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맘다니, 120년 된 옛 지하철역서 비공개 취임식]
미국 최대도시(인구 약 850만)이자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시에 성경이 아닌 쿠란에 손을 얹고 선서한 첫 뉴욕시장이 등장했다. 바로 첫 무슬림 시장이며,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로, 작년 11월 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취임한 것이다. 맘다니 시장은 이날 0시1분(한국시간 1일 오후 2시1분)을 기해 에릭 애덤스 전 시장으로부터 직을 넘겨 받아 4년 임기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 활용 능력, 그리고 저렴한 물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앞세워 정치적 스타덤에 오른 좌파 성향의 포퓰리스트 조란 맘다니가 1일 새벽,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맞이 볼 드롭 행사가 끝난 직후 뉴욕 시장으로 공식 취임했다”면서 “시청 인근의 버려진 지하철역 지하에서 열린 이 행사는 뉴욕 시민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사람들이 그가 뉴욕시 최초의 무슬림이자 최초의 남아시아계 시장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상징하는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뉴욕시장 취임식에서 쿠란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경책 위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다수의 미국 공직자 취임식과 다른 풍경이었다. 비(非) 백인 이민자인 맘다니의 뉴욕시장 취임과, 취임식에서의 쿠란 사용은 백인과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최대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의 미국에서 '특별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YT는 “자정 카운트다운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외침이 있은 후, 맘다니는 아내가 들고 있는 두 권의 코란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들어 취임 선서를 낭독했다”면서 “취임 선서식은 단 10분 만에 끝났는데, 분위기는 차분했고, 참석자는 맘다니와 아내 두와지의 부모님을 포함해 약 20명 정도로 소규모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1904년 뉴욕의 초기 지하철역 28개 중 하나인 구시청역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이 역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위대한 건축물을 건설하고자 했던 도시의 용기를 보여주는 물리적인 기념비였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인 시내버스 무료화, 취학 전 아동 무상교육, 임대료 동결 등 자신이 '민주사회주의자'로서 지지층에 호소한 공약과 맞닿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그는 시 교통국장으로 마이크 플린을 임명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취임 선서를 한 지하철역에 대해 ‘우리 도시의 활력, 건강함, 유산에서 대중교통이 갖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뉴욕시장 취임식은 시청 앞에서 열렸지만, 그는 폐역사에서 먼저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자신의 지지 기반인 노동자·빈민 계층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맘다니 시장은 이어 오후 1시 뉴욕시청 앞에서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NYT는 “자정에 열린 취임 선서에 이어 취임식 정식 행사는 1일 1시 시청 계단에서 열렸으며, 이 행사에는 맘다니 시장에 가장 영향력 있는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취임 선서를 주관했으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이 개회사를 했다”고 밝혔다.
만 34세로 역대 최연소 뉴욕시장인 맘다니는 민족·종교적으로 인도계 무슬림이며, 정치적으로는 확고한 진보 성향이다. 그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다가 7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과 대척되는 상징성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출신 지역인 뉴욕시를 이끌게 된 맘다니 시장을 선거 기간 내내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으나, 맘다니 시장이 당선되고 난 뒤인 작년 11월 21일 그와 백악관에서 만나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재정·올버니·폭설, 맘다니 앞에 쌓인 시험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어려운 직업’으로 불리는 뉴욕시장은 800만 명이 넘는 다인종 인구가 모여 사는 미국 최대 도시를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과연 이단아인 맘다니가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시를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맘다니 시장이 미국 정가에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했지만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그의 공약을 구현하는 데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데, 무상 보육은 연간 60억 달러(약 8조7천억원), 무료 버스도 매년 8억 달러(약 1조 1천 560억 원)를 어떻게 채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WSJ은 이어 “여기에 필요한 증세에는 뉴욕 재력가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정치인은 물론 행정가로서 이력이 빈약한 맘다니 시장이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면서 “뉴욕시에서 영향력이 지대한 유대인 세력과, 비판적인 대(對)이스라엘 시각 및 반(反) 시온주의 입장을 가진 맘다니 시장이 상호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도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맘다니는 ‘생활비 부담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임대료 동결, 무상 보육 확대, 무료 버스 도입 등 가계 고정비를 직접 낮추는 정책은 새해 미국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도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를 성과로 만들려 하고, 공화당과 백악관은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도다.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 뉴욕시 재정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신임 시장이 향후 수년 간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재정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1,180억 달러 규모의 시 지출 계획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이어 “맘다니는 기업과 고소득층 증세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뉴욕주 의회와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2026년 재선을 앞둔 호컬 주지사는 소득세 인상에는 선을 긋고 있어, 실제 정책화까지는 상당한 정치적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폴리티코는 “이에 따라 뉴욕 정가에서는 전면 시행보다는 보육 정책 일부를 우선 관철시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망했다.
사실 뉴욕주 의회는 과거에도 뉴욕시장의 정책을 번번이 가로막아 온 ‘최종 관문’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웨스트사이드 경기장 계획은 주의회에서 좌초됐고,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와 빌 드블라지오 전 시장 간 갈등은 백신 확보 등 시정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학교 운영권 역시 시장이 매년 주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전임 시장 에릭 애덤스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로리 웨일런은 “올버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며 “주의회는 그를 시험하듯 다룰 것이고, 그의 공약을 그대로 실현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맘다니의 정치력이 관건, 반대파 설득 잘 할 수 있을까?]
폴리티코는 “뉴욕시장의 재선과 이후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는 불안을 느끼는 반대 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맘다니의 친(親)팔레스타인 성향과 이스라엘 비판 발언은 뉴욕 유대인 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는데, 실제로 그는 ‘자유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고,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짚었다.
폴리티코는 이어 “유대계 지도자들은 뉴욕 역사상 이런 입장을 가진 시장은 처음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맘다니는 최근 ‘시장이 되면 모든 유대인 뉴욕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관련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태도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역시 변수”라면서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워싱턴DC 백악관 회동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향후 이민·치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WSJ은 “뉴욕시는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연방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어, 연방정부와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시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맘다니 지지층 상당수는 ‘반(反)트럼프 전선’ 구축을 기대하고 있어 긴장 수위는 뉴욕 정국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예측 가능한 난관보다 예기치 못한 변수다. 행정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맘다니는 수많은 돌발 변수가 상존하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이끌 역량이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 많다. 이는 그동안 선거 기간 내내 제기되어 왔던 의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 시절 주정부 관료를 지냈던 스티븐 코헨은 “그런 직책을 직접 수행해 보기 전까지는 일상 업무의 규모와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블라지오 전 시장은 취임 초반 예상치 못한 폭설로 곤욕을 치렀고, 두 번째 임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에 직면했으며, 애덤스 전 시장 또한 이민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뉴욕시에 중대한 이슈가 발생하면서 단기간에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맘다니 시장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그가 뉴욕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민주당도 활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민주당에게도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악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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