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의 우크라 전쟁 종식 외교 방향을 바꾼 미 육군 장관]
친 푸틴 쪽으로 흘러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평화안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급선회 하게 된 배경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나, 뉴욕의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으로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아닌 댄 드리스콜 육군 장관의 영향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드리스콜 육군 장관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개발 기술에 감탄하면서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드론생산 능력이 미국의 모델이며 미국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트럼프를 설득하면서 전격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단 며칠 만에 댄 드리스콜(Dan Driscoll) 육군 장관은 군 관료 조직의 수장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추진 과정에서 핵심 협상가로 급부상했다”면서 “이라크 전쟁 참전 용사이자 전직 벤처 캐피털리스트이며 부통령 J.D. 밴스의 친구인 그는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제시한 데 이어, 24일과 25일에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러시아 관리들과 만나 전투 중단 가능성에 대한 최신 협상 단계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협상 진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그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드리스콜의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내 팀이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 평화 계획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내 특별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에게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도록 지시했으며, 동시에 육군 장관 댄 드리스콜은 우크라이나 측과 회담할 것”이라고 썼다.
1985년생인 그는 올해 나이 39세인데, 지난 2월에 육군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런 그에게 예상치 못한 엄청난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미 역사상 최연소 육군 장관이지만, 트럼프는 그를 임명하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변화를 주도할 강력한 경험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드리스콜은 취임 이후 드론의 전투적 가치를 줄곧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한 국방부(전쟁부) 관계자는 드리스콜이 원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이번 방문은 평화 협상이 아닌 우크라이나 군이 전투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갑자기 백악관으로부터 특별대표로 지명받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게 되었다”면서 “드리스콜은 현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의 놀라운 성과에 격찬을 표했다”고 밝혔다.
드리스콜은 이번 달에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규칙이나 제한적인 상황에 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효율적인 드론을 즉석에서 대량 생산해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 방위 산업이 닮아야 할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2~3년 내 100만 대의 드론을 구매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트럼프는 그를 통상 ‘드론 가이(drone guy)’라고 부른다.
미 육군 장관(U.S. Secretary of the Army)은 육군을 담당하는 민간인 최고 책임자로, 100만 명에 달하는 현역과 주방위군, 예비군 병력과 관련된 예산ㆍ인사ㆍ장비ㆍ훈련ㆍ조직 등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총괄해 국방장관에게 보고한다. 군사 전략이나 작전 지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육군장관을 회담 특사로...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기용]
사실 드리스콜 육군장관을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의 평화안을 도출하는 대통령 특사로 발탁한 것은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에 대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유럽·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맥스 버그만은 “이 행정부의 장점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시도하려는 의지”라며 “드리스콜의 가치는 부통령과의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솔직히 우크라이나-러시아 협상에서 댄 드리스콜이라는 이름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파격적이라는 의미다.
드리스콜은 J D 밴스 부통령과 예일대 로스쿨 룸메이트였으며,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육군에서 암호 해독을 담당했고,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 보병으로 참전했다.
실제로 드리스콜은 28개 항목으로 구성된 미 평화 계획 초안을 키이우에서 직접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곧바로 UAE의 아부다비로 건너가 러시아 대표단과 단독으로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측의 빠른 속도전에,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는 당황했지만,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미국이 제시한 초안에서 우크라이나군 감군(減軍)ㆍ나토현장의 우크라이나 불허(不許) 명문화 조항 등을 삭제하고, 러시아 재침입 시 미군의 참전을 포함한 안전보장 등이 구체화된 19개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 씽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의 연구원인 레슬리 셰드는 CNN에 “드리스콜은 정말 행정부의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다”며 “트럼프는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올스타’를 찾아 즉시 투입한다. 이미 장기간 진행 중인 협상을 한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맡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올스타’에 ‘드론 가이’가 발탁된 것이다. 반면에 헤그세스는 이 ‘올스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만큼 트럼프도 드리스콜을 눈여겨보고 있으며 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육군 장관에 불과한 드리스콜이 4년째 전쟁이 전개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역할을 맡은 것은 헤그세스와도 대조를 이룬다. 전쟁 종식이라는 민감한 외교 임무를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수행하는 동안, 헤그세스는 “불법적인 명령에는 불복종하라”고 한 미 상원의원 마크 켈리에 대한 조사와 소셜미디어 비판 콘텐츠 게시에 매달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헤그세스는 기존 수뇌부 대량 해임, 병사들의 복장과 체력 관리, 불충성 직원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적용 경고 등과 관련하여 여러 논란을 일으키면서 군의 핵심 지휘관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신뢰를 쌓지 못했지만, 드리스콜에 대해선 군 지휘부가 더 많이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드리스콜은 우크라이나로 출발하기 며칠 전, 가까운 미래의 전쟁에 대해 한 팟캐스트에서 “인간 두뇌는 인공지능(AI)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모든 병사는 AI에 의존하고 모든 보병은 전투에 드론을 휴대하게 될 것”이라면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이며, 우리는 병사들의 피와 몸이 아니라 실리콘과 소프트웨어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야망도 큰 드리스콜, 미국은 그를 원한다!]
AP는 드리스콜과 관련해 “드리스콜의 이력서는 사실 1945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미국의 최고 협상가가 되는 것과는 무관하지만, 그는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면서 “2020년 노스캐롤라이나 주 하원 의석 공화당 예비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으며, 다수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약 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드리스콜이 차기 국방부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드리스콜은 국방부 최고위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그는 피트와 맞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기지(국방부 내 핵심 인사 집단)가 피트를 지지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피트를 교체하는 것이 기지의 증오를 사는 확실한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드리스콜은 기존 방위 계약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신기술을 강조하는 태도로 행정부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경력 외교관들의 수년간의 노력에도 성과가 없었던 유럽 평화 협상에 독특한 경력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드리스콜을 기용해 대통령이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외교 정책 목표의 종착점을 마련하려는 트럼프의 의도는 ‘이걸 흔들어 보자’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짚었다.
뉴욕포스트는 “러시아 측이 군 출신 인물의 설득에 더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면서 “대통령이 합의를 이루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드리스콜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대통령의 주요 협상가들은 단순히 똑똑하고 지식이 풍부하며 경험이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좋은 성품을 지녔지만, 대통령은 학자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면서 “드리스콜은 수십 년간 양당 지지를 받아왔으며, 강력한 권력자로 군림해 온 방산업체들과의 강경한 협상으로 행정부 내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포스트는 또한 “드리스콜이 젤렌스키에게 초안 평화안을 전달할 때 현재 우크라이나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미국과 나토가 전장의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이며, 현재의 행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는 21일 트럼프의 최근 평화 추진이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동맹국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세부 내용이 포함된 수정된 평화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짚었다.
이렇게 친 러시아 일변도로 흘러가던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안은 드리스콜이 관여하면서 일부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의 협상능력이 푸틴에게도 통할지, 그리고 어떻게 최종 평화안을 도출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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