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일본에 대해 민족주의적 공세, 결국 누그러뜨린 중국]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국의 대만 침공시 참전 발언’으로 인해 극한 갈등으로 치닫던 일본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결국 수습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민족주의적 선동이 사실 실패로 끝났다.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에 대한 압박을 해 보지만 별 성과도 나오지 않으면서 중국 당국이 스스로 별다른 일본의 사과가 없는데도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중국의 외교전략 대실패요, 시진핑 주석의 체면까지 깎아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십여 년 전만 해도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만으로도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거나 최소한 애국심에 기반한 소매 불매운동이 벌어지곤 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벌어진 갈등 국면에서는 베이징이 레드라인 중 가장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를 두고 대립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민족주의적 불길이 부추겨지지 않았고 일본 소유 재산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그래서 중국의 대응은 외교적, 경제적 압박에 집중되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관찰자들은 이러한 전술 변화의 상당 부분이 한 가지 큰 요인, 즉 경제적인 이유로 귀결된다고 말한다”면서 “베이징은 일본 대사를 소환하고, 유엔에 문제를 제기하고, 일본산 해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재개하고, 안전을 이유로 중국 국민에게 여행 경고를 발령하고, 항공편과 문화 행사를 취소하고,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주변 해경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짚었다.
SCMP는 “12월 초 중국 전투기가 일본 항공기를 레이더로 포착했다는 보도 등 군사적 사건들이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이전의 충돌 사태에서 나타났던 대규모 거리 시위, 일본 기업에 대한 기물 파손,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중국 고위 경제 부처의 한 관리는 베이징의 현재 조치는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수사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이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에 중국이 이번 외교적 갈등을 경제 분야로 확대하거나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국 경제에 걸린 이해관계는 매우 크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의 세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중국은 일본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지금 중국 경제는 반일선동을 벌였던 2012년과는 달리 베이징은 현재 첨단 기술과 혁신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결코 경제적인 역풍을 받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일중간 갈등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 책임자인 류진송은 11월 말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일본 제조업체를 방문해 안심시키고 중국 내 사업 지속을 촉구했다”면서 “베이징은 외부 마찰에 대처하는 데 더욱 신중해졌으며, 민족주의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어 “과거 위기 상황에서 당국은 때때로 거리 시위를 용인하거나 이를 통해 해외에 압력을 행사했지만, 오늘날 지도부는 민족주의적 정서의 과도한 동원이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여론을 결집하고 힘을 과시할 수 있지만, 국내 불만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다시 말해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 선동을 위해 대중집회를 허용하다가 자칫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옮겨가면서 국가 체제를 흔들 수도 있는 위험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사실상 과거와는 달리 민족주의적 선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반일선동이 전혀 먹히지 않는 세대에 중국 당혹]
이에 대해 SCMP는 “불만이 통제 불능 상태로 확산될 경우 내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 당국이 잘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지금까지 베이징은 도쿄와 주로 설전을 벌이는 데 집중해 왔는데, 그래서 국영 언론은 거의 매일 논평을 게재하여 다카이치의 발언을 맹렬히 비난하고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고 짚었다.
워싱턴 소재 중국-미국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소우라브 굽타는 “베이징이 관광과 해산물 수입 분야에서 일본을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동시에 수사적으로도 강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중국에 있는 일본 기업들을 안심시킴으로 중국 경제가 역풍을 맞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고 짚었다.
SCMP는 “다카이치의 발언 이전에는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면서 “이는 시위가 발생하기 1년 이상 전부터 중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던 2012년 상황과는 대조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굽타 연구원은 “이번에 베이징이 강경하게 대응한 것은 일본 뿐만 아니라 대만이 무력 충돌을 일으킬 경우 미국의 작전을 군사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받을 다른 국가들에게도 경고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굽타 연구원은 “그럼에도 중국은 민족주의를 활용하는 대중 동원은 하지 않으면서 외교적 강경발언만 내쏟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 이외의 국가, 곧 한국이나 필리핀 등이 대만 유사시 전쟁 참여 등의 생각을 아예 갖지 못하도록 경고하려 했다”고 풀이했다.
SCMP는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시각은 복잡하고 모순적”이라면서 “깊은 반감은 역사적 갈등, 특히 청일전쟁 당시 일본 제국의 침략에서 비롯되며, 동시에 중국인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일본 문화와 상품을 열렬히 소비해 왔다”고 짚었다.
SCMP는 “최근 들어 중국의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며 이전 세대처럼 열정적으로 민족주의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면서 “사회, 정치, 경제적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중국 대중은 더욱 세련되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런 중국 젊은이들의 성향은 일본 관광 추세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들은 일본 방문을 지속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외교적 갈등 이후 방문객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항공편을 결항시킨데서 기인한다. 일본관광공사에 따르면 11월에 일본을 방문한 중국 본토 관광객은 56만 2,6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12월 31일, “긴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춘절 연휴 일본 호텔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개별 여행객 증가에 힘입어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니까 최근 들어 중국인의 일본 여행자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소위 단체 관광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돈을 많이 소비하는 개인 관광객들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는 중국 당국의 대 일본 압박이 사실상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당국의 대만 점령 무력 시위마저 별 효과없었다!]
그런데 중국이 결국 대 일본 압박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년말 3일간 실시했던 대만 포위훈련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의견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베이징의 ‘정의의 임무 2025 군사 훈련’은 실제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 외부 위험 증가라는 이중고에 빠져 지역 외교의 전략적 실패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결국 이번 훈련은 미국과 대만 간의 실질적인 군사 협력 발전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1열도선 방어 체계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대만의 안보가 방어 능력뿐 아니라 전투 능력에도 달려 있다는 믿음을 강화시켰다. 다시 말해 무력시위는 베이징에 아무런 이득도 가져다주지 못했고, 오히려 고립과 더욱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1일, 베이징에 “자제력을 발휘하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중단하며 의미 있는 대화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대만 위협 훈련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 위협 강도가 날로 높아지는 현실을 인식한 미국은 일본에 대한 전투력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 또한 중국 본토를 겨냥한 HF-2E 지상 공격 순항 미사일 시스템을 타이둥에 배치했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 의한 이러한 대만 위협 훈련이 오히려 미국의 대만 보호를 위한 무기지원 강화와 일본 등 지역에 미군의 전투력 강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일본 압박과 대만 위협 훈련 등의 강경한 태도는 결국 중국의 자충수였으며 오히려 대만과 일본을 도와주는 꼴이 되었다. 동시에 중국의 외교력 낭비는 물론이고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대 일본 압박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게 다 무능한 시진핑 외교가 불러온 자충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