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지미 라이의 삶의 궤적, 홍콩 민주주의의 흥망성쇠를 반영]
중국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는 홍콩에서 민주화 세력의 정치적 기반이 완전히 붕괴되는 일이 연이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때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31년 만에 강제적으로 해산한 데 이어, 반중(反中)에 앞장섰던 홍콩 언론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종신형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는 홍콩 민주주의의 흥망성쇠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16일, “홍콩 넥스트 미디어 그룹의 창립자 지미 라이가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영국 언론은 78세인 라이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고, 그의 삶과 경력이 홍콩의 험난한 민주화 과정 및 쇠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판결이 예상됐던 일”이라고 논평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이와 관련해 “지미라이의 인생 궤적은 홍콩 자체의 역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지미라이는 백수에서 시작해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억만장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12세에 중국을 떠나 홍콩의 의류 공장에서 일했으며, 이후 의류 체인점 지오다노(Giordano)를 포함한 상업 제국을 차근차근 구축했다. 이어 미디어 그룹을 창립하며 '아시아의 머독’(Rupert Murdoch of Asia)이라 불리게 되었다.
'지미 라이 전기'의 저자 마크 클리포드(Mark Clifford)는 책에서 “지미 라이가 2020년 처음 체포됐을 당시 그의 재산이 12억 달러로 추정됐다”고 지적하며, “그는 자신의 권력과 부, 심지어 직접 참여까지 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 홍콩 권력층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시보는 “지미 라이의 수많은 비즈니스 이정표는 중국과 홍콩의 민주화 투쟁이라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면서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이후 그의 정치적 입장은 더욱 선명해졌고, 곧이어 ‘일주간(壹週刊)'을 창간했으며, '빈과일보(蘋果日報, Apple Daily)’ 역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직전에 창간되었다”고 밝혔다.
자유시보는 이어 “이는 여러 측면에서 홍콩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며 “우리는 때로 지미 라이와 그의 미디어 사업이 국제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 기업 비리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고 했고, 가디언지도 “지미라이와 ‘일주간(壹週刊)', 그리고 빈과일보(애플데일리’가 민주주의를 두려움 없이 지지한 덕분에 당국의 눈엣가시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지미 라이는 홍콩에서 지속적인 감시, 괴롭힘, 협박을 받았으며, 그의 자택과 회사는 여러 차례 방화 피해를 입었고 가족들은 파파라치에게 추적당했다”면서 “2008년에는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까지 있었으나 실패로 끝났다”고 짚었다.
이에 지미 라이는 “그들에게 나는 골칫거리다. 그들은 나를 손대지 않고는 못 배기며, 나를 침묵시키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미 라이(리치잉, 黎智英)의 아들 리충엔(黎崇恩)은 해외에서 아버지의 석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두려움을 드러낸 적이 없어 어린 시절 주변의 위협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버지가 옳지만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항상 알고 있었다. … 가난한 집안 출신이 오히려 그의 강점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미 라이는 경호원 고용을 거부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 없으며, 경호원도 '체포'라는 최대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 지미 라이는 경찰에 체포됐고, 홍콩 빈과일보(애플데일리)는 이듬해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친구와 고문들은 지미 라이에게 영국 시민권, 재산, 해외 거처를 활용해 홍콩을 떠나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거부하며 소속 기자들을 지원하고 홍콩을 위해 계속 싸우기 위해 남겠다고 밝혔다. 지미 라이는 주변인들에게 “나에게 모든 것을 준 이 도시(홍콩)를 버리기보다는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지미 라이는 수감 후 최상위 위험 수감자 대우를 받았으며, 2023년 12월 재판 출석 시에는 장갑차로 호송되기도 했다. 자유시보는 이에 대해 “이 같은 보안 조치는 대통령이나 유명 테러리스트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기록했다.
[시진핑에게 지미라이 석방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
이 시점에서 눈여겨볼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지미 라이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자유시보는 “실제로 지미 라이의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찰은 그의 상업적·정치적 인맥, 특히 미국 관리들과의 관계를 집중 조사했다”면서 “당시 홍콩 검찰은 지미 라이와 공모한 것으로 주장되는 ‘외부 정치 관계자’ 명단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그리고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지미 라이의 석방을 위해 로비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한 관리는 트럼프가 올해 10월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때 직접 지미 라이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유시보는 “미국이 홍콩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는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미 라이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사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면서 “지미 라이의 선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매우 안타깝다. 시진핑 주석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고, 지미 라이의 석방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디언지는 “트럼프가 두 번째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며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입장도 '합의 도출'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면서 “일부 인사들은 이로 인해 지미 라이가 미중 무역전쟁의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지미 라이의 아들 리충엔(黎崇恩)은 지난 미중정상회담 이후 공개적으로 트럼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를 ‘해방자의 수장’(Liberator in Chief)이라고 칭했다. 리충엔(黎崇恩)이 트럼프의 도움을 요청한 배경에는 영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영국 정부는 영국 시민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요구하며 홍콩이 정치적 동기로 그를 기소했다고 비난했으나, 홍콩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시행하지 않았다. 올해 7월까지 영국과 홍콩 간 양자 무역 규모는 272억 파운드에 달했으며,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대만에 반면교사가 된 지미라이와 홍콩 민주당의 운명]
눈여겨볼 점은 지미 라이에 대한 홍콩법원의 판결은 대만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이 중국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잃었다는 것을 지미 라이가 입증해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도 홍콩의 아파트 대형화재와 관련해서 많은 학생들이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는데, 홍콩 경찰은 이 청원서에 서명한 학생들 모두를 체포했다. 이는 정부의 말은 곧 법이고 어떠한 반대 의견 표명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미 라이의 판결을 하루 앞둔 14일, 홍콩 민주당은 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의했다. 당국이 해산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홍콩은 대만 사람들이 '일국양제'에 그토록 반감을 갖는 이유에 대한 사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한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중국 담당 국장인 사라 브룩스는 “홍콩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활동은 범죄로 규정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판결은 언론자유에 대한 일종의 ‘조종(弔鍾·death knell)’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국장도 “이번 유죄 판결은 정의를 왜곡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는 홍콩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끊임없는 시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초부터 해체 수순을 밟아온 홍콩 민주당이 전날 창당 30여년 만에 해산을 공식 결정한 것과 관련해선 “민주화 운동의 종말”이란 평가가 나온다.
AP는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 결정으로 한때는 다양했던 홍콩 반(半)자치 시의 정치 지형이 종말을 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민주당의 해산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안보 단속에도 남아있던 홍콩의 자유주의 목소리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달성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지미 라이 사건과 홍콩 민주당의 해산은 자유를 잃어버린 홍콩, 중국이 지배하는 홍콩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손을 댄 홍콩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의 면모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디. 이런 것을 바로 소탐대실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진핑의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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