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세계 패권 전략에서 중국의 영향력 한계 보여준 베네수 사태]
석유부국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체포작전이 중국의 세계 패권전략 및 에너지 전략에 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게 만듦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주석이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또한 남미대륙의 일대일로 거점이었던 베네수엘라 정부가 사실상 전복됨으로 인해 에너지 및 통신분야를 비롯해 천문학적인 투자도 회수 불가능이라는 대위기를 맞아 중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미국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급습 작전을 펼치기 몇 시간 전,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국제적 후원국이자 최대 석유 구매국 중 하나인 중국의 고위 특사를 접견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만남은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베이징의 깊은 지정학적, 경제적 이해관계와, 중국의 이익에 적대적인 친미 정부가 카라카스에서 집권할 경우 중국이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를 부각시켰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베네수엘라를 넘어 미국이 쿠바 장악을 위해 추진하는 움직임은 쿠바 및 기타 중남미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FT는 “마두로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가 1999년 집권한 이후 굳건한 이념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과 베네수엘라는 2023년 양국 관계를 ‘전천후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시켰다”면서 “베네수엘라는 중국이 이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영향력 확대를 위해 내놓은 교두보였는데, 워싱턴은 전통적으로 중남미를 자국의 앞마당으로 여겨왔지만, 브라질의 대두부터 칠레의 구리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천연자원은 중국의 막대한 투자를 끌어들였다”고 짚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최대 중점 외교국가 6국중 하나일 정도로 비중이 컸다. 중국 입장에서는 그렇게도 중요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손아귀에 잡히게 되면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남미 장악을 통한 ‘레드 웨이브’ 전략은 당장 중단 위기에 빠지게 되며 ,이로인해 남미의 자원 확보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은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에너지 전략에도 치명타 안겨준 마두로 체포작전]
이에 대해 닛케이아시아도 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단행한 전격적인 작전은 지난 10년간 경제적 관여를 심화해 온 중국의 전략적 계산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었던 이란마저 정권교체나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면 당장 석유 공급에 엄청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체 수입원으로 가상하고 있었던 베네수엘라마저 미국에게 넘어가게 되면서 중국은 곧바로 에너지 수급 전략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중동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웜서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베이징이 직면한 복합적 위기”라면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모두 잃게 된다면 이는 중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두 석유 모두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중국이 엄청난 경제적 이점을 누리고 있었는데, 그러한 모든 강점이 완전히 소멸된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정부 관계 담당 수석 이사인 코너 파이퍼도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한하기 전에는 마두로 정권이 제재로 인한 할인 가격으로 중국 석유 수입량의 거의 10%를 공급했다”면서 “이란의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 이란의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 여파는 중국 석유 수입량의 거의 3분의 1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두로 체포 후폭풍.. 中, 에너지·통신 등 베네수 투자 속앓이]
중국이 이번 사태로 인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안은 또 있다. 우선적으로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던 엄청난 재정투자를 과연 회수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FT는 “2000년 이후 베네수엘라에 제공된 중국의 총 대출액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면서 “대출금의 일부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을 통해 상환되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대출금이 최소 100억 달러(약 15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남미 국가들에 대한 향후 재정 지원에 의문을 제기하며, 베이징의 지역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는 에너지 프로젝트”라고 짚었다.
SCMP는 또한 “중국의 거대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전역의 통신 사업자들에게 주요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는데, 이 사업을 추진중인 화웨이와 ZTE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CMP는 “중국이 그동안 투자해왔던 통신 분야는 곧바로 베네수엘라의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친미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제공한 핵심 통신 장비의 해체 또는 사용 금지를 명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SCMP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사건들은 중국의 중남미 진출 야망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중남미는 역사적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원이자 베이징의 세계적 영향력을 시험하는 전략적 무대 역할을 해온 중요한 신흥 시장이었는데, 미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중남미 정부들이 줄줄이 중국의 전략적 투자에 대해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두로 체포 사태가 중남미 전역에 ‘중국 퇴출’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치명타다. 동시에 브릭스(BRICS)를 활용한 중남미 외교 자체가 완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군사력 실체를 보여준 베네수 사태, 중국은 당혹감]
이뿐 아니다. 중국 공산당에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오랫동안 남미에서 가장 장비가 잘 갖춰져 있고 '중국식' 훈련을 가장 잘 받은 군대로 여겨져 왔던 베네수엘라 국군(FANB)이 이번 미군의 마두로 체포작전에 아무런 도움도, 어떠한 역할도 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주에서 수중까지 전방위적인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군사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급속한 붕괴는 마두로 정권의 실패일 뿐만 아니라 최대 군사 지원국인 중국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중국이 겉보기에는 인상적인 방어 능력과 고강도 현대전을 승리로 이끌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군의 전투 능력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작전 개시 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가 매우 높은 수준의 접근 차단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해 왔다. 이는 지난 10년간 베이징이 베네수엘라에 완벽한 군사 솔루션을 수출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대만 현지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군사 솔루션에는 CCTV 및 항법 시스템이 포함된다. 베네수엘라군은 중국의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에 완전히 통합되어 엘솜브레로에 중국이 건설한 위성 지상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론적으로 미국의 GPS와는 별개로 정밀 타격 및 통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제공권 장악 및 타격 능력 측면에서 베네수엘라는 중국산 레이더 시스템(JYL-1 3차원 레이더 및 첨단 지휘통제 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어 남미 최강의 방공망인 베이징 이지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지상 및 특수작전 능력과 관련해서는 최근 몇 년간 다수의 베네수엘라 중상급 군 관계자들이 중국에서 훈련을 받았다. 사이버 보안 및 정보 측면에서는 ZTE 기술을 통해 구축된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과 ‘홈랜드 카드’ 데이터베이스가 사회 동향을 파악하고 사이버 침투를 방어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베네수엘라의 중국 방공 및 방어 시스템이 미군의 작전에 아무런 경보도 울리지 못했고 더더욱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되었음에도 이를 전혀 막지 못했다. 이는 중국산 무기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에 대해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중동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웜서 교수는 이어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베네수엘라 방공 체계의 핵심 요소인 중국산 레이더 시스템이 결국 미군을 탐지하거나 요격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중국에게 당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 전개 당시 베네수엘라의 방공망은 완전 마비되었는데,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당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짚었다.
웜서 교수는 그러면서 “이란도 그랬지만 베네수엘라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지만 모두가 허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방공망을 포함한 중국과 러시아 무기 체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중국은 지난해 9월 3일의 최대 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통해 엄청난 군사력을 과시했지만 실제 전투 현장에서 그 모든 것들이 ‘체계적인 전투능력’과는 전혀 별개라는 사실만 확실하게 입증시켜 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진핑의 대만 정복 전쟁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표만 낳게 했다. 이렇게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본 나라는 사실 중국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것이 중국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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