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CIA, “우크라, 푸틴 자택 공격한 바 없다”]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관저를 표적으로 드론 공격을 가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의 그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마디로 푸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속여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했다가 그 거짓말이 딱 들켜버렸다는 점에서 푸틴의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그의 거주지를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밝히며, 키이우가 푸틴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는 모스크바의 주장에 반박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의한 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는 없었다고 평가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WSJ은 이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의 별장과 같은 지역에 있지만 아주 가까운 곳은 아닌 군사 목표물을 공격하려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 관계자가 밝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 공격 시도 주장을 일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뉴욕 포스트 사설 링크를 공유했다”고 짚었다.
뉴욕포스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푸틴의 '공격' 허풍은 오히려 러시아가 평화를 가로막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9일 우크라이나가 노브고로드주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관저에 장거리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으로 전환했다며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빌미 삼아 종전 협상을 사실상 회피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라프로브는 28일 심야와 29일 새벽에 우크라이나가 노브고로드주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관저를 향해 드론 91대를 발사했지만 러시아군 방공망이 모두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론들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사됐으며, 추락한 드론 파편으로 인한 사상자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무모한 행동들에 대응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31일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푸틴 대통령의 관저 공격에 쓰였다며 드론 잔해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3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의 관저를 고의로 공격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당히 조잡스러운 영상을 공개했다”면서 “이 영상에서 한 지역 주민이 드론을 격추하는 방공 미사일 소리를 생애 처음으로 들었다고 주장하는 모습이 나왔지만, 조사결과 그의 이웃 중 누구도 소리를 듣지 못했으며, 크렘린이 제공한 지도도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측 주장에 부인하며 러시아가 협상 국면에서 상황을 조작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측의 주장을 접한 직후인 29일 “매우 화가 났다”고 밝혔지만, 이틀 뒤인 31일에 러시아 측 주장에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푸틴의 공격 허풍은 러시아가 평화를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제목의 뉴욕포스트 사설 링크를 공유한 것이다.
이에 대해 WSJ은 “이 링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올라왔다”면서 “미국 정보기관은 위성, 레이더, 통신 감청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러시아의 영공, 군사 활동 및 영토 공격을 감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WSJ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서 발생한 일부 암살 및 사보타주 공격에 관여했음을 인정했지만, 푸틴 대통령 관저 공격의 배후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해왔다”면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워싱턴과 키이우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미국이 중재하는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휴전에는 별 관심없는 푸틴, 아직도 전쟁 지속 의지 확고]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의한 푸틴 거주지 공격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약 3시간 동안 회담을 가진 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담을 ‘훌륭했다’고 칭찬했으며, 평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키이우를 방문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렇게 종전협상이 급물살을 타자 러시아측에서 그러한 기류를 방해하기 위해 푸틴 거처 공격설이라는 주장을 돌연 꺼내면서 분위기를 흐리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모스크바는 이번 공격을 이유로 평화 협상에서 이미 강경한 입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위협하며 오데사 항구 지역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WSJ은 “트럼프는 3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 '트루스 소셜'에 러시아를 평화의 장애물로 규정한 언론 보도를 공유했는데, 이는 그가 최근 크렘린궁을 향해 내놓은 가장 날카로운 비판 중 하나였다”면서 “트럼프는 앞서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중단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짚었다.
분명한 것은 푸틴이 지금의 전쟁 종전을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요구하는 대로 돈바스 지역을 거저 바치지 않는 한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태에서 그대로 종전이 된다면 푸틴의 정치 생명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그래도 돈바스 지역이라도 확보하게 된다면 그것을 명분으로 집권을 더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돈바스 장악마저 실패한다면 당장 이번 전쟁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푸틴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푸틴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종전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북부 진격 명령]
이에 따라 푸틴은 백악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북부로 진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31일, “러시아 최고 군사 책임자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장군은 푸틴 대통령이 수미와 하르키우 지역에 완충지대를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모스크바와의 평화 협정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전체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려 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키이우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도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는 기존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은 31일, 군대에 자포리자 지역 수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을 계속 진행하라고 명령했다”면서 “러시아는 자포리자 주변 지역의 75%를 장악하고 있지만, 전쟁 전 인구 70만 명의 중심 도시인 자포리자는 아직 점령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한 군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모스크바군이 도시 외곽에서 불과 9마일(약 14.5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보고했지만, 전선 상황을 감시하는 우크라이나 웹사이트인 딥 스테이트는 러시아군이 거의 20마일(약 32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게라시모프의 발언은 러시아가 모스크바 북쪽 노브고로드 지역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발다이 자택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드론 잔해를 공개한 직후에 나왔다”면서 “푸틴은 전 올림픽 체조 선수인 알리나 카바예바와 두 어린 자녀인 이반과 블라디미르 주니어와 함께 이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짚었다.
한편,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철회했지만, CIA가 키이우를 도와 폭발물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러시아 공장과 모스크바의 전쟁 기계에 필수적인 정유 시설을 공격하도록 한 허가는 철회하지 않았다”면서 “CIA 전문가가 정유 시설에서 사용되는 장비 중 교체가 매우 어려워 해당 장비를 파괴하면 시설이 몇 주 동안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파악한 후, 공습의 효과는 더욱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이 지원한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러시아 경제는 하루 최대 75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또한 CIA는 흑해와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비밀 함대 소속 함정에 대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지원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해당 보고서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더타임스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관계는 지난 8월 백악관 집무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전 미스 우크라이나 출신과 통화하게 해 주면서 호전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한 관계자는 회의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 덕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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