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 대만과 무역합의 발표…“관세 15%, 2500억달러 투자”]
미국과 대만간에 관세협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대만은 누진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15% 관세율을 적용받는 한편, 반도체 및 반도체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법 232조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됐는데, 이에 대해 중국측에서는 “미국이 대만에 단순한 관세 협정 이상의 것을 제공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극심한 불안에 빠졌다. 혹시 이번 관세협상이 미국과 대만의 공식 수교로 가는 관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화교신문인 연합조보(聯合早報)는 19일, “대만의 정리쥔(郑丽君) 행정원 부원장은 19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오면서, 대만과 미국 간의 상호 무역 협정이 몇 주 안에 체결될 것이며, 이로써 관세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정리쥔 부원장은 지난주 미국-대만 관세 협상 최종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며, 미국-대만 관세 협상은 지난 15일 최종 회담과 투자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로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연합조보는 이어 “정리쥔 부원장은 이번 공급망 협력 협의를 통해 국제 사회가 대만의 강점과 가치를 더욱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 기반을 강화하며 기업들이 유리한 국제적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대만이 세계 무대에서 자신감 있고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조보는 “향후 협상단은 라이칭더 총통과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만의 이익, 산업 이익, 대만 국민의 건강, 식량 안보라는 네 가지 핵심 목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또한, 행정원은 오는 20일 화요일 오전 9시에 공식 브리핑을 열어 협상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이번 미국과 협상을 한 팀들의 귀국을 환영하는 행사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연합조보는 이에 대해 “이번 정리쥔 부원장의 귀국에는 총리가 직접 공항으로 나가 최고위급 방식으로 영접했는데, 이는 관례를 깬 것으로 대만 정부가 이번 대미 협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그만큼 이번 미국-대만 관세협상에 대만 당국이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사실상 미국과 대만 사이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대만 언론인 판치밍(樊启明)은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리쥔 부원장의 귀국 영접 행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을 자화자찬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대대적인 국내 선전을 펼치려는 ‘개선 행보’를 조직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 반도체·기술 기업들이 미국에 신규 직접 투자한다”면서 “규모는 2500억달러(약 368조원) 수준으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생산·혁신 역량을 구축·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인 TSMC 등이 꼽힌다.
미국은 또한 대만 투자에 상응해 대만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각각 3500억달러(약 515조원), 5500억달러(약 810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일본과 같은 세율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 내 세계적 수준의 산업단지를 조성해 차세대 기술, 첨단 제조, 혁신의 글로벌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면서 “대만은 미국 기업들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기술 협력을 심화하며 핵심·신흥 시장에서의 미국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연합신문은 “대만 상공회의소는 이번 합의를 두고 일본, 한국, 유럽연합(EU)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 기회를 갖게 되며 수자원·공작기계 같은 전통 산업과 생계 관련 산업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짚었다.
[미국·대만 무역 합의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국]
그런데 미국이 대만에 대한 상호관세를 낮추고, 대만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내용으로 무역 합의를 체결하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외적인 명분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이 별도로 합의했다는 이유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의 무역 합의와 관련해 “중국은 수교국과 대만 지역이 어떠한 주권적 의미와 공식적 성격을 가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일관되게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3건의 중·미 공동 성명(양국 수교, 대만 관계 등의 내용을 담은 문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만이 미국과 합의를 체결하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대만 관세협상, 정식 외교관계 수립 워밍업일 수도..."]
이와 관련해 경제학자 우자룽(吴嘉隆)은 “미국이 대만에 단순한 관세 협정 이상의 것을 제공하고 있다”며 “네 가지 핵심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자룽(吴嘉隆)은 “이번 미·대만 관세 협정이 단순히 대만의 관세 인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식 외교 관계 수립 전의 워밍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미·대만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단언했다.
우자룽은 이어 “미국과 대만 간의 합의가 단순히 관세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면서 네 가지 중요한 사항을 언급했다.
“첫째, 첨단 기술 및 군수 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이 대만에 투자할 것이라는 점은 미국이 대만을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미국과 대만은 더욱 심도 있는 경제·군사적 유대 관계를 구축할 것이며, 미래에는 '너와 나, 그리고 나와 너'와 같은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미국과 대만의 협력이 기술 공유에 그치지 않고 정보 공유로까지 발전할 것이며, 이는 통신 분야 협력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넷째, 미국 상무장관이 주미 대만 대표를 ‘대만 대사’라고 칭했고, 서명식이 대만국제협력센터(AIT) 본부가 아닌 미국 상무부에서 진행된 것은 모두 대만을 주권국으로 인정한 것이다.”
우자룽(吴嘉隆)은 “중국 외교부가 발끈하며 격분한 것도 당연하다”면서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번 미국과 대만의 관세 협정은 단순히 대만의 관세를 인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심도 있는 기술 협력과 중요한 외교·군사적 함의를 지닌다고 믿는다. 이는 정식 외교 관계 수립 전의 워밍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자룽(吴嘉隆)은 “트럼프는 중국 공산당을 거스르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면서 “그는 대담하고 단호해서 중국 공산당이 자제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자룽(吴嘉隆)은 또한 “트럼프의 성격을 고려할 때 임기 동안 중국 공산당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후임자에게 맡기기보다는 임기 내에 미국과 대만 간의 외교 관계 수립을 완료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만약 그런 의도가 없었다면 대만에 그토록 유리한 관세 협정을 제안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 대륙위원회의 량원제 부주임 겸 대변인은 “대만과 미국간 관세 협상 결과는 양자 상호 협정으로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무역 교류와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그러니 중국은 신경끄라고 점잖게 충고한 것이다.
사실 우자룽(吴嘉隆)의 해석이 일부 과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번 미국-대만간 무역협정에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미국에 직접 반격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만만한 대만을 향해 왈왈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우자룽(吴嘉隆)의 해석대로 흘러갈지 두고 볼 일이나 어쩐지 그럴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게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