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란의 망명 왕세자 비밀리에 만난 트럼프 특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이란의 전 왕세자로 미국에 망명 중인 레자 팔라비와 비밀회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란에 대해 공습보다 더 치명적인 작전인 해상에서의 원유 수출 차단 작전도 이미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란 정부는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전개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지난 14일, “백악관 특사 위트코프가 지난 주말 망명 중인 레자 팔라비 전 왕세자와 비밀 회동해 이란 내 격렬한 시위 사태를 논의했다”며 “이는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이란 반정부 세력과 트럼프 행정부 간 첫 고위급 회동”이라고 보도했다.
팔라비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당시 축출된 국왕의 아들로 미국에서 반정부 세력을 이끌고 있다. 이슬람 신정 정권이 붕괴할 경우 팔라비는 이란을 이끌 과도기적 지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는 지난 2주간 미국 언론에 등장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사태 개입을 촉구해왔다.
팔라비는 전날 CBS 인터뷰에서도 “이란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악시오스는 이어 “백악관 특사와 팔라비의 만남은 이란 내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진 이후 이란 반정부 세력과 트럼프 행정부간 첫 고위급 회담”이라면서 “팔라비는 정권이 무너질 경우 '과도기' 지도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흥미로운 점은 시위가 시작될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팔라비를 중요한 정치적 인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지난주 ‘휴 휴잇 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한 고위 미국 관리는 시위 도중 시위대가 팔라비의 이름을 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 행정부가 놀랐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한 미국 관리는 이란에서 팔라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많은 도시에서 시위대가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카네기 재단의 선임 분석가인 카림 사자드푸르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팔라비는 정권의 이슬람 극단주의와는 대조적으로 시위대 사이에서 민족주의적 정서를 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서 “이 시위대 대부분은 1979년 혁명 이후에 태어났으며,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자유로웠으며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누렸던,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많은 이란인들에게 레자 팔라비는 그러한 애국심과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 하는 미래지향적인 향수를 가장 잘 구현하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즈 짐트는 “팔라비의 이름이 시위에서 상당히 자주 언급되었지만, 이것이 이란 사회 내에서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를 나타내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팔라비의 지도력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져 있지 않더라도, 많은 이란인들이 ‘현재 상황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적어도 일시적으로 그를 지도자로 받아들일 의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이와 관련해 “수치로 살펴보면, 네덜란드 여론 조사기관 아마르 말레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특히 2025년 11월 조사에서 이란 국민의 약 3분의 1이 팔라비를 지지했고, 또 다른 3분의 1은 그를 강력히 반대했다”면서 “이는 역대 이란 야당 인사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이라고 밝혔다.
[공습보다 더 치명적 작전 개시한 미국]
한편,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진정으로 치명적인 작전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바로 해상에서의 이란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사실 이란 정권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이란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인데, 이란의 원유 수출이 막히게 되면 이란 정권은 보조금을 유지하고, 급여를 지급하고, 안보 병력을 유지하며, 지역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의회 전문지 더힐(The Hill)은 “최근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실은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나포한 사건은 단순한 법 집행 조치가 아니라, 미국이 제재 대상을 페르시아만에서 해상으로 옮기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이제 선박 나포는 페르시아만에 국한되지 않고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으로 확대되었는데, 이는 이란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의존해 왔으면서도 감시가 가장 소홀했던 해상 수송로”라고 짚었다.
더힐은 이어 “이란의 원유 수출 차단이 직접적인 군사적 공습보다 더 냉혹하다”면서 “순교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도 않고, 전쟁의 구실을 제공하지도 않으며, 의회의 승인도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국가의 재정 자원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켜 서서히 피 흘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힐은 “만약 이러한 원유 수출 차단이 이어진다면 이란은 수입 감소 → 보조금 삭감 → 사회적 압력 증가 → 탄압 비용 급증이라는 악순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힐은 이어 “이란은 보복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갖고 있지만, 모든 조치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면서 “호위를 위해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우발적인 충돌을 초래할 수 있고, 대리 행동은 체계적인 보복 조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정면으로 대규모 전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위험한 전장은 하늘이 아니라 조용한 해상 수송로”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차단 정책은 ‘이란의 생명줄 차단’이자 경제 전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과거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벌였던 기술 전쟁 및 공급망 재편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데,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상대방의 가장 취약하고 의존적인 시스템적 동맥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란의 생명줄은 석유 수입이고, 중국의 생명줄은 대외 무역 달러 순환과 첨단 기술 병목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의 원유수출 차단 정책은 미국의 진정한 전략, 즉 위협이 아니라 매일 상대를 약화시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군사적 공습은 건물을 파괴하지만, 경제 전쟁은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란을 향한 경제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란의 군사력, 정권과 결별할 가능성이 있다]
사태가 이렇게 이란 정권 붕괴 가능성이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정권의 보안군이 지금까지는 여전히 구타, 체포, 때로는 살인까지 자행하지만,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정권과 결별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힐은 “무력으로 통치하는 권위주의 정권은 총을 든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기로 결정할 때 무너진다”면서 “대중은 용기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결정적인 지렛대는 보안 기관 내부에 있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더힐은 이어 “이란의 운명은 궁극적으로 얼마나 많은 보안 요원들이 현상 유지가 국가와 자신 모두에게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포기하는지에 달려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다소 무모하게 발언한 것조차 시위대를 겨냥한 수사라기보다는 이란 군 관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힐은 “이란은 하나의 강압적인 기관이 아니라 두 개의 기관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면서 “하나는 정권의 이념적 핵심이자 경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혁명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이슬람 혁명 수비대이고, 다른 하나는 이슬람 공화국보다 역사가 오래된 국군(아르테쉬; 정규군)으로, 성직자 이념보다는 국가 방위라는 전통적인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더힐은 “수십 년 동안 아르테쉬는 정치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경비대는 내부 탄압을 담당하는 체제가 유지되어 왔다”면서 “이러한 합의가 지속되는 한, 시위 운동은 벽에 부딪혀 좌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르테쉬의 일부 세력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보안군은 비무장 민간인들을 상대해 왔는데, 만약 국가군 일부가 반대 의견을 진압하는 데, 더 나아가 반대파 편에 서는 데 거부감을 드러낸다면, 정권은 단순한 군중이 아닌 무장 세력과 맞서게 되고 존립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힐은 “범죄를 저지른 통치자를 축출하려는 군부는 권력을 놓아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란의 경우, 이는 혁명수비대와의 혼란스러운 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더힐은 “하지만 그런 충격은 이슬람 공화국이 의존하는 영속성의 아우라를 무너뜨릴 것”이라면서 “이는 아마도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문명을 가진 이란 국민들이 거의 반세기 동안 지속된 악몽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인터넷을 두고 ‘전자전’도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측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이란 시위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내 스타링크 수신기를 보유한 사람들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입비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앞서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고립시키고 시위 영상의 해외 송출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이란인들은 스타링크 서비스를 통해 확대되는 시위와 정권의 탄압 영상을 세계에 공유하고 있다”며 “정부는 해당 서비스를 방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으며 이용자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미안 그룹’의 아미르 라시디 국장은 WSJ에 “이건 전자전”이라며 시위가 벌어지는 테헤란 일부 지역과 저녁 시간대에 인터넷 차단이 가장 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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