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태국서 中일대일로 고속철 공사, 크레인 붕괴로 대형 사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또 제발등을 찍었다. 태국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붕괴하며 달리던 열차를 덮쳐 상당수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공사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 차원에서 중국과 태국 합작 기업이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사고로 말미암아 중국의 건설 수준은 더욱 최악의 평판을 받게 되었고, 시진핑 주석의 제일가는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사고뭉치라는 별명을 안게 되었다.

CNN은 15일, “태국 북동부에서 건설용 크레인이 운행 중이던 열차 위로 떨어져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면서 “4일 오전 9시 10분경, 방콕에서 태국 우본랏차타니주로 향하던 열차가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사용되던 대형 크레인과 충돌하면서 발생했는데, 열차는 방콕에서 출발해 운행 약 3시간 만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사고 장소에선 기존 철로 위에 고속열차가 다니는 고가철로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크레인이 고가철로에 들어가는 콘크리트 보를 들어 올리다가 무너지면서 사고가 났다.
CNN은 “붕괴된 크레인은 태국 수도 방콕과 라오스와 접경한 북동부 농카이 주를 연결하는 태국-중국 합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 중이던 고가 고속철도 구간에 사용되고 있었다”면서 “이 프로젝트는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려는 계획과 연관되어 있다”고 짚었다.
CNN은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1790억 바트(57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2027년 개통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발생한 철도 구간의 건설을 태국 회사가 맡고 있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30대 후반 한국인 A씨와 그의 태국인 아내도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국과 태국을 자주 오가면서 장기간 아내와 교제해오다 최근 태국에 입국,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이었던 중국-태국 철도 사업]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중국-태국 철도가 중국과 태국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이 철도는 방콕과 라오스의 농카이를 연결하고, 중국-라오스 철도와 연계하여 중국 쿤밍과 방콕을 연결하는 범아시아 철도의 중심 회랑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의 첫 번째 단계인 방콕-나콘랏차시마 구간은 이미 착공되었으며 2028년 완공 예정이었다.
태국 매체 더네이션은 이와 관련해 “공사 작업은 태국 대형 건설회사 ‘이탈리안-태국 개발’(ITD)과 중국 거대 국영기업 중국철로총공사(CREC)가 합작해 만든 ITD-CREC이 맡고 있었다”고 짚었다.
[연달아 대형참사 낸 태국 열차사고 시공사에 '국민적 분노']
주목할 것은 태국 고속철도 공사장 열차 참사로 32명이 숨진 가운데 해당 공사업체가 지난해 30층 빌딩 붕괴로 96명의 사망을 초래한 태국 건설회사로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관련 업체가 맡은 다른 공사장에서 참사 하루 만인 15일(현지시간) 비슷한 크레인 붕괴 사고가 재차 발생, 2명이 숨졌는데, 이들 기업은 지난 2024년 8월에도 이번 사고 장소와 같은 주인 나콘라차시마 주에서 벌이던 고속철도 현장에서도 터널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진 바 있었다. 이렇게 이들 회사들이 맡은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자 이 기업에 대한 태국 정부 반응과 국민 여론이 험악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피팟 랏차낏쁘라깐 교통부 장관은 태국국영철도(SRT)에 열차 사고가 일어난 태국 중부 나콘라차시마주 고속철 공사의 시공사인 태국 대형 건설회사 '이탈리안-태국 개발'(ITD)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책임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면서 “문제의 공사 시공은 ITD가, 설계·건설 감독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국가철도그룹(CR) 계열사가 각각 맡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ITD가 지난해 3월 28일 미얀마 강진 당시 방콕에서 무너져 건설 노동자 등 96명의 사망을 초래한 30층 높이 감사원 신청사 건물의 공사도 담당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ITD에 분노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면서 “당시 지진 진앙에서 1천㎞ 이상 떨어진 방콕 시내에서 붕괴한 건물이 이 빌딩뿐이었던 데다가 중국 기업의 저질 강철 등 부실 자재가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바 있다”고 짚었다.
AP통신은 “또 미얀마 강진 약 2주 전인 지난해 3월 15일에도 방콕 남서부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건설 중이던 콘크리트 들보가 무너져 최소 5명이 숨졌는데 이 공사도 ITD가 맡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9시께 방콕 인근 사뭇사콘주에서 ITD가 공사 중인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또 크레인이 붕괴, 민간인 차량 2대를 덮쳐 2명이 숨졌다고 현지 경찰 당국이 밝혔다.
[부실공사 수출한 中 일대일로, 케냐·세르비아·방콕서 와르르]
이렇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대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개발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일대일로를 통해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사업들이 많은 국가들을 빚더미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부실 공사로 인해 해당 국가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지난해 8월 27일, “중국수력건설공사(Sinohydro)가 에콰도르에 건설한 코카코도싱클레어(Coca Codo Sinclair) 수력 발전소가 심각한 구조적 결함으로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면서 “수년간의 소송 끝에 중국수력건설공사는 최근 에콰도르 정부에 4억 달러(약 5585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배상금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코카코도 싱클레어 수력 발전소는 개소 이후 부지 선정, 시공 품질, 부패, 미상환 대출 등 여러 논란에 휩싸여 왔다. 조사 결과, 배전반에 8,000개의 균열이 있는 등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어 발전 안전과 효율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수리 후에도 일부 설비에서는 누수가 계속되었다. 한마디로 수력 발전소 공사 자체가 온통 부실덩어리로 판명난 것인데, 조사 결과, 중국전력기술공사는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수년간 은폐하고, 결함의 존재를 알면서도 발전소를 인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시보는 “코카코도 싱클레어 수력 발전소는 구조적 문제 외에도 지역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원래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발전소가 15년밖에 수명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서, 이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아마존 생태계에 장기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중국계 캐나다인 언론인이자 시사 평론가인 성쉐(盛雪)는 “에콰도르가 중국 기업에 4억 달러의 배상금을 청구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위기에 처했음을 시사한다”면서 “과거에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이 부실 프로젝트를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질적인 배상 조치에 나서지 않았지만, 에콰도르가 이번에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음으로써 다른 국가들의 잇단 배상 청구를 부추길 전례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부실공사 수출에 부실채권까지 급증하면서 중국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중국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인프라를 짓거나 자본을 투자해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해 온 시진핑 주석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지난 2013년 시작해 올해로 13년을 맞는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중앙아시아~유럽)와 해상 실크로드(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남미)를 건설해 해당 국가들과 중국과의 경제 공동체 구성을 표방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는데, 사실 그 속내는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초석으로 시작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이기에 이를 위해 중국은 그동안 약 1조 달러 넘게 쏟아 부었던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세계 각국에 무려 1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사업 부실로 투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지면서 해당국가는 물론이고 중국마저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는 것이다.
일대일로의 부실시공은 태국 뿐 아니다. 작년 11월에는 세르비아 기차역에서 콘크리트로 된 야외지붕이 붕괴해 16명이 사망했고, 2017년에는 케냐에서 시공 중이던 다리가 무너져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러다보니 일대일로가 부실시공 수출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진핑의 일대일로는 사실상 중국을 골병들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대일로라는 달콤한 사탕으로 빈곤국가들을 더욱 병들게 만들었으며, 또한 부실공사까지 수출하면서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최악의 프로젝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놓고도 시진핑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미래라고 말한다. 참으로 기가 차지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