전쟁 등 긴급 사태)시를 상정했을 때 미군이 공격받는데 일본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도망친다면 일·미 동맹은 무너진다며 대만 군사 개입 가능성을 또다시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을 시사한 발언으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 “대만과 일본의 거리(최단 약 110km)는 도쿄에서 아타미(일본 시즈오카현 동부에 있는 도시) 정도”라며 “그곳에서 큰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들은 대만에 있는 일본인이나 미국인을 구출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일본 자위대와 미군이) 공동 행동할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날 발언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되었을 때,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대만에 자국민 구조 임무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이때 미군이 공격받으면 자위대가 무력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어디까지나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대응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거센 반발을 의식하면서 지난해 11월 발언과는 달리 상당히 순화된 표현을 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헌법에 따르면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의 기본 취지는 확고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이날 발언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국회 발언 의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시 발언은)중국과 미국이 충돌할 때 일본이 나서서, 군사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당시 발언을 두고 일본의 전면적인 군사 행동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을 경계한 것이다.
다카이치는 11월 당시 중의원(하원) 답변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가 수반되는 것이라면, 이는 어떻게 생각해도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말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당시 발언에 대해 중국은 이 발언이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 개입이란 의미라며 반발했고 다카이치 총리에게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중간 갈등이 커지자,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에서 “앞으로는 특정 사례를 상정해 이 자리에서 명언하는 것을 삼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대중압박 동참 의지 밝힌 日 다카이치]
눈여겨볼 것은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발언’으로 인한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또다시 중국의 반발이 뻔한 발언을 다시 한 것은 미국의 대 중국 압박에 확실하게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이재명 정부와는 분명한 차이가 난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은 미국 국방전략(NDS) 설계자인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차관이 27일 일본에 도착해 미일동맹과 관련한 논의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마디로 미국을 의식해 대 중국 강경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23일 발표한 새 국방전략(NDS)을 통해 중국 견제에 대한 동맹국의 참여와 방위비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선 GDP 대비 3.5%~5% 가량의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일단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美 전쟁부 콜비 차관의 방한, 대중압박 개념 요구할 듯]
이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중국 견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발표 직후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차관이 방한하여 26일 세종연구소 주최 초청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국방 전략은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선)에서 ‘거부에 의한 억지(deterrence by denial)’를 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여기엔 일본, 필리핀, 한반도에 걸쳐 회복력 있고 분산된 전력을 현대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포함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열도-대만-남중국해를 잇는 제1도련선에서 중국의 확장을 확실하게 저지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또한 중국이 대만에 군사력을 사용하는 등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주변국의 주둔군 등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한반도에 대입한다면,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의 위협 대응이 아닌 중국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NDS에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한 대응을 1차적으로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의 역할은 '더 중요하지만 제한적인 지원'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안보에 있어 '동맹의 기여 확대'를 강조해 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가 명문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NDS는 “미국의 안보 환경의 핵심이 '동시성 문제'(simultaneity problem)에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미국의 잠재적인 적이 '복수의 전역(theater)'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합해 미국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의 기여가 늘어나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방한한 콜비 차관이 '트럼프의 안보 책사'로서 바로 이 NDS 작성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에도 동맹으로서의 요구를 분명히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번 콜비 차관의 방한으로 인해 미국의 '동맹 현대화' 방안이 이제 구체적이고 빠르게 추진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 첫 가늠자는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미국은 앞으로 전개될 한미군사훈련의 방향을 단순한 북한의 침공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NDS에서 언급된 '동시성 문제'에 따라 중국의 대만 침공 등의 상황을 상정한 대응 방안 연습으로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미연합훈련이 한미의 '작계'(작전계획·OPLAN) 틀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 측에서 정세 변화에 따른 여러 '우발 상황'을 시나리오에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우리 측은 이 훈련 내용 자체를 극비로 다룰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특히 콜비 차관이 이번 방한 일정에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방문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났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미연합훈련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을 낳게 한다.
당연히 이 훈련 내용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겠지만 한미연합훈련의 방향이 ‘중국 견제’를 포함하게 된다면 한국 정부의 실용 외교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주변국의 언급을 '내정 간섭'으로 여기는 중국의 입장에선 미국의 전략 자산이 대거 전개돼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미는 훈련이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것을 좌시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콜비 차관 방한 이후,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NDS 발표 이후 한미동맹의 성격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정부의 의도와 전략이 반영된 훈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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