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
[정세분석] EU '차이나 리스크' 원천 봉쇄, 통신·에너지 등 전방위 퇴출 EU 핵심 인프라 사업에서 중국 공급업체 배제 추진 2026-01-21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EU 핵심 인프라 사업에서 중국 공급업체 배제 추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을 유럽 내 핵심 기반 시설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그 대상으로 5세대(5G) 통신망,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 보안 스캐너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인프라 전반에 걸쳐 적시했다는 점에서 EU가 ‘차이나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더더욱 이번 EU의 조치가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인 디지털·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대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충격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 “EU 내 핵심 기반 시설에서 중국산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EU가 미국의 빅테크기업과 일부 관계자들이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중국의 고위험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하면서 안보 및 기술 정책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화웨이의 통신망 사용을 금지해 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신 장비 교체를 넘어선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는 '사이버 보안법(Cybersecurity Act)'을 개정해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기업이 유럽의 신경망에 접근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 하고 있다. 특히 통신망은 물론이고 유럽이 사활을 걸고 있는 재생 에너지 분야인 태양광 시스템, 공항과 항만의 보안 스캐너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이 장비를 통해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유사시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U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 의료 기기 분야에서 불거진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EU는 “중국이 자국 의료 기기 시장에서 유럽 기업을 차별한다”며 “국제조달규정(IPI)에 따른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공공 조달 시장을 무기로 중국을 압박했던 EU가 이번에는 안보를 명분으로 민간 인프라 시장 진입 장벽까지 높이고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은 최근 보고서에서 “EU 집행위가 지난 10년간 대중국 관여 정책에서 '디리스킹(위험 완화)'으로 급격히 선회했다”며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와 보조금 정책이 유럽에 구조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예 EU국가 모두에게 강제성 부여해 일탈 못하도록 강제]


FT는 이어 “EU의 사이버 보안 제안은 위험도가 높은 공급업체를 네트워크에서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기존의 자발적 제도를 EU 회원국에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전 권고 사항들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으며, 여러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그러한 고위험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스페인은 지난해 여름 화웨이와 1,200만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여 법 집행 기관과 정보기관이 기록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를 공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 EU가 통과시킨 사이버보안법에는 이렇게 개별국가들이 EU의 결정을 위반해서는 안된다는 강제조항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FT는 “이는 브뤼셀이 유럽의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참여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따른 것”이라면서 “정확한 퇴출 일정은 해당 공급업체가 유럽연합(EU)과 특정 산업 분야에 미치는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제안된 퇴출 일정에는 비용과 대체 공급업체 확보 가능성도 고려될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EU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제조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EU가 중국과 미국 공급업체 모두에 대한 의존도를 동시에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검토해 퇴출 일정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사이버보안법과 관련한 중국제품 퇴출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힘을 싣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디지털 주권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의 기술 독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도이체벨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유럽이 더 이상 외부 기술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비용과 현실성의 벽 넘는 것이 EU의 과제]


그러나 EU의 사이버 보안법이 본격 시행되기 위해서는 EU 스스로가 넘어야할 벽도 있다. 최우선되는 문제는 비용과 현실성이다. 우선 중국산 장비 대안으로 꼽히는 핀란드산 노키아나 스웨덴 에릭슨 제품은 가격이 훨씬 비싸다. 그러나 재정난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 정부와 통신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한다.


실제로 화웨이는 그동안 경쟁사 대비 20~40% 낮은 가격을 앞세워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해 왔다. 이에 대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중국산 장비를 EU가 배제할 경우 유럽의 5G 구축 비용이 약 550억 유로(약 94조 원) 늘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태양광 산업계 반발이 거세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 시장의 주요 공급자인 화웨이를 배제하게 되면, 당장 EU내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국, EU 강제조치 무력화 나서]


중국은 이번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부 국가가 중국 통신 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자국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할 뿐”이라며 “시장 원칙과 공정한 경쟁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EU 집행위가 결정한 사이버보안법이 본격 시행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해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를 시행하려면 먼저 유럽 의회와 회원국 간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친중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 법의 시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이체벨레(DW)는 “EU가 중국 압박을 견디며 실제 이행 가능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배터리 업체들도 탈중국 대열 합류]


이러한 EU의 탈중국 흐름과 함께 중국 공장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18일, “미국 배터리 회사들이 드론과 첨단 전기 항공기의 국내 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규제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공급망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SES AI와 앰프리우스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2027년 10월부터 국방부가 중국산 배터리를 구매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한국 내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내 한국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들마저 탈중국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한국산업경제연구원 베이징지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중국 내 한국기업 사업환경 2026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32.4%가 향후 5년 내에 중국에서 철수, 이전 또는 사업 규모 축소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 관점에서 보면,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업체들은 주로 디스플레이 패널, 휴대폰, 가전제품 업계와 도매업체, 소매업체, 유통업체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중장비 및 조선업계는 향후 5년간 사업 발전 전망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최근 이재명 정부들어 한중관계가 호전되면서 상당수의 한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왔지만, 기업들의 중국 시장 재진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무리 한중 정상이 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다고 해서 그런 외교적 메시지가 실제 시장에서 또다른 정치·외교 변수가 언제든 돌출될 수 있고, 특히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정치적 갈등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나 불이익을 받았던 국가들의 경우, 제재가 공식적으로 해제된 이후에도 점유율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뀐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이와 관련해 호주 공영 ABC방송은 지난 12일, “호주 와인은 중국시장에 재진입하고 나서 아직도 이전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중국은 2020년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자 호주산 와인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사실상 수입을 전면 차단했다. 이후 중국은 2024년 해당 조치를 철회했지만 제재 기간 다른 국가 와인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빠르게 대체재로 자리 잡으며 호주 와인은 설 자리를 잃었다.


필리핀의 대중국 바나나 수출도 2012년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이후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정부가 필리핀산 바나나에 대해 검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며 사실상의 무역 제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016년 이 제재가 공식적으로 해제됐지만, 필리핀산 바나나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과거에는 중국 시장의 2/3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턱도 없는 수준으로 다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한중관계의 해빙 무드만 믿고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려다간 곤혹스러운 일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 시장으로의 진입이 아닌 탈중국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TAG

사회

국방/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